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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추억의 아이템
952 2025.02.10. 04:27










아이템에 집착해본 마지막 기억이 언제였을까?

오늘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주제인 추억의 아이템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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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전설은 과금력에 따라 유저층이 구분되는 게임이다.

처음 정액제가 나왔을때는 물론,

캐시샵이 등장한 후에는 텔깃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승급과 비승급.

비교적 최근에는 저단 주차가 유행하며 잠시나마 저서열의 시대가 열리기도 했으니..



비록 게임을 즐기는 방법엔 차이가 있을지라도

각자의 재미를 찾게된다는 점이 어둠의 진정한 매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여러번 밝혔듯, 뤼케시온에 정착해 이벤트족의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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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둠에서 뉴비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내 기억속 과거의 어둠은 뉴비가 많은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의 유저가 1,2써클에 불과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 주위만 봤을테니 ㅎㅎ)



1써클은 입을 수 있는 의상이 굉장히 한정적이다.



기껏해야 셔츠, 블라우스를 제외하면 직업별 의상이 전부인 느낌?

캐시/이벤트 아이템이 거의 없었던 과거엔 더 그랬다.

너도나도 교복같은 옷을 입을 수 밖에 없던 시기.


같은 모습을 한 유저를 만나는 게 일상에 가까웠던 만큼

발에 치일 만큼 많은 1써클 속에서 개성을 뽐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유일하게 눈에 띄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망토]


배트맨셋, 크라운셋

하다못해 트렁크마저도 레벨제한 11이 걸려있는데

망토는 착용 레벨이 1이다..!


누구나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멋을 뽐내고 싶은 법.

어찌 탐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체험판 유저들에게 망토와 광산드레스는 최종 목적지와 같은 느낌으로

1써클도 착용할 수 있다는 메리트 덕분에

꽤 오랜기간 비싼 가격대를 유지했다.



망토를 낀 케릭터는 보통 창고 케릭이거나

혹은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능력의 상징이기도 했는데

(실제로 유명한 이벤트 킬러들만 이 망토를 입고 다녔다)


고작 10만원빵 이벤트를 풀고있던 나에게

망토란 아이템은 늘 멀게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보는 옷, 장난감, 게임기 등은

부모님에게 떼를 써서 사달라고 조를 수라도 있지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아이템은 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그래서 더 가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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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망토를 갖게 됐을까?

물론이다.


하루는 북아벨 은행에서 이벤트를 마치고 나오는데

처음보는 도적 지존이 내게 교환창을 걸었다.


교환창에 올라오는 그림록 퀸홀.

그리고 ok 사인.


???


나는 그렇게 망토보다 10배는 비싼 퀸홀을 얻게 되었다.

거짓말 같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거짓이 아님을 밝힌다.


자초지종을 알고보니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옆에서 구경하던 사촌 동생이 아이템을 누군가에게 넘겨주는 실수를 했고

마침 그곳에 있던 내가 로또에 가까운 확률로 퀸홀을 받은 것이다.



한동안 아이템을 돌려달라는 귓말에 마음 한켠이 불편했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진 못했다.

이미 탐욕에 눈이 먼 나는 퀸홀을 팔고 망토를 구매하기에 이른다.



스스로 얻은 아이템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망토를 입으면 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줄 알았는데

그 기쁨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고.. 또,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어둠의전설엔 테스트 서버의 클라이언트가 분리되며

한동안 하데스 붐이 일어났고

나는 케릭터를 구매하다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날리게 된다. (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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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웬만한 아이템은 마음먹으면 가질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질 수 없던 때를 그리워하고 있다.


영화를 처음 본 순간의 감동은 몇번을 다시봐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번씩 접속하는 어둠의전설..


밀레스 마을의 노점에서는 망토를 50만 골드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현실 가치로 따지면 100원짜리 동전만도 못한 것이다)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흐른 걸까..

나는 항상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역할일 줄 알았고

나에게 어둠의전설은 언제나 큰 호수와 같은 모습일 줄 알았건만..



세월의 무색함을 느끼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씁쓸한 감정이 들지만,

이 또한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겠지..


오래된 아이템은 그 가치를 잃은지 오래지만

내 추억은 바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작은 위안을 얻어본다.





여러분은 최근 망토를 입고 다닌 케릭터를 보신적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