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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秘」뤼케시온의 검은 장갑 - 2
2462 2025.10.31. 21:51

秘, 루어스의 비밀 문서고


















세오력 73년, 하지기 셋째 날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는 데는 사흘이 걸렸다.

뤼케시온은 해안의 깊이만큼이나 비밀이 많았다.
루딘의 대전쟁 시기. 이곳은 테네즈의 편에 섰고, 패배 후 많은 것이 불탔다.

족보가 사라졌고 기록이 지워졌다. 살아남은 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항구에는 기억하는 자들이 있었다.

‘소금 자국’이라는 이름의 선술집.
부두 끝자락, 썩은 나무 냄새와 생선 비린내가 뒤섞인 곳에 자리했다.

선원들이 모이는 곳이었고, 선원들은 기억이 좋았다.
뱃길을 외우려면 기억력이 필요했고, 기억력이 좋은 자들은 육지의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주인은 ‘피르타’라는 이름의 늙은 여자였다.
한쪽 눈이 백태로 뒤덮여 있었고 손가락이 두 개 없었다. 폭풍에 배가 뒤집혔을 때 잃었다고 했다.

“벨리사에 대해 묻는 거요?”

그녀는 탁자를 닦으며 물었다.
손에 든 행주는 소금기로 뻣뻣했다.

“그렇습니다.”

“돈을 내시오.”

나는 은화 세 닢을 탁자에 놓았다.
피르타는 재빨리 집어 치맛자락에 넣었다.

“벨리사는 가명이오. 본명은 엘리사.”

그녀는 술잔에 독한 술을 따랐다.
나는 마시지 않았다. 다리가 불편한 몸으로 술을 마시면 넘어지기 쉬웠다.

“칼레온 가문의 서녀요. 인정받지 못한.”

칼레온.
이 도시를 킨셰어 전까지 지배하던 그 집안.
해상 교역으로 큰돈을 벌었고 통일전쟁 전까지 뤼케시온의 항구를 장악했다.

“칼레온 백작의 딸입니까?”

“서녀라고 했잖소. 어머니는 ‘오베론의 노래’라는 선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던 여자였소.
집시 출신이었죠. 목소리가 좋아서 선원들이 많이 찾았소. 칼레온 백작도 그중 하나였고.”

“그래서?”

“그래서 아이가 생겼소. 백작은 은화 몇 닢 쥐여주고 떠났지.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팔 년이 지나자 양심이 괴로웠던 모양이오. 아이를 저택으로 데려갔소.”

“정실부인은?”

“칼레온 부인은 독한 여자였소.”

피르타는 술을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거칠었다.

“아이를 저택에 들였지만 방을 주지 않았소.
부엌에서 자게 했소. 하녀들과 함께. 여덟 살짜리 아이를.”

나는 은화 하나를 더 꺼냈다.
피르타는 집어넣지 않고 탁자에 그대로 뒀다.

“아이는 부엌에서 일했소. 설거지, 청소, 불 때기. 겨울에는 추웠고 여름에는 더웠소.
손이 망가지기 시작했소. 뜨거운 물에 데고, 칼에 **고, 비늘을 벗기다 찢어지고.”

“그 손이…”

“지금 그녀가 장갑으로 가리는 그 손이오.”

그녀는 탁자 위의 은화를 집어 들었다.

“열두 살 때 일이 터졌소. 칼레온 백작이 파산했소.
킨셰어의 통일전쟁에서 어둠의 전설 연합에 섰다가… 맞소.
루딘과 패권을 다투던 테네즈 연맹과 같은 이름이지. 당신도 잘 알지 않소?

그리곤 패배 후 자금을 다 날렸죠. 빚쟁이들이 몰려왔고 저택의 모든 것이 팔렸소.
가구, 그림, 보석, 심지어 하인들까지.”

“엘리사도?”

“당연하지. 서녀니까.
팔리기로 했소. 북부의 노예 상인에게.”

나는 숨이 막혔다. 북부의 노예 상인.
그들은 아이들을 사서 광산이나 밭에 팔았다. 대부분 스무 해 전에 죽었다.

“하지만 팔리지 않았지.”

“왜입니까?”

