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착한제국은 이벤트용 케릭터로 올힘으로 키우는 게 당연했지만
위즈부터 찍은 내 변덕 덕분에 4년 뒤, 무료화가 이루어지며 성장의 꿈을 갖게 된다.
2) 리시브가 있을 땐 언제든 직업을 바꿀 수 있었기에, 호기심에 시작한 법-전이라는
특수 직업이 착한제국의 최종 직업이 될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
3) 비승의 종착지인 12/10을 달성한 케릭터는 전역 후 승급을 생각하게 되고
마나 10만의 전사가 승급하는 기이한 광경을 연출하게 된다.
4) 승급후에는 케라작이라는 사냥법이 발견되며, 격수에겐 극악의 난이도였던 어빌리티를
순식간에 50까지 돌파하는 천운을 맞이하는데..
5) 쉽게 얻은 건 그만큼 쉽게 잃는다고 했던가.
퀵던전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며 그 어빌리티는 가치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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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제국 케릭터와 오랜 기간 함께하면서,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내가 예상했던 일보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 훨씬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두 가지 꼽는다면 역시 05년 무료화와, 17년 간담회다.
어둠의전설의 무료화는 당시에도 꽤 떠들썩한 이슈였지만
체험판 유저들과 오랜 기간 함께해온 나에겐 주변의 관계가 모두 정리되는 시기였다.
설상가상으로 이루어진 마을 리뉴얼 패치에선 모든걸 잃는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한동안 어둠의전설에 접속하며 새로운 게임을 하는듯한 낯선 감정을 느꼈다.
2017년의 운영자 복귀는 지금 돌이켜봐도 꽤 극적인 면이 있는데,
수년간의 없데이트로 게임이 망한다는 위기감 속 기적처럼 올라온 공지 한 줄.
이어진 진정성이 담긴 다양한 패치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다 죽어가던 게임이 1년 뒤,
강남 한복판의 호텔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워낙 게임을 열심히 하던 시기였기도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 게임을 응원한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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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변화와 별개로, 인간 관계에서도 정말 많은 일들을 겪곤 했는데.
수년간 함께해온 지인과 사소한 일로 사이가 멀어지기도 하고.
정말 오랜 시간 싸워온 이들과 단기간에 친해진 경우도 있었다. (진짜로 싸우면서도 정이 든다)
가까운 이가 갑자기 게임을 떠나는 경우도 많았고,
생각치도 못했던 사람과 인연이 닿아 큰 감동을 받을때도 있었다.
콘솔 게임에서는 아무리 레어한 일이 벌어져도, 그것이 상정 내의 범위라면
온라인 게임에서는 가끔 내가 상상치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재밌었다.
그런 우연의 연속에서 특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에 우리가 온라인 게임을 좋아한 게 아니었을까.
돌이켜보면 시인이 된 과정도 우연에 가까웠는데
햇수로 11년이란 세월을 지나, 스스로 물러난지 6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17년동안 이곳에 글을 쓰고 있는 것 자체로 이미 기적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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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화를 거쳐, 연공의 전설을 지나 핵과 프로그램의 시대가 오기도 하고.
퀵던전 업데이트로 게임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재미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만큼은 여전히 그대로더군요.
업데이트에 일희일비하는 건 당연한 과정이지만
지나고보면 다 찰나에 불과한 순간이니까 너무 마음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제 황혼기에 다다른 게임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생각치 못한 변화가 찾아올 거고,
그 속에서 또 우연을 가장한 다양한 일들이 생기겠죠.
비록 그땐 제가 이 게임의 주역일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 게임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여러분에겐 어떤 우연이 있으셨나요?
개인적으론 유학을 가며 연락이 끊겼던 지인이, 거의 10년만에 보내준 편지가 기억에 남네요.
10년이란 세월 속에서도 저의 존재를 잊지 않았다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그리고 실제로 만나 첫눈에 반해 연인 관계로 발전했던 친구도 기억나는데요.
헤어진뒤엔 어둠이 한동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ㅋㅋ) 잘 지내는지도 궁금합니다.
앞으로 이 게임에서 얼마나 더 많은 우연을 경험할 수 있을지..
저에겐 이제 그럴만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지만,
사람 일에 절대라는 건 없기에..
기적처럼 다시 이 게임과 가까워지는 날이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다려 봅니다.
25년이란 글자가 낯설게만 느껴졌는데 벌써 4월 말이네요.
일교차가 큰데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