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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실패
2411 2025.11.07. 03:45









[실패했습니다]

단순한 스킬 사용부터 중요한 아이템 제조/까지..

어둠의전설을 하다보면 은근히 쉽게 볼 수 있는 실패라는 단어.

오늘은 실패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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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전설에서 실패라는 걸 처음 느꼈던 때는 언제였을까.

아마 중학교 시절이 아닐까 한다.

나는 입버릇처럼 초성 이벤트를 하던 시절이 가장 그립다 이야기하지만

정말로 그 시절 인연이 나를 기억해줄때면 마음 한켠에 생기는 부끄러운 감정을 감출 수 없다.

말 한마디 한마디 사이에 욕설을 섞지 않은적이 없고

안하무인이라는 말만큼 나를 잘 설명해줄 단어가 없을 만큼

남들을 배려하지 못한 채 게임을 했다.



물론, 그런 나를 떠난 사람도 많았지만 당시엔 상관 없었다.

내가 만든 [초성레이]라는 길드는 이벤트 유저들 사이에선 절대적인 기준이 됐고

그런 사람들쯤 없어도 나를 따르는 동생들은 워낙 많았으니까.

무료화가 이루어진 뒤, 유저수가 늘어나며 어둠의전설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고

한동안 내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는 법.

철없던 학생들에게 슬슬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마을 리뉴얼이 이루어지면서..

내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내 편을 들어줄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예전만큼 내 눈치를 보/지 않게되니 더 솔직한 감정과 행동을 보였고

가깝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사실 나를 싫어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어린 나이에 멘탈이 강해봐야 얼마나 강했겠는가.

나는 결국 게임을 떠나게 됐다.

이게 부끄럽지만 내가 어둠의전설에서 겪은 첫번째 실패다. -_-;


온라인 게임은 결국 누군가와 이어져 있기에 즐거운 것인데..

내가 한창 거들먹거리며 남들을 무시할 때

누군가는 상처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착한제국 케릭터를 하지 못하고,

초성 이벤트가 더 열리지 않는 것보다

함께했던 이들에게 인망을 얻지 못했다는 게 그 무엇보다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나의 옛 모습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에겐 고마운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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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실패는 아무래도 케라작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군대를 전역한 후 돌아온 어둠의전설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다양한 핵과 프로그램이 게임의 질서가 됐고

이동 속도를 올려주는 스피드 핵이 없으면 사냥을 가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경쟁 게임을 누구보다 좋아했던 나는 외부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반감이 엄청 큰 상태였다.

오히려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능력자라며 찬양하는 커뮤니티의 분위기.

고집이 강했던 난 그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적의를 마구 드러냈다.

(이때 많은 유저들과 싸운 기억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운영자가 복귀하고, 케릭터 육성을 진지하게 고민할때쯤..

눈 앞에는 너무나 쉽게 어빌리티를 올릴 수 있는 케라작이 있었다.


외부 프로그램을 그렇게 부정했던 나인데,

케라작으로 어빌리티를 올리면 그건 내 신념을 반하는 일이 된다.


하지만 운영자의 복귀와 더불어 앞으로의 업데이트를 생각하면

어빌리티를 올려두는 것이 현명한 일..


며칠의 고민끝에 나는 결국 어빌리티를 쉽게 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마음속엔 비겁한 변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나 이렇게 올리는데 나만 어려운 길을 선택하고 있었을 뿐이야"

"이제는 이게 정상인 거잖아?"



하지만 구차한 변명이 뭐가 필요하랴.

나는 욕심에 진 것이고, 한입으로 두말을 했다고 손가락질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내 소신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왜 잘난듯 남들에겐 쉽게 이야기 했을까..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부끄러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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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자존심을 앞세워 댓글을 수십개씩 다는 키배도 해보고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몇시간이고 싸웠던 기억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한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자신이 했던 말을 100% 지키며

모든 이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은 없을거라 확신할 수 있다.


비록 게임이지만 부끄러운 모습도 결국 나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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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겐 어떤 실패가 있으셨나요.

지나고보면 그 길었던 시간들이 찰나에 가까운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게임내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 의미를 잃기 마련이더라구요.


결국 남는건 즐거운 기억과

사람들인 것 같네요.


부끄러운 행동으로 실패를 경험해도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이어가며

새로운 시작을 하게되는 게 온라인 게임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부디 저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시는 분들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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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월이 됐습니다.

작년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인을 신청했는지 기억이 생생한데 이렇게 시간이 흘렀네요.


25년의 제 시인 활동은 두말할 것 없는 실패였습니다.

처음 글에서 밝혔듯, 어둠의전설과 더 멀어지지 않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시인 활동만큼은 내가 잘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거든요.


하지만 최근 며칠간 글을 작성해보려해도 글이 쓰여지지 않더라구요.

게임을 하지 않는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안타깝지만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과거의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더라구요.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게 특별히 잘못된 건 아니지만

오로지 그것만이 반복된다면 그건 문제라 생각합니다.


저는 시인의 마을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더 적을 이야기가 많지 않네요. 욕심이 앞섰나 봅니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와, 많은 활동을 기대해주셨던 분들에겐 죄송한 마음입니다.

내년에는 이 권한을 내려놓고 한명의 독자로 돌아갈게요.



저는 영원히 어둠의전설을 하는 청춘일 줄 알았는데. 시간이 너무 너무 빠르네요.

인풋과 아웃풋을 생각하고

내가 이 게임을 했을때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무엇을 잃어야 하는지

계산기를 먼저 두드리고 있는 제 모습이

이미 게임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나이가 아님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씁쓸하지만 이 또한 현실이니 받아들여야겠죠.




환절기 지독한 감기에 걸리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