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인. 02 - 모디아의 사랑
달빛 머금은 꽃을 너에게
1부. 봄날의 첫 약속
2부. 아칸더스를 기다리며
그날 이후 모디아는 변했어요.
평소의 장난스러운 미소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파고들었죠.
우드랜드에 대한, 아칸더스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내려 했어요.
"이번에는 혼자 가볼게."
"안 돼요! 너무 위험해요..."
"괜찮아. 이번엔 제대로 준비했으니까."
모디아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어요.
더 이상 소년의 눈빛이 아닌, 어떤 결심이 깃든 눈빛이었죠.
그리고 그날 밤, 모디아는 정말 홀로 우드랜드로 향했어요.
이틀, 사흘... 일주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어요.
매일 밤 창가에 앉아 달빛을 바라보며 기다렸죠.
이상하게도 달빛은 평소보다 더 밝았어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
열흘째 되던 날, 한 모험가가 찾아왔어요.
까만 망토를 쓴 그는 어딘가 낯익었어요.
"혹시 당신이 로즈마리?"
그의 미소는 달빛처럼 은은했어요.
손에 들린 편지는 첫날 받았던 그것과 같은 빛을 내고 있었죠.
"모디아는... 잘 있어요.
하지만 아칸더스를 찾는 건 쉽지 않았나 봐요. 제가 대신 찾아왔습니다."
모험가는 망토 속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어요.
그 안에서 흘러넘치는 빛은 제가 본 어떤 달빛보다도 아름다웠어요.
"이게... 정말 아칸더스인가요?"
"아니요, 이건 달빛이에요. 하지만 보세요."
그가 유리병을 제 화단에 비추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장미들 사이에서 은은한 빛을 내는 꽃봉오리가 돋아났어요.
맞아요. 달빛이 응축되어 꽃이 된 것처럼.
"이게 무슨..."
"진짜 아칸더스는 누군가의 마음속에 심어져야 피어나는 법이죠.
모디아 군이 그걸 알려줬어요. 그는 지금 우드랜드 깊숙한 곳에서 수행 중이에요.
당신을 위해 진정한 용기를 배우고 있죠."
모험가의 말에는 어떤 확신이 담겨 있었어요.
그리고 그날 이후로, 제 화단에는 특별한 장미가 피어나기 시작했어요.
달빛을 머금은 듯 은은하게 빛나는...
매일 밤 그 꽃을 바라보며 생각해요.
어쩌면 진정한 아칸더스는 처음의 우리 곁에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 빚어낸 빛으로 피어나는 꽃처럼.
-
열여덟이 된 지금, 모디아는 가끔 편지를 보내와요.
우드랜드에서 보는 달빛 이야기,
그곳에서 만난 신비로운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언젠가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
"네가 키우는 그 꽃처럼, 나도 자라날 거야. 더 강하게, 더 순수하게..."
모디아의 편지에는 늘 말라붙은 꽃잎 하나가 들어있어요.
왜인지 계속 바라보게 돼요. 그 꽃잎은 달빛 아래서 희미하게 빛을 내죠.
"기다릴게요."
매일 밤 편지에 답을 써요.
보내지는 못하지만, 그 아이의 마음이 제 마음에 닿길 바라며.
가끔은 까마귀가 와서 제 답장을 물어가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가슴이 설레요.
그러고 보니, 오늘 받은 까마귀의 편지... 모험가의 필체와 닮았네요.
창 밖 달빛이 유난히 밝은 걸 보니, 어쩌면 오늘 밤이 바로 그날일지도 몰라요.
'보름달이 뜨는 밤 우드랜드의 경계에서 만나요.'
편지를 다시 읽어보니 가슴이 뛰어요. 이번에는...
이번에는 제가 찾으러 가야 할 것 같아요.
모디아를, 아칸더스를, 그리고 우리의 약속을.
창가에 놓인 유리병 속 달빛이 흔들리며 밝게 빛나고 있어요.
제 방은 온통 은은한 광채로 가득 차있죠.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까마귀의 울음소리...
"이제 떠날 준비가 된 것 같군요."
뒤를 돌아보니 그 모험가가 서 계셨어요.
까만 망토 아래로 비치는 미소가 달빛처럼 환했죠.
"모디아는... 기다리고 있나요?"
"당신의 마음이 이토록 자라날 때까지,
그도 자신만의 여정을 걸어왔어요. 이제 만날 시간이 됐네요."
모험가의 망토 자락이 살랑거리며 달빛 속으로 스며들었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 한 송이... 처음 보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어요.
달빛과 별빛을 동시에 담은 듯한 꽃이었죠.
"첫사랑은 아칸더스와 닮았다고 하죠.
순수하게 피어나 영원히 빛난다고..."
모험가의 말이 바람결에 실려 와요. 이제 저는 알아요.
진정한 여정은 지금부터라는 걸.
가방에 달빛 유리병을 넣고,
화단에 피어난 신비한 장미 한 송이를 가슴에 품어요.
"기다려요, 모디아. 이번엔 제가 찾아갈게요."
-
방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거울을 봅니다.
열여섯의 소녀는 이제 없어요.
대신 은은한 빛을 담은 눈동자를 가진 누군가가,
마치 그날의 모험가처럼 저를 바라보고 있네요.
우드랜드로 향하는 밤길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려나 봐요.
달빛은 더욱 밝아지고, 까마귀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요.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아칸더스처럼,
우리의 사랑도 이제 진정한 빛을 내기 시작한 걸까요?
발걸음을 내딛으며 미소 짓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주인공이 되어, 우리만의 이야기를 완성하러 가요.
To. 우리의 아칸더스가 피어날 그날을 기다리며,
당신의 봄을 지키는 이에게.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