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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몽중인] - 퀘스트 도우미 2
668 2025.02.19. 02:07

몽중인. 04 - 퀘스트 도우미, 미로의 인도자
음유시인 욘의 기록

1부. 나비의 증언
2부. 신들의 침묵













봄이 왔지만 꽃은 피지 않았다.

미로의 입구에 새겨진 글자가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 세상은 조용해졌다. 괴물도 사라졌고, 신들도 입을 다물었다.

피에트 잡화점 창가의 죽은 나비는 더 이상 숨 쉬지 않는다.
시계들은 제각각의 시간을 가리키다 멈춰버렸다.

유리병 속 나비들도 날개를 접었다.
마이소시아를 떠도는 것은 오직 침묵뿐.


-


밤마다 사람들은 꿈을 꾼다.

푸른 독을 품은 자이언트 맨티스가 마을을 덮치던 날의 꿈.
폭풍의 날개를 가진 에리얼이 바다를 가르던 순간의 꿈.

깊은 상처를 남기고 사라진 킹 아크퍼스의 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끝낸 자의 기도.


첫 번째 편지가 도착한 건 벚나무 가지가 부러지던 날이었다.

벚나무는 오래전 자이언트 맨티스와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숲의 유일한 나무였다.
가지는 바람 한 점 없는 날 부러졌다.

부러진 자리에서 붉은 수액이 흘렀다.
편지는 그 자국을 따라 피어났다.


'괴물은 우리 안에 있다

지금도 심장 속에서 숨 쉬며
언젠가 다시 깨어날 준비를 한다

그날, 자이언트 맨티스를 죽이지 않았어
독침의 푸른빛이 우리의 두려움이란 걸 알았으니까'


편지가 발견된 후, 피에트의 아이들이 이상한 놀이를 시작했다.
맨티스 놀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푸른빛 리본을 나눠가며. 두려움을 말할 때마다 리본은 색을 잃었다.


-


두 번째 편지는 해안 미로의 벽에서 피어났다.

이끼가 자란 자리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미로는 이제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입구는 열려있지만, 들어가려 하면 미로가 뒤로 물러났다.


'신들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애초에 우린 혼자였다

신이란 이름의 괴물을 만들어
우리의 불완전함을 가리려 했을 뿐

에리얼의 날개가 폭풍이 된 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슬픔 때문이야

폭풍의 언어를 들어보렴
그건 울음소리였어'


편지가 발견된 후, 폭풍이 불 때마다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다.
바람 소리가 달라졌다. 분노가 아닌 슬픔으로 들렸다.

에리얼을 사냥하던 이들이 모여 고백을 나누기 시작했다.
각자의 상처를, 각자의 슬픔을.


-


세 번째 편지는 꿈속에서 왔다.
모든 이가 같은 꿈을 꾸었다. 킹 아크퍼스의 눈을 들여다보는 꿈.


'내가 만난 첫 괴물은 거울이었어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
완벽하고 싶었던 불완전한 영혼

그래서 괴물을 만들었지
아크퍼스의 비늘은 우리의 거짓말로 만들어졌어

강해야 한다는 거짓말
두려움을 보여선 안 된다는 거짓말'


꿈에서 깬 후, 사람들은 거울을 모아 미로 앞에 쌓았다.
천 개의 거울이 천 개의 다른 모습을 비추었다.

깨어진 거울조각에 새로운 울림을 새겼다.
더는 숨기지 않는 울림들을.


-


네 번째 편지는 동쪽 경계의 무너진 봉인석에서 발견되었다.


'봉인은 도망이었어

우리 자신으로부터의 도망
네 개의 봉인은 네 개의 거짓

분노를 부정하는 첫 번째 거짓
공포를 외면하는 두 번째 거짓

배신을 감추는 세 번째 거짓
광기를 묻어둔 네 번째 거짓

하지만 도망친 곳에서도 발견했지

우리가 가진 건 이것뿐이란 걸
불완전함, 그게 우리의 전부'


편지가 발견된 후, 봉인의 파편을 가진 이들이 모였다.
파편에는 각자의 비밀이 새겨져 있었다.

더는 봉인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말의 다리를 놓기로 했다. 밤이 새도록.


-


다섯 번째 편지는 라미아의 독이 만든 웅덩이에서 피어올랐다.
독은 더는 푸르지 않았다. 투명한 눈물 같았다.


'라미아의 독은 진실을 녹여냈지
우리가 숨기려 했던 진실들

약하고 두렵고 불완전한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독은 거울이 되었어
진실을 비추는 거울'


여섯 번째 편지는 시간이 멈춘 오렌의 광장에서 발견되었다.
시계탑의 종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다.


'시간은 원처럼 돌지 않아
강물처럼 흐르지도 않아

시간은 우리가 만든 언어의 물결
멈추기도 하고, 거슬러 가기도 하고

때로는 수천 갈래로 나뉘어 흐르지

내가 걸은 일곱 걸음

첫걸음은 부정
괴물과 마주한 순간

둘째는 분노
무력함을 느낀 순간

셋째는 슬픔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

넷째는 후회
진실을 본 순간

다섯째는 수용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 순간

여섯째는 이해
서로를 마주한 순간

일곱째는...'


-


마지막 편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자이언트 맨티스가 살았던 포테의 숲에 새로운 나무들이 자랐다.
가지마다 푸른빛 꽃이 피어났다. 독을 품은 꽃이 아닌, 치유의 꽃으로.

에리얼이 가르던 뤼케시온 항구에서는 이제 폭풍이 아닌 노래가 들려온다.
밤마다 해안 사이로 별빛이 쏟아진다. 천 개의 슬픔을 담은 별빛.

아크퍼스가 잠든 소용돌이는 이제 미로가 아니다.
천 개의 바위로 만든 길이 되었다. 바위마다 다른 모습이 새겨진다.
모두가 지닌 그림자의 초상.

봉인이 있던 자리에는 새로운 마을이 생겼다. 이름은 없다.
이름이 필요하지 않은 마을. 모두가 자신의 진실된 소망을 말하는 마을.

라미아의 독이 만든 웅덩이는 샘이 되었다.
목마른 이들이 찾아와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간다.

독은 눈물이 되어 세상의 상처를 씻어낸다.


-


피에트 잡화점에 봄바람이 분다.

먼지가 피어오르고, 멈춰있던 시계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모두 같은 시간을 가리키며.

유리병 속의 나비들이 날개를 편다.
죽음에서 깨어나듯. 창가의 나비도 숨을 쉰다.

누군가 일곱 번째 걸음을 내딛는다.
어디선가 새로운 향연이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해
그래서 완벽해

우리는 모두 괴물이야
그래서 인간이야

우리는 모두 길을 잃었어
그래서 찾을 수 있어

이제 당신의 차례예요

당신의 일곱 번째 걸음은
어떤 운율을 만들어낼까요?'


시계들이 울린다. 이번에는 모두 함께.

새로운 시간이 시작된다.
우리 모두의 시간이.


-


마이소시아의 하늘에 새로운 별이 떴다.
일곱 번째 걸음을 비추는 별.

길잡이의 별이라고 했다.

길을 잃은 이들에게 빛을 비추는 별이라고.
우리 모두의 바람을 담은 별이라고.














To. 퀘스트 도우미
신들의 높은 곳에서 내려와, 우리와 함께 걸었던 당신에게.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