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게임실행 및 홈페이지 이용을 위해 로그인 해주세요.

시인의 마을 세오
경청(傾聽)
747 2025.03.13. 01:28









나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군대에서 처음 배웠다.

전혀다른 맥락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

그리고 거기서 적응하는건 온전히 나의 몫.


운동이나 게임처럼 남자라면 누구나 관심 가질만한 주제도 있지만

반대로 남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분야에 관심을 둔 사람도 꽤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순수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하지만 관심사가 아닌 일에 경청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인내심이 짧은 20대 초반의 남자들이 모이는 곳은 오죽할까.


선,후임과 시간을 보내며 한가지 알게 된 건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입대한 나에겐 그 일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상대방이 말하는 분야에 대해 알지 못해도 괜찮다.

순수하게 경청하면서 내가 아는 부분만 말해도 상대방은 큰 호감을 보인다.

그냥 듣기만 하는 것으로도 생각보다 쉽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


나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으로 원만한 군 생활을 보냈고

모르는 사람과 가까워지는 일에 큰 자신감을 얻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



어둠의전설을 처음 할 땐 아는 게 없으니 남의 말에 집중하게 된다.

게임의 정보는 물론이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는 것마저도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일상을 공유하는 일…

그건 비록 게임이지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였고

우리가 온라인 게임에 푹 빠지게 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마찬가지로 시인의 마을을 처음 접했을 땐

마치 읽지 않은 만화책이 즐비한 만화방에 온 것만 같았다.


한두개만 읽어도 이렇게 재밌는데

이런 글이 이렇게 많다고?

한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게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게임에 할애할 시간은 줄어들고

우리는 남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여유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던 커뮤니티의 모습이 조금씩 변해가고…

짧지만 자극적인, 소모성이 높은 글로 채워지는 모습을 보며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게임을 잘 알게 될수록 게임 이야기에는 내가 더 잘 안다는 오만함에 빠지기도 하고

타인의 일상을 들어도 그걸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남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순수하게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없는 것.

그것이 게임이 변했다고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시인의 마을과 게임 커뮤니티가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이유도 역시 단순하다.

우리에게 여유가 없어서.



-



이렇게 내가 하고싶은 말과 글을 적는 와중에도

반대로 나는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인 적이 있었나… 사색에 잠겨본다.


다른 유저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게임에 돌아올 이유를 잃는 것이 아닐런지..


누구보다 커뮤니티를 좋아하고, 많은 소통을 했던 나역시 변한 모습을 보며

우리도 게임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낀다.



-



당장 엄청난 시간이 생겨, 마음껏 게임을 할 수있는 환경이 주어진다고 해도..

마음의 여유만큼은 그때와 같을 수 없겠죠.

그 사실이 조금 슬픈 것 같습니다.. T_T




여러분들은 남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계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