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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역설의 꽃
681 2025.02.22. 11:52


" 왜 그런 사람하고 어울립니까? "

날이 깃든 질문이다.
나와 상대의 관계를 정의하기 위해서 납득할만한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증명의 과정이자 연속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관계의 선택이라는 자유를 박탈한 채, 인정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가?


" 그 길드는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

개인에서 단체로 영역의 확장이다.
이번에도 나는 그 집단과 소속감에 대해서 관철시켜야만 한다.

증명하지 못한다면 우리들은 범법자와 같은 혐오의 시선을 품에 안은 채, 나아가야 하는 것인가?


" 그동안 쌓아 올린 제 경력으로 당신의 선택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

귀납법이라도 전개하려는 듯, 이어진 발언에 이제는 웃음이 났다.
비판과 비난과 비방의 차이도 모르는 자의 어설픈 궤변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잠시 간 침묵을 유지했다.
대답을 바라는 상대의 눈을 차분하게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

" 입력과 출력이 없는 고립된 시스템에서, "

알 수 없는 말들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 엔트로피는 정지하거나 증가한다. "

그리고 동시에 공연에 실패한 마술사처럼, 무언가 적힌 카드가 그의 아래로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질문하고 비방했던 이의 오물로 점철된 과거가 담겨 있는 메세지.

" 방이 덥다고 문을 닫은 채, 냉장고 문을 열면 과연 시원해질까요? "

질문을 받은 자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승천하지 못한 채, 강 아래 고여 있던 이무기의 역린을 건드린 것처럼.

" 닫혀있는 시선과 사고에 잠식된 채, 진실이라고 내뱉은 것은 진리로 치환될 수 없습니다. "

그리고 가까이 다가간다.

그럴듯 해보이는 셔츠에 그의 이름이 적힌 화려한 장식의 명찰이 보인다.
그것을 떼어내고 금방 떨어진 트럼프 카드를 주워 대신 앞주머니에 꽂아주었다.

" 모순이라는 껍질을 벗겨내 은폐되지 않은 진실을 피워내는 것. "

깨닫나 싶었지만 결국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시선.
무수히 많은 시간과 착오를 겪고 나서야 결국 서서히 보이게 되겠지.

" 나는 그것을 역설의 꽃이라고 표현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무엇보다 명확하고 선명한 진리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