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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秘」크리스마스의 전설 - 1
543 2025.12.12. 19:05

秘, 루어스의 비밀 문서고

크리스마스의 전설 -
어둠의 달 이야기



















[문서고 관리인 서문]


마이소시아에서 한 해의 마지막 달은 ‘어둠의 달’이라 불렸다.

밤이 너무 길어,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기 그림자조차 잃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또 어떤 이들은 이 시기를 ‘빛의 귀환’이라고 불렀다.

가장 깊은 어둠이 바닥까지 가라앉는 순간,
빛이 다시 길을 되찾아 돌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두 이름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았다.
겨울이라는 건 원래, 서로 반대의 것들이 기묘하게 포개져 버리는 때니까.

이 문서들은 모두 그 모순의 계절에 쓰였다.

세오력 20년대, 정복왕 루딘의 전쟁이 겨우 진정을 찾고
마이소시아 전체가 피로와 침묵 위에 앉아 있던 시절이었다.

첫 번째는 타고르 마을에 남은 과부의 증언이고,
두 번째는 지하 감옥에서 겨울을 견디던 소년의 기록이며,
세 번째는 민간에 떠돌던 설화를 주워 담은 채록본이다.

한 해의 끝에서,
또 다른 시작을 더듬던 사람들의 겨울 이야기.

어둠이 길었고, 빛은 멀었으며,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전설들이 조금씩 숨을 얻던 시간.





[문서 시작]


1. 가장 긴 밤의 촛불


그 해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타고르 마을 사람들이 기억하는 가장 긴 겨울이었다.
해는 오후 네 시면 지고, 다음날 아침 여덟 시가 되어야 다시 떠올랐다.

기나긴 어둠 속에서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흐려졌다.
과부 메리엔은 그 어둠 속에서 촛불을 켰다. 매일 밤, 죽은 남편을 위해서.


-


카렌은 반역자였다.

어둠의 전설 연합에 가담해 정복왕 루딘에 맞서 싸우다 죽었고,
창에 찔려 쓰러졌으며, 시신은 까마귀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삼 년 전의 일이었다.

타고르 마을 사람들은 카렌이 누굴 위해 싸웠는지 잊지 않았다.
루딘의 깃발이 마을 광장에 걸린 지 삼 년이 지났지만,
메리엔의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촛불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제 집 문을 닫았다.

우물가에서 그녀를 마주치면 말을 거두었다.
교회에서는 아무도 그녀 옆에 앉지 않았다.

세 번째 겨울이 왔을 때,
메리엔의 집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카렌이 전쟁터로 떠나기 전 손수 지은 집이었는데,
벽의 흙은 비에 씻겨 얇아졌고 지붕의 기와는 군데군데 깨져 있었다.

장작도 나흘 전에 떨어졌다. 마을의 나무꾼은 더는 그녀에게 장작을 팔지 않았다.
그녀는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촛불 앞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 끝이 시렸다. 발가락은 감각이 없었다.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밖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촛불은 작았다. 하지만 방 안을 밝히기에는 충분했다.
불꽃이 숨을 쉬듯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그림자만이 벽 위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이소시아 사람들은 한 해의 가장 긴 밤에 죽은 이를 위해 촛불을 켠다.
불이 꺼지면 영혼이 길을 잃는다고 믿었다. 어둠은 이름을 지우고, 돌아올 길을 삼켜버린다고.

메리엔은 촛불을 바라보며 남편의 손을 떠올렸다. 거칠고 상처투성이었던 손. 검을 쥐었던 손.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졌을 때, 떠나기 전날 밤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을 때, 유독 차갑던 그의 손끝.

삼 년이 지났다.
메리엔은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어떤 장면들이 남아 있었다.

장터에서 빵을 살 때 주인이 빵을 집어던지듯 건넸던 날. 거스름돈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녀가 허리를 굽혀 동전을 주울 때 아이들이 돌을 던졌다. 작은 돌. 다치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웃으며 달아났다. 어른들은 말리지 않았다. 메리엔은 빵을 들고 일어섰다.
동전은 그대로 두고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유독 멀게 느껴졌다.

