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게임실행 및 홈페이지 이용을 위해 로그인 해주세요.

시인의 마을 세오
[몽중인] - 하드마법사 2
799 2025.02.01. 03:30

몽중인. 03 - 하드마법사, 시간을 마시는 자
음유시인 욘의 기록

1부. 영원을 걷는 자의 그림자
2부. 시간의 잔을 비우며








달이 스스로를 마셔버린 밤이었다.

시간의 파편들이 공중에서 반짝였다.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역류했다.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시곗바늘은 녹아내렸다.

'잠든 시간의 술잔'에서 취객들이 두 번째 이야기를 기다렸다.
첫 번째 이야기가 남긴 여운이 아직 술잔에서 일렁이는 동안.

"영원이란..." 리라 현을 깊게 튕겼다.
"감옥일까요, 자유일까요?"

어둠 속에서 서큐버스의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창밖으로 까마귀 떼가 시계반대방향으로 날았다.

술잔에 담긴 달빛이 깊어져 갔다.

"그가 남긴 가장 오래된 기록이 있다고 하더군요." 늙은 학자가 중얼거렸다.
"시간의 감옥에서 빠져나온 최초의 죄수에 관한..."

리라 현이 울었다.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백 년 전의 어느 밤.

하드마법사는 시간을 마시기 시작했다.
책을 읽듯, 물을 마시듯. 하지만 시간은 책 보다 깊었고, 물보다 쓰렸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접히는 것."
그의 말이었다고 한다. "과거와 미래는 두 장의 종이처럼 맞닿아있지."

취객들이 술잔을 기울였다.
시계탑의 종소리가 거꾸로 울렸다.

알마게니움의 폐허에서 그는 첫 번째 진실을 발견했다.
무너진 도서관 깊숙한 곳, 시간의 문자로 쓰인 두루마리를.

"글자가 춤추듯 움직였다 하더군." 이야기는 깊어졌다.
"시간의 언어는 살아있는 것이었지..."

그는 읽지 않았다. 마셨다. 글자 하나하나를 술처럼 마셨다.
문자의 비밀이 혈관 속으로 스며들었다.

아틀란툼의 수중도시에서는 멈춰버린 순간들을 만났다.
푸른 심연 속에서 시간은 물거품이 되어 떠다녔다. 그는 진주처럼 빛나는 시간의 알갱이들을 모았다.

"물 한 모금에 백 년이 담겨있었다더군."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는 그 물로 새로운 술을 빚었지..."

히네스의 수정탑에서는 거울 속 미래를 보았다.
미래의 파편들이 거울 미로처럼 이어져있었다. 그곳에서 본 수정구슬은 응결된 시간의 눈물이었다.

오렌의 미궁에서는 길 잃은 과거들을 만났다. 시간의 실타래가 뒤엉킨 미로였다.
그는 실을 풀지 않고 매듭을 마셨다.

"미로의 중심에서..." 늙은 학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시간의 술들을 발견했다 하오. 과거와 미래를 발효시키는..."

밀레스의 고대 우물에서는 시간이 샘물처럼 솟아났다.
그는 우물 속에서 삼 일을 보냈다. 아니, 어쩌면 삼백 년이었을지도.

운디네의 영원한 겨울 속에서는 얼어붙은 시간을 녹이는 법을 배웠다.
얼음 조각 하나에 한 인생의 이야기가 갇혀있었다.

노엠의 불타는 사막에서는 시간의 모래시계를 발견했다.
모래알 하나가 흐르는 동안 별 하나가 태어나고 죽었다.

"그는 마법사들의 길을 거부했다지." 취객 하나가 중얼거렸다.
"시간을 지배하는 대신, 이해하기를 선택했다고..."

타고르의 숲에서는 나무의 시간을 배웠다. 천 년을 하루처럼 사는 나무들.
그들의 수액은 영원의 맛이 났다. 그는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늙은 학자가 말을 이었다. "레비아의 깊은 동굴에서...
시간의 근원을 찾았다 하오. 동굴 벽에 새겨진 최초의 순간들..."

"그곳의 벽화에는 시간이 술처럼 흘렀다 하더군." 리라 현이 깊게 울렸다.
"그는 벽을 핥았다 하오. 시간의 맛을 알기 위해..."

마사이의 폭포수는 시간을 씻어냈다. 사라센의 정원에서는 시간의 씨앗을 심었다.
칼레발라의 거울 호수는 영원을 비추었다.

"진정한 마법은..." 리라 현을 다시 튕겼다.
"시간이 되는 것이었지요."


-


그때였다. 서큐버스들이 하늘을 덮었다.

란셀교회의 종소리도, 마법사들의 주문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
그가 나타났다. 로브 자락에서 시간이 흘러내렸다.

"한 잔 하시겠소?" 그의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시간으로 빚은 술을..."

서큐버스들이 웃었다.
하지만 웃음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술을 마신 순간, 그들은 보았다. 자신들이 인간이었던 때,
저주받기 전의 순간을. 잃어버린 영혼의 조각들을.

"시간은 감옥이 아니라 거울이오." 그가 말했다.
"저주도, 구원도 그 안에 있지."

붉은 눈동자들이 갈색으로 물들었다.
날개가 재가 되어 흩어졌다.

도시에 다시 달빛이 내렸다.

리라 현이 끊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백 년은 족히 된 현이, 하필 이 순간에.

"끊어진 현도 이어질 수 있다오."
한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취객들이 고개를 돌렸다.
시간이 멈췄다.

촛불이 얼어붙었다.


-


언제 들어왔는지, 문 앞에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낡은 로브 자락에서 시간이 흘러내렸다.

노인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발걸음마다 시곗바늘 소리가 울렸다.

"영원이란..." 노인이 술잔을 들어 올렸다.
"모든 순간이 모여 춤추는 연회장이지요."

노인의 눈동자에서 백 년의 시간이 일렁였다.
끊어진 리라 현이 스스로 이어졌다. 달이 다시 하나가 되었다.

취객들은 숨조차 쉬지 못했다.
시간은 멈춘 듯했지만, 동시에 모든 방향으로 흘렀다.

노인은 미소 지었다. 수백 년의 시간이 그 미소에 녹아들었다.

"천 년의 시간이여..." 노인의 눈동자에서 영원이 반짝였다.
"이제 그대의 술잔을 나누어 마실 때가 되었구려."













To. 시간의 미로를 걷는 하드마법사에게
.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영원이라는 술잔 속에서, 당신의 발자국을 기다립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