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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Horror Castle
674 2025.03.02. 23:29


" 정신차려, **야! "


날카로운 질책에도 그의 목소리가 도무지 와닿지 않는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5서클이 되었고, 다같이 지존으로서 첫 무대에 발걸음을 내딛었을 뿐이었다.
간신히 헬무기와 장비를 갖추어 왔을뿐인데, 여기는 마치 거울의 방과도 같았다.


" 아니잖아요. 헤헤, 분명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고요. "


" 무슨 소리야! 이 녀석들은 전부 영혼이 없는 몬스터들이라고! "


그럴 리가 없다.

그토록 고생해서 만든 헬피닉스크로어부터 헬씨프아머까지 우리와 같은 5서클의 지존들이었다.

그때 한층 더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동료가 외치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절대 자리에 이탈하지마. 우리가 장비를 갖춘 것은 녀석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야.. "


자신있게 그리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목소리는 공포에 젖은 듯,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이것들만 잡으면 문지기에 도달할 수 있을거야. "


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목표라는 보물을 위해 서로를 유린하듯, 그렇게 반복된 형식으로 끊임없이 죽여나갔다.
그렇게 끝이 보이는가 싶더니, 그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우리와 같은 인간들인데, 녀석들을 사냥해서 색이 같은 보석들을 모으라고 한다.


" 하하, 정녕 이것이 그대들이 목표했던 것인가요? "


그러자 리더로서 지시를 내렸던 날카로운 목소리의 그가 그녀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쥐며 되묻는다.


" 그럼 네 년이 대답해봐. 거기에서 다같이 포기하고 죽는 것이 정답이었던가? "


거칠게 몰아붙이는 그에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우리가 믿을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그 마음뿐이야, 이 던전이 끝이 보이기까지 그 마음! 절대 잃지마. "


이윽고 던전의 끝에 마주서게 되었다.

지금까지 목숨을 잃은 동료만 파티의 3할이었다.


육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친 이들에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 뭐야.. 엄청난 괴물이라도 있는줄 알았다고. "


" 그저 넓은 광장일 뿐이잖아? "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성직자의 그녀도 주위를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것도 없다는 단순한 시각적 분석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껏 이성의 끈을 놓칠뻔한 것만 수차례이거늘,
더 이상은 끔찍한 살육의 현장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 때 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펴지기 시작했다.


" 여기까지 도달한 용사들이여, 보상은 한명에게 주어질뿐이다, 그렇기에 싸워서 서로의 증표를 빼앗아라. "


그 말을 이해하는데까지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마치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
방금까지 등뒤로 서로의 목숨을 의지했던 이들이, 목덜미에 칼날을 겨누기 시작했다.

선혈이 튄다.
잘려나간 팔뚝에서 튀어나온 것들이 온 몸을 붉은색으로 수놓기 시작한다.


" 아하하하하, "


정신이 무너질뻔한 그녀에게 이 장면은 그 무엇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완성한 모래성을 내 손으로 무너뜨리는 심정이랄까,
더 이상 그녀에게는 두려울 것도 잃을 것도 없었다.


" 꺄하하하, "


스태프를 들어 마력의 힘을 개방한 채로, 방금까지 동료로 불려왔던 그들을 살육하기 시작했다.
그 때 아직까지 살아남은 전사가 옆에 있던 그의 동료에게 물었다.


" 선배, 대체 뭡니까, 저 여인. 방금까지만 해도 두려워서 벌벌떨던 것을.. "


그러자 선배라고 불린 이가 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이 곳에선 가장 절친했던 친우를, 동료를, 스승을, 그리고 가족을... 그 어떠한 행위도 허용되는 곳이다. "


그리고 결단에 찬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잊지마라. 이 곳은 호러캐슬(Horror Castle)이다. "


그러나 그것은 그가 생전에 외쳤던 마지막 외침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