문을 닫고 나서야 울음이 터져 나왔다. 소리를 죽이려 베개를 입에 물었다.
베개가 젖었다. 그날 밤 그녀는 빵을 먹지 못했다.

우물가에서의 날도 있었다. 여름이었다.
해가 뜨겁게 내리쳤고, 메리엔은 물동이를 들고 우물로 갔다.

다른 여자들이 이미 거기 있었다. 수다를 떨고 있었다. 메리엔이 다가가자 대화가 끊겼다.
하나둘 물동이를 들고 떠났다. 마지막 여자가 떠날 때 메리엔과 눈이 마주쳤다.

그 여자는 침을 뱉었다. 메리엔의 발 앞에.
메리엔은 우물가에 혼자 남았다.

교회에서의 날들. 신부는 열정적으로 설교했다.

정복왕 루딘의 통일은 신의 뜻이며, 어둠의 전설 연합에 가담한 자들은 신의 심판을 받았고,
그들의 가족은 심판받아 마땅하니 회개해야 한다고.

메리엔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눈물이 무릎 위로 떨어져 얼룩이 졌다.
아무도 그녀를 바라** 않았다. 미사가 끝난 뒤 사람들이 떠날 때, 메리엔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

빈 교회에서 혼자. 촛불들이 제단 위에서 타고 있었다. 그녀는 그 촛불을 보며 생각했다.
카렌의 영혼도 어딘가에서 촛불을 보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어둠 속에서 길을 잃었을까.

밤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카렌의 빈 옷을 안고 잠들려 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의 냄새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옷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났다.

그래도 그녀는 놓을 수 없었다. 이것만이 그녀에게 남은 전부였다.
빈 신발. 빈 침대. 빈 벽. 검이 걸려 있던 자리에는 못 하나만 남아 있었다.

메리엔은 밤마다 그 못을 바라보았다. 카렌이 검을 들고나간 날을 떠올렸다.
그가 문을 나설 때 뒤돌아** 않았던 것을. 그녀가 부르지 않았던 것을.
만약 그때 불렀다면. 만약 그때 붙잡았다면.

하지만 만약은 없었다.
카렌은 떠났고 죽었으며, 돌아오지 못했다.

-

카렌이 떠난 것은 봄이었다.
어둠의 전설 연합이 마이소시아 곳곳에서 깃발을 올렸을 때였다.

타고르 마을의 젊은 남자들이 모였다.
테네즈를 따를 것인가 루딘을 따를 것인가. 마을은 둘로 갈라졌다.

카렌은 테네즈를 선택했다. 루딘에게 굴복하느니 차라리 싸우겠다고.
메리엔은 그를 말렸다.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루딘의 군대는 강하고 우리는 약하며 싸워봐야 죽을 뿐이라고.

카렌은 대답했다. 그래도 싸워야 한다고.
이 땅은 조상들이 물려준 것이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떠나기 전날 밤,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일 년이면 돌아올 것이라고. 전쟁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메리엔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의 손이 차가웠다. 봄인데도 시리던 그의 손. 그녀는 그때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알고도 말하지 못했다. 그를 붙잡으면 그는 평생 그녀를 원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을 놓았다. 카렌은 떠났다.
검을 차고, 갑옷을 입고, 마을의 다른 남자들과 함께. 어둠의 전설 연합을 따라.

전쟁 소식은 계절마다 달라졌다.

봄에는 승리의 소문이 왔다. 테네즈가 루딘의 군대를 물리쳤다고, 곧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여름에는 침묵이 왔다. 아무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메리엔은 이 침묵이 더 두려웠다.

가을에는 패배의 그림자가 왔다. 루딘이 반격에 성공했다고, 어둠의 전설 연합이 후퇴하고 있다고.
겨울이 왔을 때 모든 것이 끝났다. 정복왕 루딘이 승리했고, 테
네즈의 어둠의 전설 연합은 패배했으며, 저항군은 항복하거나 죽었다.

카렌은 돌아오지 않았다. 메리엔은 기다렸다.
한 달, 두 달, 석 달.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에는 소식이 전해졌다. 저항군은 전멸했다고.
항복하지 않은 자들은 모두 처형당했다고. 시체들은 까마귀의 먹이가 되었다고.