“극장 주인이 샀으니까.
‘이보르’라는 사내였소. ‘비늘의 전당’을 운영하는.”

피르타는 빈 잔을 내려놓았다.

“이보르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소. 부엌에서 노래하는 걸.
혼자서, 아무도 듣지 않는데. 비범함을 느꼈는지, 그래서 샀소. 노예 값보다 비싸게 주고.”

“얼마에?”

“금화 오십.”

금화 오십이면 작은 저택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열두 살의 노예 아이에게 그만한 돈을 준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이보르는 미쳤소. 하지만 확실히 귀는 좋았지. 그 아이가 뭔가 특별하다는 걸 알았던 거요.
처음엔 코러스였소. 뒤에서 다른 가수들을 받쳐주는. 하지만 삼 년이 지나자 주역이 됐소.
열다섯에. 그리고 지금, 스무 살에, 뤼케시온에서 가장 비싼 가수가 됐소.”

“대가가 있었겠군요.”

“목소리요.”

그녀는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

“노래하면 할수록 목이 망가지오. 치유사들이 경고했소.
그만두라고.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지. 멈출 수가 없었으니까.”

“왜 멈출 수 없었습니까?”

피르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백태로 뒤덮인 한쪽 눈이 거품처럼 하얗게 빛났다.

“노래하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으니까요. 목이 막히니까.
그게 저주요. 무대 위에서만 사는 저주.”


-


세오력 73년, 하지기 일곱째 날


나는 매일 밤 극장에 갔다.

벨리사는 매일 밤 무대에 섰다. 같은 드레스, 같은 장갑, 같은 노래.
하지만 매번 달랐다. 목소리의 높낮이, 팔의 각도, 시선이 머무는 곳.

무대는 반복이었지만,
안에는 무수한 변주가 있었다.

나는 그렸다. 목탄으로, 연필로, 붓으로.
무대 위의 그녀, 분장실의 그녀, 극장 뒤편 부두에 홀로 서 있는 그녀.

매번 다른 각도에서 다른 빛으로. 하지만 그릴수록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물 위에 비친 달과 같았다. 잡으려 하면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일곱째 날 밤, 공연이 끝나고 나는 분장실에 갔다.
문은 열려 있었다. 벨리사는 거울 앞에 앉아 장갑을 벗고 있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장갑이 천천히 벗겨졌다.
목에서 시작해 팔뚝을 타고 내려가 손목을 지나 손가락 끝까지.

검은 벨벳이 살갗에서 떨어질 때마다 쉬익 하는 소리가 났다.
땀에 젖은 천이 피부에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

마침내 장갑이 완전히 벗겨졌다.
그녀의 손이 드러났다.

화상 자국이 손등을 뒤덮고 있었다.
붉고 울긋불긋한 상처들이 서로 겹쳐 먹물처럼 번져 있었다.

손가락 마디마디는 굳은살로 뒤틀려 있었고 손톱은 깨지고 일그러져 있었다.
검지 끝은 잘려나간 것처럼 짧았고, **손가락은 구부러진 채 펴지지 않았다.

벨리사는 그 손을 바라봤다.

오래, 움직이지 않고. 거울 속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눈이 달랐다. 무대 위에서 본 적 없는 감정이 안에 있었다.

… 혐오.
자기 자신에 대한.

“저를 보고 있군요.”

그녀는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문 밖에 서 있었지만 거울에 비쳤다.

“죄송합니다. 노크를 했어야…”

“괜찮아요. 어차피 보여줄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녀는 손을 들어 올렸다.
양초 불빛 아래 상처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보세요. 이게 진짜예요. 무대 위의 검은 장갑이 아니라.”

나는 들어갔다. 목발을 짚고 그녀 옆에 섰다.
거울 속에 우리 둘이 나란히 비쳤다. 불구와 불구.

“그려도 됩니까?”

“물론, 그러려고 보여준 거예요.”

나는 종이를 펼쳤다.
목탄을 집었다. 손을 그리기 시작했다.

상처 하나하나, 굳은살 하나하나, 일그러진 손톱 하나하나.
아름답게 그리지 않았다. 숨기지 않았다. 진실만을 그렸다.

벨리사는 말없이 지켜봤다.
한참 후 입을 열었다.

“왜 화가가 됐어요?”

