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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몽중인] - 하드마법사
814 2025.01.31. 21:53

몽중인. 03 - 하드마법사, 시간을 마시는 자
음유시인 욘의 기록

1부. 영원을 걷는 자의 그림자
2부.








시간은 거짓말쟁이다.

직선이라 속삭이지만, 사실은 미로다.
그 미로를 걷는 자를 보았느냐고?

이 이야기는 거짓일 수도, 진실일 수도 있다.

마이소시아의 밤하늘이 거짓과 진실을 삼키는 동안,
난 현을 튕기며 노래하지.


-


시계탑의 그림자가 스스로 울었다.

달이 세 조각으로 갈라진 밤.
시간이 역류하는 밤.
전설이 술이 되는 밤.

밀레스의 가장 오래된 주점,
'잠든 시간의 술잔'에서는 천 년의 술이 흐른다 했다.

횃불이 시계반대방향으로 타오르고, 그림자가 거꾸로 춤추는 곳.
이야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진실이 전설이 되는 곳.

까마귀가 달조각을 물고 날아갔다.

술잔에 시간이 고였다.
진실이 술처럼 익어갔다.

"자네들은 그를 본 적 있는가?"

리라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취객들의 웃음이 시간의 틈으로 새어 나왔다.

"누구 말입니까, 음유시인님?"

"시간의 미로를 걷는 자... 마법사들의 전설이 된..."

누군가 코웃음을 쳤다.
시간이 흔들렸다.

창밖으로 그림자가 지나갔다.
첫 번째 이야기는 깊은 한숨으로 시작되었다.


-


수천 년 전, 마법의 시대. 마법사들은 시간을 지배하려 했다.
신이 되려 했다. 책으로, 주문으로, 의식으로.

하지만 그는 달랐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것." 그가 말했다고 전해진다.
"영원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

마법사들은 비웃었다. 시간을 되돌리려 했다.
시간을 멈추려 했다. 실패했다.

서재 깊숙한 곳에서 그는 천 년의 시간을 마셨다.
영원의 술잔을 비웠다. 시간은 그의 발걸음을 따라 흘렀다.

란셀교회의 지하실.
두 번째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됐다.

교주는 서큐버스를 처단하러 내려갔다. 성수와 성서를 들고서.

"신의 이름으로-"

말이 끊겼다. 시간이 얼어붙었다.
검은 로브의 형상이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내렸다.

"신의 이름을 빌리지 마시오." 심연 같은 목소리.
"당신은 아직 신의 뜻도, 시간의 의미도 모릅니다."

서큐버스의 붉은 눈동자에서 인간의 눈물이 흘렀다.
천 년의 저주가 한순간에 풀렸다.

"이단이오! 마법사여!" 교주가 외쳤다.

그는 대답 대신 술잔을 들었다. 시간이 담긴 술잔을.

"마시시겠습니까?" 그가 물었다.
"천 년의 시간이 담긴 술을..."

교주의 손에서 성서가 떨어졌다.
술잔 속에서 시간이 반짝였다. 세상의 시작과 끝이 보였다.

그날 이후 란셀교회의 성서가 다시 쓰였다.
시간을 이해하는 자만이 신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고.

취객들이 숨을 죽였다.
리라 현이 깊게 울었다.


-


폭풍우 치던 밤.
세 번째 이야기는 더 깊어진다.

마법사들의 집회가 열렸다. 수백의 마법사가 모였다.
시간을 지배하려는 의식이 시작됐다.

하늘이 찢어졌다. 시간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가 나타났다. 검은 로브 자락이 폭풍 속에서 휘날렸다.

"시간을 지배하려 드는 자여..." 그의 목소리에 폭풍이 멎었다.
"자네들은 아직 시간의 기본조차 모르는군."

시곗바늘이 녹아내렸다. 마법사들의 주문이 거꾸로 울렸다.
그들은 시간의 미로 속으로 흩어졌다.

"지금도 그들은 미로를 헤매고 있다지..." 술잔을 기울였다.
"시간의 끝과 시작 사이에서."

네 번째 이야기는 피와 불이 섞인 전쟁의 밤으로 이어진다.

서큐버스의 군단이 하늘을 덮었다. 수백의 붉은 날개가 달빛을 가렸다.
란셀교회의 종소리도, 마법사들의 주문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

밀레스가 어둠에 잠겼다.
그러나 그가 나타났다. 검은 로브 자락이 밤을 가르며 펄럭였다.

"자네들..." 그의 목소리에 어둠이 갈라졌다.
"누구의 저주를 받았는지는 알고 있나?"

서큐버스들이 멈췄다.
그들의 붉은 눈동자에 무언가가 비쳤다. 인간이었던 때의 기억.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게. 자네들이 저주받은 그 순간으로."

시계탑의 종이 거꾸로 울렸다. 달빛이 역류했다.
서큐버스들의 날개가 사라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젊은 기사가 소리쳤다.
"시간을 거스를 순 없소!"

리라 현이 울었다. "정말 그럴까요? 설명해 보시죠..."

술잔 속 술이 거꾸로 차오르고 있었다.
취객들이 숨을 죽였다.

"그의 서재에는..." 늙은 학자가 중얼거렸다.
"시간의 비밀을 담은 책들이 있다지..."


-


다섯 번째 이야기가 시작됐다.

수천 권의 마법서가 꽂힌 서재. 그곳에서 시간은 물처럼 흐른다 했다.
책장 사이로 영원이 스며들고,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다 했다.

하지만 진정한 비밀은 책 속에 있지 않았다.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것." 그의 말이었다.
"시간도 마찬가지."

여섯 번째 이야기... 일곱 번째 이야기...
밤이 깊어질수록 이야기도 깊어졌다.

까마귀들이 달조각을 물고 돌아왔다.
달이 다시 하나가 되어갔다.

취객들은 이제 술맛을 잊었다. 시간에 취했다.

"시간의 끝에서..." 늙은 병사가 중얼거렸다.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창밖에서 바람이 불었다. 시계탑의 종소리가 울렸다.

열두 번.

열한 번.

열 번...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리라 현이 마지막으로 울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자네들은 묻지 않는가?" 술잔을 들어 올렸다.
"왜 그가 하드마법사로 불리는지..."

취객들의 눈이 번쩍였다.

"시간은 단단하지 않소. 물처럼 흐르고, 술처럼 마실 수도 있겠지. 하지만..."
리라 현이 깊게 울렸다. "그는 시간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소. 철처럼, 다이아몬드처럼..."

창밖으로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달빛이 술처럼 흘렀다.
시간이 미로를 그렸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미로인 한,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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