메리엔은 그제야 알았다. 카렌은 죽었다는 것을.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시체도 없었고, 그를 묻어줄 방법도 없었다. 그녀는 죽음조차 제대로 애도할 수 없었다.

눈보라가 거세졌다. 바람이 집의 벽을 흔들었다.
창문 틈으로 눈발이 새어 들어왔다. 촛불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메리엔은 담요를 더 꽉 끌어안았다. 이 추위에 촛불만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은 위험했다.
얼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촛불을 끌 수 없었다.

이것만이 카렌과 그녀를 이어주는 유일한 것이었다.
불이 꺼지면 그는 완전히 사라질 것 같았다. 기억마저 어둠 속에 묻힐 것 같았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한밤중이었다. 바람이 문을 때리는 소리일까.
하지만 소리는 다시 들렸다. 천천히, 규칙적으로, 세 번.

메리엔은 고개를 들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 시간에 누가 찾아온다는 것인가.
한 해의 가장 긴 밤,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밤중에.

손을 문고리에 얹었을 때 쇠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문을 열었다.

눈보라가 얼굴을 때렸다.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 낡은 망토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두건 아래로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이 보였다. 사십은 넘어 보였다.

눈가에 깊은 주름이 파여 있었다. 입술은 추위에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는 말없이 서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메리엔은 그의 허리를 보았다. 검을 차고 있었다.
낡았지만 손질이 잘 된 검. 전사의 검.

그녀는 한 발짝 물러섰다. 그리고 문을 더 열었다.
이 눈보라에 사람을 내쫓는 것은 죽음을 선고하는 것과 같았다.

남자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망토를 벗어 문 옆에 걸었다.
눈이 바닥에 떨어져 녹으며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그는 여전히 검을 차고 있었다.

메리엔은 문을 닫았다. 바람 소리가 차단되자 방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촛불만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냈다. 파르르, 파르르.

남자는 촛불 앞으로 걸어갔다. 무엇인지, 촛불에 이끌리듯이.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불꽃을 바라보았다.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 깊은 것이 새겨져 있었다. 단순히 여행에 지친 것이 아니었다.
삶 자체에 지쳐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전쟁을 겪은 사람의 얼굴. 살아남은 자의 얼굴.

메리엔은 뒤에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어깨가 넓었다.
카렌과 비슷했다. 망토는 낡았지만 한때는 좋은 것이었으리라.

전사의 망토. 남자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손에는 오래된 상처가 있었다. 검지와 중지 사이, 검을 쥐었을 때 생기는 상처.
카렌에게도 분명 같은 상처가 있었다.

남자는 망토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작은 천 주머니였다. 그는 그것을 촛불 앞에 놓았다가 잠시 멈췄다.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메리엔에게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손이 그것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그것을 손에 쥐고 있었다.

내보이기가 두려운 것처럼.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촛불 앞 바닥에 놓았다.

반지였다.

낡고 녹슨 철 반지.

메리엔은 숨이 멎었다. 무릎의 긴장이 풀렸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반지를 향해 뻗었다. 하지만 닿지 못했다. 두려웠다. 만지면 사라질 것 같았다. 꿈이 깨질 것 같았다.

그녀는 그 반지가 무엇인지 알았다. 알 수밖에 없었다.
결혼할 때 그녀가 카렌에게 준 반지였다. 철로 만든, 값싼 반지.

은이나 금을 살 여유가 없어서 대장장이에게 부탁해 만든 것.

하지만 카렌은 그것을 소중히 여겼다. 전쟁터에 갈 때도 빼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그것이 여기, 그녀 앞에 놓여 있었다.

손이 움직였다. 저절로. 반지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쇠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새삼 놀라웠다. 이렇게 작은 것이 이렇게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이.

반지를 눈 가까이 가져갔다. 안쪽에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그가 새겨준 글씨. ‘카렌에게, 메리엔으로부터.’ 글씨는 거의 지워져 있었지만, 여전히 읽을 수 있었다.

