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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시인의 마을
447 2025.07.19. 21:21






첫 만남


여러분은 시인의 마을을 어떻게 접하셨나요?

저는 어린 시절 어둠의전설과 더불어 스타크래프트1을 즐겼는데요.

밀리엔 관심 없었지만 유독 유즈맵을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뭘 해도 즐거웠던 시기라 저글링 블러드만 해도 시간가는 줄 몰랐죠.


그중 [레퀴엠]이라는 이름의 맵이 있었습니다.

약 1시간동안 6시 방향에서 올라오는 몬스터를 협동해 막는 단순한 맵으로

생각보다 사람이 들어오지 않아 속상해하던 중 딱 한분이 저와 게임을 해주셨어요.


처음엔 전멸을 반복했지만, 계속되는 리방끝에 결국 클리어를 눈앞에 두게 됩니다.

게임이 끝나가는데 그분이 채팅을 쳐주셨던 기억이 나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함께 게임해줘서 고맙다", "짧은 시간이지만 즐거웠다"라는 메세지 였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그 말엔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딱 한번 보고, 다신 못 볼 사이인데도 진심이 담긴 인사를 들으니 뭉클하더라구요.


그렇게 스타를 마치고 어둠을 킨 저는 여운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시인의 마을에 처음으로 글을 작성해 봤어요.

별다른 내용은 없었고 이런 일이 있었는데 감동적이었다. 정도의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이 올라가지 않더라구요. 처음엔 버그인 줄 알았습니다. -.-;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곳이 특별한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란 걸 알게됐죠.

이 사건을 계기로 저는 시인의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전성기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시인의 마을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게임 이야기로 가득했던 시절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게임 이야기란, 밸런스나 게임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유저 한명 한명이 각자 이 게임의 플레이어로서,

그 사람만이 경험한 각자의 모험담을 적은 글을 의미합니다.


간단한 예로 [냉정과열정]님이 쓰신 글을 보면 엄청난 흡입력이 있죠.

초창기 어둠의전설이란 게임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 사고와 비리,

나아가 당시 인물들이 겪은 심리와 행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화가 가진 힘은 그 어떠한 글로도 대체할 수 없음을 느낍니다.

한 사람이 게임을 가장 열심히 한 시기에, 찬란하고 강렬하게 빛났던 순간들.

그 시간은 아무리 잘 꾸며낸 소설로 대체한다 한들 비교가 될리 없거든요.



재밌게 읽은 글을 하나 더 꼽자면 [피핑톰]님의 펜펜이라는 글이 있는데요.


제가 이 글을 블로그에 추천 글로 올려둔 적이 있는데

전혀 다른 게임으로 유입되신 분이 우연히 읽으시곤

"게임 내용을 전혀 모르는데도 이렇게 재밌는 글은 처음이다"며 수차례 극찬을 하시더라구요. (괜히 뿌듯)



저는 [페리위그]란 글로 시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쓰고 난 뒤엔 앞으로 어떤 글을 써도 이 글을 뛰어넘긴 어렵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시보면 맞춤법도 엉망에 참 허접한데도..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있어요.


특별한 경험은 쉽게 오지않기에 특별한 거잖아요. 다시 올리 없다는 걸 잘 알았던거죠.



자. 그럼 현재로 돌아와

지금 게임에서 저런 모험담이 나올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겁니다.

무작정 현재 게임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너무 많은게 변했습니다.


유저들의 연령대부터 느낄 수 있는 감성도 범위도 다르죠.

무엇보다 우리에겐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남아있질 않아요.

안타깝지만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의 범위는 계속해 줄어들 겁니다.



저는 현실적으로 시인의 마을이 예전과 같은 위상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들은 많이 나오겠지만

더 재밌는 글이 나오긴 힘들거든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치 마력이 담긴 그런 명작은 쉽게 나오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최근에 게임을 다시 하셨거나, 과거 시인의 마을에 관심이 없으셨던 분들에게는

유명 시인분들의 글을 한번은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재밌는 글이 많으니까요.





마치며



반년 전의 현자/시인 선발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고 누가 되어야 한다. 누구는 안된다. 뽑는 의미가 없다. 반응도 가지각색 이었죠.


하지만 현재 시인의 마을에 그정도의 관심은 없습니다.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에도 미치지 못할만큼 낮은 조회수를 보이고 있구요.

안타깝지만 이 공간은 예전처럼 빛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부정적인 이야기를 적었는데요.

사실 이 공간을 맡고있는 한명의 일원으로서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시인의 마을을 어떻게 채워야 할 것인가"



[정보 공유]라는 뚜렷한 방향이 있는 현자의 마을과 달리

시인의 마을은 시인 한명, 한명이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이 공간을 채우곤 합니다.


저는 훌륭한 글, 잘 쓰여진 글 보단.. 여전히 재밌는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제가 그런 경험을 토대로 이 공간을 동경했던 것 처럼..

그런데 말이죠.

그 글을 적을만한 소스가 없어요. 이미 다 적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어떤 글을 쓸 수 있냐는 물음에 망설임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부족하겠지만 앞으로도 포기는 하지 않고 종종 글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게임내에서 생기는 작은 고민이지만

여러분과 공유하면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솔직히 적어 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순간이 있으셨나요.

각자의 가장 빛났던 순간을 혼자 간직하기보단 가끔 들려주시길..

글을 쓰는 건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ㅎㅎ





* 현재 착한제국 케릭터는 편지를 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주제 추천도 좋고, 저와 소통하고 싶으신 분들은 [빗밤] 케릭터로 편지를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저번에 아이디를 적었더니 정말로 20년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어둠은 참 신기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