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착한제국입니다.
스스로 물러날 땐 아쉬움 속에서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돌아오는 일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6년만에 알게 됩니다.
[착한제국]이라는..
어둠이 아니면 어색하기만 할 이름에 반가움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
게임을 하지 않았던 제가 시인으로 돌아오는 것에 반감을 보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모두의 마음에 들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2008년에 배웠기에
첫 글은 제 솔직한 심정을 적는 일종의 고백으로 채워볼까 합니다.
1. 세월의 무게
어둠 유저라면 누구나 오래전 인연과 재회하는 상상을 해보셨을 겁니다.
저는 오랜 기간 어둠을 해온 탓에 이런 경험이 많은 편인데요.
반가운 마음에 옛 이야기로 밤을 지새워도 모자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엔 기다림이 무색할만큼 어색한 시간이 흐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건 오로지 옛날 옛적 순수한 추억이지만
사실 그 사이에는 수십 배.. 아니 수백 배도 넘는 긴 시간이 흘렀다는 걸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세월의 무게는 꽤 현실적이어서
반가움보단 거리감이 먼저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추억으로 남겨두는 게 더 좋았겠다는 잔인한 생각마저 들곤 합니다.
제가 인생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어떠한 관계든 결코 노력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예를 들어 군생활을 2년간 함께한 전우들도
사회에 나와 단톡방을 팠는데 그게 두 달이 채 가지 못하더라구요.
저는 아직도 [어둠의전설]이 인생 게임이라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말과 다르게 이 게임을 부정한 시간도 길었습니다.
옛 감성이 사라진 모습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런 스스로를 인정하기 싫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한번 마음을 접으니,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한 게임인데도..
멀어지는 건 마치 연인과 헤어지듯 찰나에 불과하더라구요.
게임에 돌아오는 사람들이 저에게 하는 말은 늘 비슷했습니다.
"아직도 어둠하네"
하지만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이 게임에 가까워지려는 마음.
즉,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멀어지지 않으려면 게임에 접속할 이유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새해를 맞아 현자/시인 선발 공고가 올라온 것을 보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해냈던 역할이라면 돌아오는게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어요.
여기까지가 제가 시인으로 복귀한 솔직한 이유입니다.
더 나이를 먹기전에 어둠의전설을 완전히 놓아선 안되겠다고 느꼈거든요.
제가 생각한 답이, 다시 어둠과 가까워지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2. 시인의 마을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19년에 현자/시인 선발이 이루어졌고 거기엔 제 이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기간 해왔고, 게임에 흥미를 잃던 시기였기에
용기를 내어 연임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죠.
(별도의 공지는 없었기에 저도 보상만 받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T_T)
이 결정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는데요.
새로운 시인분들이 온전히 주목받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고 싶다는 마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단 저조한 활동이 이어졌고
시대의 흐름이 게시판보다는 단톡방, 디스코드와 같은 문화에 더 가까워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공간 역시 도태되기 시작했죠.
유저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글이 가지는 영향력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이제 시인이 굳이 필요한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날이 왔으니까요.
하지만 기존 시인분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건 과한 처사인 것 같습니다.
현자/시인이 아무리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 플레이의 연장선에 불과하잖아요.
(최소한의 활동도 하지 않은 분들을 실드 치려는 건 아님)
자그마치 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의 현자/시인 선발이 그랬듯
호기롭게 시작하는 것과 달리, 그 마음을 길게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오늘만큼은 너그럽게 생각해주셔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현자/시인 선발은 조금 더 라이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유저분들이 느낄 수 있는 박탈감(타이틀/의상)을 줄일 수 있도록
이 보상은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는게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겨봅니다.
(수년간 활동해 유저분들에게 검증받은 현자/시인에게만 주는 방식)
3. 현자와 시인
한때 현자와 시인을 어둠의전설의 공인이라고 불렀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정돈가? 오버하네"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 게임에서 현자/시인이 가진 파급력은 결코 가볍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 위상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또 현자/시인이 어떤 자리인지 돌이켜보게 되는데요.
저는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자리가 되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엄격함의 기준도 조금 완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선발 공지가 올라온 후 활동을 시작하신 분들에 대한 비판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만큼 할 사람이 없어요.. 그렇지 않나요?
예전처럼 시편 게시판에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연재하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읽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젠 할 사람이 없어서 타이틀과 의상을 미끼로
[본인 추천]이라는 형식까지 넣어가며
선발보다는 신청에 가까운 형태가 되고 말았죠.
물론, 시인의 마을 황금기에 활동했던 저도 이 현실이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활동을 개판으로 해도 된다는 건 아니구요.
엄격한 잣대를 조금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현자/시인을 바라보는 기준만큼
한편으로 그들을 리스펙하는 마음을 가지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아니라면 한번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건 어떨까요.
앞으로 활동할 현자/시인분들은 6년 만에 선발된 만큼..
오랜 기간 활동하실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의 메세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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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20대 시절의 저는 어둠의전설을 평생 할거라 생각했는데요.
30대가 될지언정 항상 게이머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젠 예전만큼 게임을 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어둠의전설]이란 다섯 글자는
가슴속에 꽤 특별한 단어로 남아 있습니다.
라이트 유저분들이 이 게임을 떠나있을지언정
마음 한켠에 이 게임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이제 블로그도, 유튜브도 나아가 커뮤니티 활동도 거의 하지 않고 있는데요.
마지막 마무리만큼은 저를 만들어 준 시인의 마을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는 종종 글로써 인사드리도록 할게요!
19년에 떠날때만 해도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이곳에 글을 적고 있네요.
내 청춘을 함께한 게임.
어딜가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마이소시아..
앞으로도 힘이 닿는데까지 시인의 마을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현재 착한제국 케릭터는 편지를 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용량 초과)
시인이라는 자리가 결국 소통과 공감으로 만들어지는 자리인 만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ㅡ_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