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어스 대평원에 갑자기 나타난 테네즈와 궁정마법사.
그리고 테네즈는 불가사의한 마법으로 순식간에 이자벨라의 마법을 무효화시켰다.
인간 연합군을 살펴본 테네즈는 어쩐일인지 분노에 찬 표정으로 외쳤다.
" 한심하구나. 정복왕 루딘의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도 나약한 모습이로다! "
강력한 마나로 가득찬 테네즈의 목소리가 루어스대평원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그때 이자벨라가 전면으로 나서며 불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뮤레칸, 그놈의 냄새로 가득찬 녀석이로군. 누구냐 네 놈은? "
이자벨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봉인되어 있었기때문에 테네즈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분노로 가득찬 황금빛의 눈은 순식간에 이자벨라로 향하였다.
" 감히 뮤레칸님을 그따위로 부르다니 죽고 싶으냐? "
그 어떤 인간도 감히 고대의 신인 이자벨라에게 그런 소리를 내뱉을수 없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고적으로부터 오는 격의 차이에 의해 행할 수 없었던 것이다.
테네즈.
정복왕 루딘시절 최강의 마법사이자, 그 시대에 남은 최후의 흑마법사.
그리고 뮤레칸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자.
그야말로 뮤레칸의 첫번째 심복이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인간이었기에, 탐색이 끝난 이자벨라는 정신지배를 시전하였다.
마치 이전에 하벨을 조종하였던 것과 같은 속성의 마술이었다.
픽 -
의지가 담긴 마법이 테네즈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무효화되고 말았다.
자신의 술수가 통하지 않자 이자벨라는 테네즈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 과연 그 녀석의 졸개라는 것이냐? "
그러나 이 순간 이자벨라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강대한 체력을 지녔던 하벨조차 손쓸수 없이 당했던 신의 정신지배술이었다.
그러나 하벨과 마찬가지로 한낱 인간인 테네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그저 힘의 표층만으로도 숨막히게할만한 마력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테네즈가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 너를 상대하는데 그분의 힘까지 꺼낼 필요는 없다. "
그 말에 이자벨라가 격정적으로 입을 열려는 찰나, 테네즈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 보여주마, 마법의 정점이라는게 무엇인지. "
그와 동시에 빠르게 이자벨라 앞으로 나아간 테네즈는 마나를 캐스팅하며 주문을 외웠다.
" 금지된 마법(Forbidden magic) 절대 마력 증강, 쿼드라 캐스팅. "
네개의 마나 싸이클이 순식간에 서로를 감싸며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 마레노! "
이전에 궁정마법사에게 보여주었던 마레노였다.
겨우 1써클의 마법이지만, 마나를 동시에 4회전 시켰기에 파괴력은 제곱으로 증가한다.
그가 선언한대로 금지된 마법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엄청난 파괴력으로 다가오는 수(水)의 기운에 이자벨라는 대경하여 재빨리 보호막을 둘렀다.
콰콰콰콰콰 - !
수계 최강의 마법 아이스블러스트조차 흉내낼 수 없는 파괴력으로, 마레노는 이자벨라를 덮쳤다.
강력한 에너지의 여파가 지나가고 이자벨라의 보호막은 간신히 형태만 유지한 채 모습을 드러내었다.
" 하하하하, 과연 신은 신이로구나. 쿼드라 캐스팅의 마레노를 견뎌내다니. "
" 크아아아 인간 따위가 감히! "
분노로 물든 이자벨라가 격정적으로 외치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으로부터 검은색으로 점철된 암흑의 기운이 테네즈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미처 도달하기도 전에 테네즈가 외운 무언의 주문으로 이자벨라의 마법은 소멸되고 말았다.
비아냥 거리며 입을 여는 테네즈.
" 이거, 학습능력이 부족한 신이로군. "
그말을 끝으로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이자벨라 앞으로 향하는 테네즈.
그리고 도달하기전 입으로 속삭이며 주문을 외웠다.
" 리베라토. "
노란색의 빛이 그녀를 감싸며, 그녀에게 가해졌던 모든 마법이 해제되었다.
" 이.. 이런 뮤레칸의 졸개 따위가! "
당황한 그녀를 뒤로하고 테네즈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 신도 그저 이 마법앞에서는 평등하구나? "
그리고 순식간에 손으로 마법진을 그리며 상위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 저주, 어둠의 각인. "
대악마의 저주가 그녀에게 새겨지고,
" 수면마법, 나르콜리. "
그의 마력을 대변하듯 강력한 마법이 그녀에게 시전되고,
" 플래시스톰. "
그가 일으킨 바람의 칼날이 그녀를 덮쳤다.
세개의 주문을 외우는데 수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마법을 맞은 이자벨라는 검은색의 피를 뿜으며 마물들 사이로 날아갔다.
그러나 다시 몸을 일으켜 테네즈의 앞으로 날아왔다.
그녀의 얼굴은 참을수 없는 분노로 일그러져있었다.
" 크으으, 네 녀석. 내게 씻을수 없는 치욕을 주는구나. "
그렇게 이어진 마법의 공방전에서도 이자벨라는 계속해서 한박자씩 놓치며,
테네즈의 공격마법에 당하고 말았다.
그 순간에도 테네즈는 뮤레칸의 가호로 얻은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력의 절대량을 떠나서 테크닉적으로 이자벨라는 도저히 테네즈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테네즈에겐 그야말로 마법의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연신 테네즈에게 당하던 이자벨라는 뒤로 물러서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크윽, 나의 힘을 온전히 되찾을수만 있었어도 네 놈 따위는! "
그러더니 손을 들어 무언의 신호를 보내고, 그녀 뒤에 있던 몬스터들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 크흐흐 네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혼자서 수많은 나의 아이들을 감당할 수 없을터. "
그때 선봉으로 나선 드라코가 브레스를 준비하며, 입에서 검은색의 연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테네즈는 미동도 없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 꺄하하하, 이 녀석들은 나의 힘을 얻고 최강의 몬스터가 되었지. 어디 맛좀 보거라! "
이자벨라의 외침에 잠시간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테네즈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 최강의 몬스터라고? "
비웃는듯한 어조로 내뱉어진 말을 뒤로하고, 이윽고 드라코의 입에서 검은 브레스가 쏟아져나왔다.
바로 그때,
콰아아아아 -
어디선가 날아온 강력한 화염이 드라코의 브레스와 충돌하여 폭발하였다.
" 무.. 무슨? "
당황하며 외친 그녀의 시선이 이윽고 테네즈의 뒤로 향하였다.
그의 뒤로 열린 공간의 균열에서 마법이 발사된 것이었다.
" 카스마늄 광산, 그리고 죽음의 마을. 거기에서 더 깊고 깊은 곳. "
나지막하게 입을 여는 테네즈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 그 끝에 도달하면 화염으로 끝없이 들끓는 동굴이 있고, 우리는 그곳을 '레드'라고 부른다. "
그말을 끝으로,
그의 뒤로 생긴 공간의 균열이 더욱 커지더니 거대한 붉은색의 몬스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랜드레드오피온.
드래곤 뉴트.
안크본드라곤.
그외에도 수많은 몬스터들이 나와서 그의 뒤로 군집했다.
테네즈를 주인으로 인정하듯이 정렬한 몬스터들과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바로 그들이 정복왕 루딘시절, 인간 세계를 멸망 직전까지 몰고간 뮤레칸의 정예 군단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