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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2써야배와 눈물젖은 짜장면 #2 [完]
794 2024.08.29. 16:20

당시 유난히 자주 마주치던 환골탈태의 2써클 무도가가 있었다.

그는 5써클만 할 수 있었던 가위머리에 연하늘 염색약이 적용된 머리를 하고 있었고,
오렌도복을 입고 다니며 전직이나, 환골탈태를 하지 못한 2써클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다녔다.

나도 그에게 자주 당하며 그럴때마다,
환골탈태한 계정을 미치도록 가지고 싶었지만 당시의 나로써는 방법이 없었다.

정기결제를 하자니 환골탈태까지 할 자신도 없었을뿐더러, 엄마한테 걸리면 죽음이었다.

많은 생각을 해보았으나 도저히 좋은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질수 없는거 부셔나버리자라는 생각으로, 그 도가에게 무척이나 덤볐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나를 반겨주는 것은 그저 뮤레칸아저씨 였을뿐 . .


하도 덤벼대는 내가 귀여웠던 것인지, 아님 동정과 연민이었는지 그 사람은 나에게 귓속말을 걸었다.

시시껄렁한 얼마간의 대화후 그 사람은 내게 제안을 하나 했다.

" 이 아이디랑 비밀번호 사실래요? "

그건 너무도 달콤한 제안이었고 순식간에 호기심이 동한 나는 되물었다.

" 얼마예요? "

나의 물음에 그 사람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 3억이요. "

나는 곧바로 실망하지 않을수 없었다.

당시에 3억이면 매우 큰 돈이었다.
나의 가장 소중한 아이템이었던, 붉은색목도리를 팔아도 충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 그 정도 돈은 없어요. . "

그말에 그사람은 더 달콤한 제안을 하였다.

" 아이템도 괜찮아요. "

그 순간 나는 조금이라도 돈이 될거같은 아이템들을 모조리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밀레스마을에서 구걸해서 번 돈도, 갑부친구에게 선물받은 아이템들도,
전부 다 아이템창에 세워 값어치를 계산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기껏해봐야 1억도 안되는 푼 돈들이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진 아이템들을 나열하며, 그에게 물었다.

그리고 돌아온 뜻밖의 대답.

" 음. . 좋아요. 거래하죠. "

그는 즉시 나에게 아이디의 비밀번호를 넘겨주었고,
나는 혹시나 그의 마음이 바뀔까, 그에게 서둘러 아이템을 모조리 넘겨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들어간 그 아이디는 그야말로 여지껏 경험할 수 없는 신세계였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구양신공과 달마신공을 난사해보며, 멋진 스킬이펙트에 넋이 나가버렸다.

그렇게 한창 캐릭터를 구경하던 도중,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짜장면 먹자! "

엄마의 말을 듣고 게임을 종료하고, 기쁜마음으로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식탁에 앉아 비닐을 뜯고 짜장면을 비벼 한젓가락 넣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 쌔한 느낌을 받은 것은 기분탓이었을까?

그런 느낌을 뒤로한 채 짜장면을 먹는데 집중하였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짜장면을 반쯤 먹었을까?

불안감에 참을수 없던 나는 짜장면을 뒤로하고, 다시 컴퓨터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새로 산 도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재빠르게 입력하는 순간,

'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

그랬다.
나는 보기좋게 그 녀석에게 속아넘어간 것이었다.

아이템을 받아먹었던 그 녀석의 다른아이디에 귓속말을 보내보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당해보는 사기극이었다.

얼른 짜장면을 먹으라는 엄마의 부름에 나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다시 식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짜장면을 젓가락으로 집어드는 순간,
힘들게 모아서 산 붉은목도리와 바크, 왕풍선 등의 소중한 아이템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이윽고, 내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뚝하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 . 나는 그날 눈물젖은 짜장면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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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어린마음에 당시에는 큰 상처였지만, 지금은 그저 추억일뿐이네요.
이아서버 갑부냥, 데쓰히로 이 두 아이디를 기억한답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 추억을 선사해준 그 녀석을 떠올리며,


눈물젖은 짜장면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