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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타.연.쇄]#13 대전쟁1
1621 2021.03.28. 00:59

루어스마을 근처까지 도달한 이자벨라의 군세는 대단했다.

우드랜드의 하급몬스터부터, 죽음의 마을 던전의 상위 몬스터까지 다양한 몬스터들로 이루어진 군단.
그러나, 일반적인 몬스터의 모습이 아닌 군데군데 검은색으로 물들어 마치 좀비화된 것처럼 보였다.

겉모습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공격과 다르게 사악한 검은 기운을 내뿜는 그들의 공격은 매우 강력했다.

루어스마을 안까지 당도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왕실 연합군은 그대로 진격했다.


최전선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

소수의 무리가 몬스터들과 치열한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 붕각 "


깔끔한 동작으로 그림록에게 오른발이 격중하자 그대로 목부터 터져나갔다.
그러나 몬스터들이 숫자에서 우위였기 때문에 곧바로 옆에 있던 그림록이 덮쳐오기 시작했다.

그때 동료로 보이는 여전사가 헬피닉스크로어로 쳐내며 그를 구하였다.


" 루이! 멍청아, 잘 좀 보고 싸우라고 "


" 이미 접근해오는거 알고 있었거든? "


그들은 '세력'길드의 일원으로서 일전에도 마인마을에서 왕실기사들을 도와 싸운 자들이었다.

소수의 정예로 이루어진 길드였는데, 길드원 대다수가 마스터로 승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대단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길드였다.

루이라고 불린 무도가는 순간 몸을 날려 그림록들의 머리를 밟고 높이 도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림록 뒤쪽에서,
거대한 자이언트 스톤해머를 휘두르고 있던 오크전사에게 접근해 몸을 회전시켰다.


" 죽어라 선풍각! "


맹렬히 회전하다가 강력한 일격의 발차기를 오크전사에게 날렸고 그대로 머리가 터져
거대한 몸체가 쓰러지기 시작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착지한 루이는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보며, 여전사에게 외쳤다.


" 어떠냐 세실! 이 몸의 화려한 발차기가. "


확실히 대단한 위력의 발차기였기에 할말이 없어진 세실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외쳤다.


" 겨..겨우 오크 나부랭이 하나 쓰러트린거 가지고! "


그때 쓰러진 오크의 몸체가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몸을 일으켜 자이언트 스톤해머를 쥐었고 앞에 있던 세실에게 휘둘렀다.

오크 시체를 등지고 있던 세실은 눈치채지 못하고, 루이는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경신공 "


간발 차이로 세실을 끌어안아 오크의 공격 범위에서 회피하는데 성공한 그의 표정은 매서웠다.


" 역시 이 녀석들도 죽으면 다시 부활하는 녀석들이구나? "


" 루이.. "


" 지난번 마인마을에서 싸웠을 때보다 더 지독해진 느낌이야. 조심해 세실. "


방금 전 상황에 그녀의 심장은 세차게 뛰고 있었다.
아마 몬스터 따위에 놀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늘 유쾌하던 루이의 표정이 매섭게 변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

그녀 역시 마음을 다잡고 헬피닉스크로어를 잡아 방어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최전선의 중심부,

왕실의 정예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힘겹게 막고 있었다.


" 기사들은 전방으로 나서 다가서는 몬스터들을 막고, 마법사는 후방에 있는 몬스터에게 마법 공격을 가하라! "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전두 지휘하는 지크프리트 장군.
그러나 그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잘 훈련된 왕실의 기사들이었지만,
몇번이나 베여도 다시금 부활하는 몬스터들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콰앙 -


강력한 마나의 파동이 이어지고 거대한 화염덩어리가 기사들을 덮쳤다.

근처에 있던 지크프리트 장군마저 충격의 여파로 넘어졌고, 재빨리 기사들이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 괜찮으십니까 장군?! "


몸을 일으킨 그는 단번의 그 원흉을 찾아내었다.

꽤 떨어진 곳에서 헬소서러가 강력한 화계 마법을 날린 것이었다.
모든 몬스터들이 그러하듯, 그녀의 얼굴 역시 거무죽죽한 얼룩들이 뒤덮여있었고,
입에서는 알 수 없는 검은 연기들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한 지크프리트는 자신에게 모여든 기사들에게 지시했다.