“… 그림밖에 못 그려서요.”

“농담으로 들리는데요.”

“농담이 아닙니다.”

나는 그리는 손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몸이 약했습니다. 말 타기도, 검술도, 사냥도 못 했습니다.
마법에도 재능이 없었고… 아버지는 실망했고 형제들은 비웃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게 그림뿐이었습니다.”

“그림을 좋아했나요?”

“아니오. 그림은 도피였습니다.
현실에서 도망치는 방법이었습니다.”

목탄이 종이를 긁었다. 상처의 윤곽이 드러났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 열여덟에 궁정 화가가 됐고,
이십에 왕실 수석 화가가 됐습니다. 모두가 제 그림을 원했습니다.
아름답게 그려달라고. 거짓을 그려달라고.”

“그들의 말을 따랐나요?”

“해달라는 대로 모두 해줬습니다. 삼 년 동안.”

나는 그림을 멈췄다.
마디가 망설임에 부딪힌다.

“그러다 사고가 났습니다. 계단에서 넘어졌습니다.
낙마도 아니고, 그냥 걷다가 넘어졌습니다.
다리가 부러졌고, 무슨 이유인지 뼈가 제대로 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기로?”

“추방당했습니다. 루어스는 불구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름다움을 담아내야 하는 화가가 불구라는 것은 모욕이었으니까요.”

나는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의 곡선, 굳은살의 질감.

“그래서 이곳에 왔습니다. 뤼케시온.
마이소시아의 끝과 같은 이 항구에. 그리고 당신을 만났습니다.”

“왜 저를 그립니까?”

“당신이 진실이니까요.”

벨리사는 웃지 않았다.
거울 속 얼굴이 창백했다.

“… 진실은 추해요.”

“아름다움은 거짓이라고 했습니다.”

“맞아요. 하지만 진실은 아파요.”

그녀는 손을 내렸다.
양초가 깜빡였다.

“이 손으로 부엌일을 했어요. 뜨거운 냄비를 들고, 설거지를 하고, 바닥을 닦았어요.
일곱 살부터 열두 살까지. 오 년 동안. 손이 망가지는 걸 느꼈어요.

피부가 두꺼워지고 손톱이 깨지고 손가락이 굳어지는 걸.
하지만 멈출 수 없었어요. 멈추면 굶으니까.”

“지금은 다른가요.”

“지금?”

그녀는 장갑을 집어 들었다.
검은 벨벳이 축 늘어졌다.

“지금은 다른 이유로 숨겨요. 수치 때문이 아니라 장사 때문에.
관객들은 아름다운 손을 보고 싶어 해요. 상처 입은 손이 아니라.
그래서 장갑을 껴요. 검은 장갑. 목까지 올라오는.”

그녀는 장갑을 다시 끼기 시작했다. 천천히, 의식처럼.
손가락 하나하나에 벨벳을 씌우고, 손목을 감싸고, 팔뚝을 덮고, 목 아래까지 끌어올렸다.
상처가 사라졌다. 검은 어둠이 전부를 덮었다.

“이제 다시 벨리사예요. 엘리사가 아니라.”

“차이가 있습니까?”

“엘리사는 죽었어요. 열두 살에. 노예로 팔릴 뻔했을 때.
벨리사는 그 뒤에 태어났어요. 무대 위에서만 사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간조였다.
바다가 물러가고 있었다.

“다 그렸어요?”

“아직입니다. 한 번 더 봐야 합니다.”

“그럼 내일 또 와요. 꼭요.”

“약속합니다. 반드시 오겠습니다.”

나는 문으로 향했다.
뒤돌아** 않았다. 문턱을 넘을 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안드로.”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네.”

“진실만을 그려준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그럼 약속하세요.
아름답게 그리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고마워요. 정말로.”

목소리가 작았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무대 위의 맑은 목소리가 아니라 쉰 목소리. 진짜 목소리.

복도를 나서며 뒤돌아봤다.
분장실 문 틈으로 빛이 새어 나왔다.

그 안에서 그녀는 거울을 보고 있을 것이다.
장갑 낀 손으로 목을 쓰다듬으며.

약속을 지켜야 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

밖에서 파도 소리가 들렸다.

만조가 차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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