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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다시 쓰는 전설, 시인의 이름으로
870 2025.01.16. 10:43

당신의 소년에게





어둠이 내린 마이소시아의 하늘 아래, 첫 발걸음을 떠올립니다.

마법의 눈이 흩날리던 그날, 떨리는 손으로 스승의 손을 잡고 타고르 마을의 문을 열었던 순간을.
서투르게 내디딘 걸음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고, 이 설렘은 지금도 가슴 한편에 온전히 남아 있습니다.

어린 소년은 이제 없지만, 그날의 떨림만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모든 것이 새로웠던 그때, 우리는 영웅들의 발자국을 따라 걸었습니다.
동경이 아닌, 경외에 가까운 마음으로.

선구자들은 단지 높은 서열이나 뛰어난 실력 때문에 우리의 우상이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세계를 개척하며 남긴 그들의 이야기, 그 속에 담긴 진심어린 열정이 우리를 사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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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밤, 모니터 불빛 아래서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전설이 되어, 때로는 신화가 되어 이 세계를 수놓은 이들의 이야기.
냉정과열정, 피핑톰, 착한제국... 한 사람의 모험가로 살아간 역사.

서열표 위의 숫자가 아닌, 이 세계를 더 깊고 아름답게 만든 탁월한 창조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글은 텍스트를 넘어 하나의 예술로 기억됩니다.

검은 화면 위에 흐르는 흰 글자들이 만들어내는 마법.
삶을 엮어낸 이야기들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은하수 같았고, 깊은 밤하늘의 별자리 같았습니다.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
그것은 두려움이자 설렘입니다.

어쩌면 잊힌 시인의 명예를 향한 벅차오르는 책임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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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은 달라졌습니다.

2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것이 변했고 또 사라졌습니다.
화려한 그래픽과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세상을 그려내는 고집스러운 매력.
그 여백이 주는 상상의 자유로움.
때로는 구닥다리처럼 보이는 이 공간이, 더 깊은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믿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글을 읽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SNS의 짧은 글귀들이 긴 호흡의 문장들을 대신하고,
영상의 홍수 속에서 활자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진중한 사유와 깊이 있는 글쓰기가 더욱 필요한 시대라고 믿습니다.

빠른 소비와 망각이 아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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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게임을 넘어, 자아를 성찰해 보는 자전적 에세이 '1993'과,
어둠의 전설 세계관을 담은 옴니버스 노블 '夢中人(몽중인)'.

이 이야기들은 빠른 소비를 위한 글이 아닙니다.
시간의 결계 속에 봉인된 고대의 두루마리처럼,
읽는 이의 감상만큼 더 깊어지는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물며,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도전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브런치스토리의 필명 '임월' 로 활동하는 제가 쓴 글들이,
플랫폼을 넘나들며 모습을 달리할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는 표절이 아닌, 한 작가의 다른 표현방식임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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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인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어떤 특별한 재능 때문이 아닙니다.

재선발 알림 이전부터
황량했던 커뮤니티에 묵묵히 글을 심어온 진심을 알아봐 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화려한 수사나 기교가 아닌, 진실된 마음으로 쓴 글들을 기억해 주신 덕분입니다.

새로운 기회와 책임이 주어진 시인들에게 같은 마음을 나눠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십시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영웅들의 혼이 깃든 시인의 마을을 더욱 빛나게 하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다짐합니다.

이 세계가 품은 모든 이야기들,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모든 이야기들을 소중히 지켜내겠다고.
시인의 이름으로, 이 세계의 역사를 기록하는 붓이 되겠다고.
어둠의 전설이 품은 깊이와 아름다움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전령이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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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신발끈을 고쳐 맵니다.
긴 여정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소년과 함께라면,
이 길의 끝에서도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가볼까요?
러너스 하이로, 간지러운 낭만으로.





세오 222년 1월, 마법의 눈이 내려온 타고르에서
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