" 저 헬소서러 계집이 한번 더 마법을 날리기 전에 재빨리 처리한다. "


하지만 서로의 거리를 떨어져있었고,
헬소서러 앞엔 헬나이트들이 군집해있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 저것들을 뚫어낼 수 있을까. '


순간 마음속으로 넌지시 던져본 질문에는 돌아오는 답 따위는 없었다.

그 때,


" 꽤 고전하고 계시군요. 지크프리트님. "


살랑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어느새 공간이동을 해왔는지 한 여성이 자신의 옆에 서있었다.


" 네를린! 자네가 와주었군. "


네를린.
현 궁정마법사의 수석 제자이며, 차기 궁정마법사로 점쳐질만큼 뛰어난 마스터 마법사였다.

갈색의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앞에 놓인 전장판을 지켜보던 그녀는 상큼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 역시 중심부인만큼 강력한 몬스터들로 배치가 되었군요. "


" 자네 말대로야, 다행인 것은 아직 그 이자벨라인가 하는 악령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지. "


이자벨라라는 말에 그녀의 갈색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미 이전의 전투에서 그녀 역시, 많은 동료들을 잃었기에 그것의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려왔다.


" 하나같이 마음에 안드는 녀석들이에요. "


그때 다시 한번 앞쪽의 헬소서러가 양손을 하늘 높이 쳐들더니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 이런! 또 온다. "


곧 헬소서러의 양손에 검은색의 마나덩어리가 모이기 시작했고,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만큼 거대한 양이었다.

그러나 네를린은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 우리 장군님을 애먹게 만든 것이 네 년이구나? "


그녀는 다크디아나를 휘두르며 주문을 외웠다.


" 잠들어라 나르콜리. "


잠의 주문 나르콜리.
이 마법은 대상이 인간이던 몬스터이던 생물체에 한하여 즉시 잠에 들게 한다.

하지만, 자신보다 강대한 체력이나 마력을 가진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적을 상대할 때,
아주 효과적인 마법이지만 숙련된 마법사만이 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헬소서러는 몬스터들중에서도 상급.
그런만큼 강력한 마나를 가졌지만 네를린이 시전한 나르콜리에 별다른 저항없이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빠른 캐스팅으로 연이어 나르콜리를 사용해서 주변에 있던 헬나이트들도 모두 잠재우기 시작했다.


" 이것이 차기 궁정마법사의 실력인가.. "


뛰어난 마법실력에 감탄하듯,
중얼거리는 지크프리트를 뒤로하고 그녀는 계속해서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 저주, 프라보. "


삽시간에 거대한 저주의 기운이 몬스터들을 감싸며 강력한 저주의 각인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 자 이제 공격을.. "


그러나 말은 이어지지 못했고 그녀의 표정은 곧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나르콜리에 걸린 대상은 최소 10분 이상 잠에 빠지는 것이 보통인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몬스터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잠에 들어, 모았던 마나가 거의 사라진 헬소서러도 눈을 떴고,
눈을 뜨자마자 다시금 강력한 마나가 그녀의 손 주위로 빠르게 모이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한 지크프리트가 주위의 기사에게 재빠르게 외쳤다.


" 네를린을 지켜라! 어서! "


콰아아아아아 -


빠르게 시전된 헬소서러의 마법에,
이번엔 사악한 기운이 그들을 덮치며 일대에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자욱한 먼지와 함께 기침을 하며 네를린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주위에는 자신을 지키려 몸을 던진 기사들의 시체가 끔찍한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털썩 -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네를린의 눈에 곧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 크윽.. 이럴수가, "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기사의 시체를 만져보았지만, 죽은 생명을 되돌릴수 없었다.

대체 얼마나 더 많은 생명들이 소모되어야 한단 말인가.
자신이 마법사란 이유로 수많은 기사들이 몸을 던져 자신을 지켜내었다,

이전의 전투에서 있었던 장면들이 또 그녀를 괴롭히듯 반복되었고, 마침내 한계에 다다른듯 하였다.


" 다 죽여버리겠어. "


가득찼던 슬픔은 어느새 강렬한 분노로 변모하였다.

곁에 떨어져있던 다크디아나를 꽉 움켜쥐고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 오늘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네 녀석들의 뼈를 갈아마셔주마. "


어둠의 마나를 개방한 그녀의 몸이 점차 검은 아우라에 잠식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