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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열정
508 2025.06.28. 09:19






중학생 시절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타자 대회가 열린적이 있었다.


내 타자 실력을 아는 친구들은 모두 우승자는 정해졌다며 웃었지만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은 법!

3학년 형들의 실력을 알 수 없었던 나는 내심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결과는?

나는 긴글 타자검정으로 치뤄진 대회에서 900타의 성적을 내며

2등의 600타와는 비교도 되지않는 압도적인 차이로 금상을 수상하게 된다.

(짧은 글도 아니고 긴 글 900타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중학생이라고 해봐야 어른들의 눈에는 꼬맹이에 불과한데

타자 천타를 넘기고 있으니 학교에선 신동이 나왔다며 난리가 났는데..


한동안 연예인이라도 된 것처럼 관심을 받았지만

반대로 반복되는 진로 상담 시간은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단 말이지.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순수하게 내 힘으로 인정 받았던 순간은

아직까지도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


어떻게 타자가 늘었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나는 차마 "어둠의전설 초성 이벤트를 잘하고 싶어서요" 라고 말할 수 없었다. ㅋㅋ;


그때는 뭐라도 홀린 것 마냥 초성 이벤트에 미쳐 있었다.

게임에 접속하면 수많은 경쟁자들이 이벤트 게시판을 분단위로 체크하고 있었고

그렇게 생긴 이벤트족은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치열한 경쟁을 이어갔다.


돌이켜보면 게임에서 많은 재화를 얻는 것보단,

그 무리 내에서 인정을 받는 일에 무엇보다 큰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세오 서버를 넘어,

어둠의전설의 모든 서버를 탐방하며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고

(당시만 해도 서버별로 고정된 시간에 운영자 이벤트가 있었다)

치열한 경쟁을 수년간 반복한 끝에..


어느새 착한제국은 꽤 이름을 날리는 이벤트 킬러가 되어 있었다.



지금와선 어디에 말하기조차 민망하고,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지만..

우리가 갖고 있었던 순수한 열정만큼은 진짜였고

0.1초를 위해 수년을 함께 노력한 친구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뤼케시온의 특수기술사범 집에서 팀을 나눠 연습했다)



무엇보다 무언가에 열중할 수 있었던 순수한 열정. 그리고 자유로운 시간이

내가 어둠의전설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게 아닐런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도

이 게임의 어떤. 무언가 한 부분에 미쳐 열중했던 시간이 분명 있었을 거다.

그게 사냥이 됐건, 야배가 됐건. 단순한 장사나 친목일지라도.


뚜렷한 목표를 두고 열정을 바친 시간은

굉장히 빛났던 순간으로 느껴질 테니까.


비록 게임일지라도..

그 시간은 분명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



게임을 즐겁게 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언제나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초성 이벤트를 하던 시절에는 최고가 되기 위해서.

처음 시인이 됐을 땐 유명해지고 싶다는 불순한 생각을 갖기도 했고. ㅋㅋ;

비승 케릭터를 키우면서는 12/10 법전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운영자의 복귀 후에는 승급 케릭터 육성에 대한 미련, 그리고 방송에 대한 욕심까지.



누군가에겐 한낱 게임일 뿐이지만

그 안에서 만든 열정만큼은 진짜였다는 걸

새로운 것에 노력하기 쉽지 않은 나이가 되어 느낀다.



하지만 마이소시아의 착한제국에게는 더 이상 목표가 없다.

이제와 케릭터를 육성하기엔 지쳤고

무엇보다 열정이 남아있지 않은 걸..


언젠가 다시 착한제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날이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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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인 활동만큼은 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쉽진 않네요. ㅎㅎ

무엇보다 시인은 소통과 공감으로 이루어지는 자리인데, 편지를 받을 수 없으니 허전하더라구요.


제가 계속 과거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다음 주제는 여러분에게 맡겨보려 합니다.

제 케릭터인 [빗밤]으로 다음 쓰여질 글의 주제를 보내주세요. (편지)

간단하게 10글자 미만의 단어를 보내주시면 그 주제로 글을 작성해볼게요!



시인의마을에 대한 관심이 예전같지 않다는 걸 잘 알지만

그럼에도 이 공간을 지키는 시인분들, 독자분들이 있는 것만으로 큰 위안을 얻습니다.


추억의 장소나 공간이 항상 과거처럼 빛날 순 없겠지만,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큰 위로가 되더라구요.


여러분들에게 어둠의전설이란 게임이 그렇듯

이 공간도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치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25년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네요. 다들 다가오는 여름 건강관리 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