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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타.연.쇄]#14 대전쟁2
2277 2021.04.30. 23:52

차갑게 식어가는 몸.
감싸오는 스산한 힘.

힘은 점점 빠져나가고, 잠식되어 가는 느낌이
꼭 거대한 괴물에게 산채로 삼켜져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싫지 않았다.

모든걸 다 내어주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당장 손에 쥘 수 있을것만 같은 그 때,


어둠의 마나를 전부 개방하여 각성에 성공한 네를린 눈을 떴다.
각성을 마침과 동시에 오른쪽 눈가 아래에는 검푸른빛의 초승달 문양이 생겨났다.

그것은 뮤레칸을 상징하는 문양.

자아를 뺏길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자신의 모든 마나를 어둠의 마나로 재구성한다.


육신과 영혼은 뮤레칸에게 넘겨주더라도, 이제 최강의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 꺄하하하하. 이런 기분이었구나. "



실성이라도 한 것처럼 이마에 손을 짚고 한참이나 웃어대던 네를린.

그때 다시 한번 헬소서러가 강력한 마법을 날렸다.

네를린은 별다른 방어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다크디아나를 쥔 오른손을 올려볼 뿐이었다.



" 마법 무효화 "



특별한 주문이 발동된 것도 아닌데 헬소서러의 마법이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이윽고 고개를 든 네를린의 눈동자는 강대한 마나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 말했지? 네 녀석들의 뼈를 갈아마셔주겠다고 "



그와 동시에 빠르게 캐스팅한 네를린의 주위로 마나가 모이기 시작했다.



" 어디 한번 죽어봐. 라그나로크! "



순식간에 형성된 강력한 다섯개의 싸이클로 구현된 마나는 순식간에 주위 몬스터들로 향해 쏟아졌다.


콰르르릉 -


천둥을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죽음의 마법진이 몬스터들에게 강타했고,

헬소서러와 헬나이트를 포함한 주변의 몬스터들이 찢겨나가거나 쓰러지기 시작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광경이었다.
수준급의 마스터 마법사라면 라그나로크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저 보여주기식일뿐,

아주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가 아니라면, 그저 우드랜드의 몬스터나 잡을 정도의 위력만 낼뿐이었다.


그러나, 단 한번의 라그나로크로 강력한 몬스터들을 전부 쓸어버린 것이다.


통상적으로 라그나로크와 같은 거대한 규모의 마법을 사용하면 보통 시전자는,
온 몸에 모든 마나가 빠져나가지만 현재 그녀는 다른 마법사들과는 격이 다른 상태였다.

영혼을 대가로 얻은 뮤레칸의 가호가 그녀의 손실된 마나를 채워주었다.



" 정말 사기적인 능력이로군. "



그녀의 말은 절대 틀린 것이 아니었다.

과거 각성한 흑마법사를 상대로 왜 수많은 고위 백마법사들이 죽어나갔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이자벨라의 힘 덕분인지 쓰러졌던 몬스터들이 하나, 둘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철컹 -


네를린 앞쪽에서 쓰러졌던 헬나이트가 거대한 도끼를 집어들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팡이도 필요없는 듯,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 헬나이트를 가리키고 주문을 외웠다.



" 어둠의 각인 "



대악마의 얼굴이 새겨진 죽음의 문양이 헬나이트에게 각인되었다.



" 퀘이크 "



그리고 이어서 발현된 주문에 땅속에서 거대한 지룡들이 튀어나와 헬나이트를 덮쳤다.


그걸로 끝이었다.

통상적으로 퀘이크는 대지 속성의 마법이었지만,
지금 그녀가 구현하는 모든 마법은 암흑 속성을 띄고 있었다.


그렇게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마법을 마구잡이로 사용해도 뮤레칸의 가호덕분에 순식간에 채워지는 무한의 마나로,
그녀는 지칠줄도 모르고 수많은 몬스터들을 유린했다.

물론 흑마법이란것이 사용하면 할수록,
뮤레칸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그녀는 점점 자아를 잃어가고 있었다.

대학살의 향연도 슬슬 끝이 보일때쯤,

네를린 근처에 갑작스런 공간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한 여성이 튀어나왔다.


온 몸을 수놓은 끔찍한 흉터들과 강렬한 붉은 빛의 눈동자.

타고르마을 교회의 악령이자, 고대의 신 이자벨라였다.



" 크흐흐, 기분 나쁜 힘이 느껴져 와봤거늘, 더러운 뮤레칸의 힘이 묻어있구나. "



점점 혼미해져가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고 네를린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 크윽, 네 년이로구나. 이 모든 일의 원흉말이야 "



" 감히 인간따위가 내게? 버릇없는 계집! "



이자벨라가 손을 뻗자 네를린은 저항할새도 없이 공중으로 들어올려졌다.

애초에 신과 인간으로서,
각성을 했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상대할 수 있을만한 수준의 격차가 아니었다.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자벨라는 입을 열었다.



" 자 다시 한번 짖걸여보거라, 뮤레칸의 졸개야. "



마나를 끌어올려 저항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내 몇번의 시도 끝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 뭐 어차피 이번 전투에서 살아서 나갈 생각은 없었어. "



" 호오 그래? "



" 비록 널 죽일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



조금 이상한 말에 이자벨라가 무어라 대꾸하려던 찰나,
네를린의 눈에서 검은색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무슨 개수작을 부릴 생각이냐? "



네를린은 소지하고 있었던 뮤레칸의 눈물을 사용했고 서서히 발동되는 주문에 모든 마나를 쏟아부었다.

흐르는 검은색의 눈물이 그녀의 눈가 아래, 초승달 문양을 적시기 시작했을 때 마법은 발동되었다.



" 데스 "



거대한 해골문양과 함께 강력한 마법이 이자벨라를 덮쳤다.

최강의 흑마법중 하나인 데스였다.

보통은 아주 강한 몬스터라도 한번에 즉사시킬수 있는 마법이었지만, 이자벨라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충격이 없진 않았는 듯,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 아무리 방심했다고 하지만 이정도로 발악할줄은 몰랐구나.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



그녀가 주먹을 불끈 쥐자 사악한 힘이 네를린의 온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곧 처절한 비명소리가 무수한 인간들의 시체위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최전선의 전투에서 왕실연합군은 대패했고,

살아남은 자는 부상을 당한 지크프리트 장군과 소수의 기사들뿐이었다.



몬스터들을 상대로 꽤 선전하던 각 성의 길드와 소수연합도,

끝없이 부활하고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루어스대평원까지 진입한 몬스터군단을 뒤로하고,
왕실 내부에선 다시 한번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전투 결과에 대해 보고 받은 슬레이터는 분노에 차,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외쳤다.


" 어떻게 이럴수 있단 말인가! "


그러나 그의 탄식에도 답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