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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죽은 시인의 사회
1360 2023.03.25. 15:27

묻는다.
" 시인은 죽었습니까? "
누군가 대답한다.
" 모르겠습니다. "

양면과도 같은 세상이다.
정의와 기준도 모호한 흐름의 연속에서 누군가를 납교하기도 하고 지탄하기도 한다.
평가라는 것은 도덕이 점철된 잣대인가, 그렇다면 나는 그것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가.

한 사람이 손을 뻗으며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그와 그 소속은 다른 유저를 괴롭히고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짓을 일삼았다.
대화해 보니 유쾌해 보이는 그가 싫지 않았다.
단순한 인간적인 호감.
그럼에도 그 사람과 나의 관계를 쉽게 정의할 수 없었다.
나는 부정한 그의 배경으로 인해 그와 나 사이에 거짓으로 올려진 벽을 놓아야 하는 것일까.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몇 년 전만 해도 좋지 않은 언사와 행동으로 규탄받은 자다.
지금은 그런 과거가 무색해질 만큼 사람들과 어울리며 선망받기도 한다.
무엇이 그들의 심경을 홀변하게 했을까.

짧지 않은 사색의 흐름.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내면에서 휘몰아친다.
무질서의 사고 속에 잠겨 가식이라는 가면이 벗겨진다.

익숙하지 않은 시선들.
관계라는 이름의 거미줄이 단 한 번의 역풍으로 모조리 끊어진다.

지탄을 받는다.
자기혐오라는 개미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래가지 않았다.
올라가는데 무수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니까.

바닥에 도착하니 이제서야 답이 보인다.
도덕이라는 그 이름을 모순으로 치환한다.
불분명했던 것들이 놀랍도록 선명해진다.

다시 그를 만났다.
변함없는 유쾌한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하지 못했던 대답을 손을 마주 잡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시 묻는다.
" 시인은 죽었습니까? "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