눈물이 떨어졌다. 반지 위로. 소리 없이. 삼 년 만에 처음 흐르는 눈물이었다.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반지를 가슴에 안고선 흐느꼈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소리를 죽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삼 년 동안 참았던 울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남자는 기다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촛불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그의 몸도 떨리고 있었다. 무릎 위에 놓인 손이 떨리고 있었다.

메리엔은 울음을 멈췄다.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얼굴을 들어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촛불을 보고 있었다. 그의 옆얼굴이 보였다.

남자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소리 없이. 촛불 빛에 반짝이며.

메리엔은 입을 열어 무언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이 메었다.
그녀는 다시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카렌의 반지. 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있었던 것.

밤은 깊어갔다. 눈보라는 계속 울부짖었다. 하지만 방 안은 조용했다.
촛불만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냈다. 파르르, 파르르. 규칙적으로.
불꽃이 천천히 작아지고 있었다. 심지가 짧아지고 있었다.

메리엔과 남자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촛불 앞에. 두 사람 사이에는 반지가 놓여 있었다.
아니, 이제는 메리엔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놓지 않았다. 놓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한 시간일 수도 있고 두 시간일 수도 있었다. 밖에서는 눈보라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바람 소리가 작아졌다. 창문을 때리는 눈발도 잦아들었다.

촛불이 더 작아졌다. 불꽃이 흔들렸다. 심지가 거의 다 타들어갔다.
메리엔은 촛불을 바라보았다. 곧 꺼질 것이다. 그러면 어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남자가 일어나 망토를 집어 들었다. 어깨에 걸쳤다. 눈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녹지 않은 눈. 그는 메리엔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남자의 눈에는 무언가 있었다.
슬픔도 후회도 아닌,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용서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용서를 주는 것도 아닌, 그저 소중한 이와 함께 있었다는 것.
같은 고통을 겪었다는 것. 같은 사람을 잃었다는 것.

메리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이 이미 전해졌다. 반지를 통해. 눈물을 통해. 침묵을 통해.

남자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메리엔은 일어서지 않았다. 촛불 앞에 앉은 채 그를 지켜보았다.

남자는 문을 열었다. 찬 바람이 밀려들어왔다. 눈은 그쳤다. 이어 밖이 보였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 별이 보였다.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남자는 밖으로 나갔다. 문턱을 넘어 눈 위를 걸어갔다.
발자국이 찍혔다. 하나, 둘, 셋.

그는 한 번도 뒤를 돌아** 않았다.
그저 앞으로 걸어갔다. 마을 끝을 향해. 어둠 속으로.

메리엔은 일어나 문으로 갔다. 그를 지켜보았다. 그의 형체가 점점 작아졌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발자국만이 남았다. 눈 위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

그녀는 문을 닫았다. 방 안으로 돌아왔다. 촛불은 거의 꺼져가고 있었다.
불꽃이 마지막으로 한 번 크게 타올랐다가 작아졌다. 더 작아졌다. 그리곤 꺼졌다.

어둠이 왔다. 하지만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다. 창문으로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별빛. 그리고 눈이 반사하는 빛.

메리엔은 창가로 갔다. 밖을 내다보았다.
새벽이 오고 있었다.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손에는 반지가 쥐어져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입술에 갖다 댔다. 차가웠다.
카렌의 입술은 따뜻했는데. 하지만 괜찮았다. 이것으로 충분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메리엔은 반지를 목에 걸었다. 작은 끈을 찾아 반지를 꿰었다. 목에 걸었다.
반지가 가슴 위에서 흔들렸다. 따뜻했다. 그녀의 체온으로 따뜻해졌다.

새벽이 왔다.
눈은 완전히 그쳤다. 하늘이 맑았다.

별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해가 곧 떠오를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날 아침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메리엔의 집 앞에서 교회까지 이어지는 발자국이 있었다.
새로 내린 눈 위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 하지만 돌아오는 발자국은 없었다.

신부는 그날 아침 성당 문 앞에서 검 하나를 발견했다.
낡았지만 손질이 잘 된 검.

검 옆에는 작은 나무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고,
십자가에는 이름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카렌.'


-


타고르 마을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해의 가장 긴 밤,
죽은 자가 산 자를 찾아온다고.

그리고 그 만남 이후,
산 자와 죽은 자 모두 평화를 얻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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