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 루어스의 비밀 문서고
-
애송이 성직자들을 위한 생존법
대주교 몰래 보는 신성 마법 주석 ㅡ
前 아벨 대성당 수석사제 바르둔의 낙서 노트
서문을 대신하여ㅡ
이 노트를 손에 넣은 그대는 아마도
이제 막 기름칠한 머리칼을 찰랑이며 성직자의 길에 들어선 이겠지.
수도원의 번지르르한 대리석 회랑에서 돌아가지 않는 머리통으로 교본을 달달 외우고,
촛불 아래서 고매한 신학 논쟁을 벌이며,
선배 사제들의 지루한 설교에 '거룩한 척'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하구먼.
하지만 미리 말해두건대,
세상은 그대들의 하얀 사제복만큼 깔끔하지 않다네.
던전의 눅눅한 곰팡이 냄새, 전장의 고약한 피비린내,
빈민가의 지독한 시궁창 악취 속에서는 신학적 논쟁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없기 때문이지.
그곳에서 필요한 건 심오한 교리가 아니라, 신속한 판단과 정확한 주문,
그리고 가끔은 입을 닥치고 손부터 움직이는 요령이라네.
나는 반세기를 이 바닥에서 굴렀네.
드래곤의 숨결에 수염을 태워 먹기도 했고, 역병을 고치려다 내가 먼저 죽을 뻔했으며,
왕의 고해를 듣다가 그 추잡함에 귀를 씻고 싶었던 적도 있지.
하지만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은 농부의 곪은 상처를 짜내고, 술꾼들의 싸움을 말리며,
미망인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었네. 내 눈엔 그게 진짜 성직자의 일로 보이더군.
이 노트는 공식 교본이 아닐세.
대도서관 구석에도 못 낄 물건이고, 깐깐한 대주교가 봤다간 당장 내 은퇴 연금을 삭감하려 들겠지.
그저 한 늙은 사제가 귀한 후배들에게 남기는 생존 지침서일 뿐이라네.
내 부끄러운 실수담과 뼈저린 후회,
그리고 가끔은 신성모독으로 오해받을 만한 농담도 섞여 있을 테니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게나.
평생을 이 짓으로 먹고살다 보면 경건함만으로는 뒷목이 뻣뻣해서 못 버티는 법이니까.
자, 그럼 잔소리는 이쯤 하고 시작하겠네.
-
[1써클]
: 쿠로
오늘날까지 성직자로 굴러먹으며 가장 지겹게, 하지만 가장 많이 내뱉은 주문이라네.
화려한 빛의 기둥이 솟구치지도 않고,
죽은 자가 벌떡 일어나는 기적도 없는 아주 심심한 마법이지.
하지만 이 심심한 주문이야말로 우리 밥줄의 본질이자,
성직자가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구먼.
이 주문은 아주 기특하다네.
손톱 밑에 박힌 가시부터 굶주린 늑대에게 긁힌 상처까지, 웬만한 건 다 메워버리거든.
마나 소모도 쥐꼬리만 하고 실패할 확률도 낮아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신참들에게 가장 먼저 주입하는 주문이기도 하지.
보통 의욕만 앞선 신참들은 이 '치유'라는 단어에 취해서 엉뚱한 데 힘을 빼곤 한다네.
내 동기 중 하나는 길가에 부러진 나무에 대고 하루 종일
쿠로를 외우다가 마나 고갈로 기절한 적이 있었지.
다시 말하지만, 쿠로는 '생명체'의 살점을 붙이는 마법이라네.
무생물이나 마력을 원동력으로 움직이는 골렘들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
아니, 효과가 없기만 하면 다행이지.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마나 역류로 코가 비뚤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게나.
전장이나 던전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것보다, 일상에서 이 주문을 더 자주 쓰게 될 걸세.
낫질하다 손가락을 벤 농부나 대장간 불똥에 발등을 덴 견습공,
장터에서 소매치기를 쫓다 자빠진 상인이 그대들의 주 고객이지.
이 사람들은 신의 위대한 섭리 따위엔 관심 없다네.
그저 당장 내일 밭을 갈 수 있게 손가락만 붙여달라고 울며 매달릴 뿐이야.
그들의 흙먼지 묻은 상처를 어루만지며 살을 붙여주는 것,
그게 바로 거창한 신학보다 백배는 가치 있는 성직자의 진짜 과업이지 않겠나.
교단의 교본에는 "신의 뜻을 전파하고 기적을 행하여 영혼을 구원하라."
라고 아주 번드르르하게 적혀 있네만, 실상은 좀 다르다네.
우리는 대단한 기적을 행하는 술사라기보다 '수선공'에 가깝지.
찢어진 살을 기어주고, 아픈 이의 손을 잡아주며, 옆에서 넋두리를 들어주는 사람.
거창하지 않아도 그거면 충분하네.
아, 그리고 꼭 한 놈씩 있더군.
술을 진탕 퍼마신 다음 날 숙취로 머리가 깨질 것 같다며 쿠로를 써달라는 멍청이들 말이네.
내가 장담하는데, 효과 전혀 없네. 나도 젊은 시절에 수백 번 해봤거든.
숙취는 육체의 부상이 아니라,
그대의 어리석은 선택에 신이 내리는 아주 공정하고 정당한 벌이라네.
그냥 맹물이나 들이켜고 하루를 꼬박 앓는 게 유일한 구원이지.
이것 또한 신의 깊은 뜻이라 생각하고 달게 받아들이게나.
-
: 디렌토
무장을 흐물흐물하게 만드는 저주, '렌토'를 씻어내는 주문이라네.
이 렌토라는 놈은 아주 고약하지. 단단해야 할 철갑옷을 젖은 종잇장처럼 만들고,
믿음직한 방패를 썩은 판자때기처럼 바꿔놓거든.
단단해야 할 것이 녹아내릴 듯 출렁거릴 때의 공포는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네.
갑옷이 아니라 내 가슴팍이 뚫려있는 것 같은 환각을 주니까 말이야.
그대에게 조언하건대,
머릿속에 든 지식 중에 다른 건 몰라도 이 디렌토만큼은 뇌리에 박아두고 현장에 나가게나.
이건 기초 중의 기초인 '해제' 마법이지만, 실전에선 생존과 직결된다네.
렌토에 걸린 동료를 멍하니 구경만 하는 성직자는 파티의 재앙이나 다름없지.
나도 예전에 디렌토 하나 준비 안 해서
전사한테 멱살 잡히고 던전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신참들을 여럿 보았네.
신성모독이니 뭐니 따지지 말게.
동료의 목숨줄인 갑옷이 녹고 있는데 입만 나불대는 사제는 매가 약이니까.
렌토가 정말 무서운 건 뒤끝이 길다는 점이라네.
제때 풀어주지 않으면 무구 자체가 영구적으로 망가져 버리지.
금속은 녹슨 못처럼 부스러지고 가죽은 쉰내 나는 걸레가 되어버린다네.
오래전 북부 국경에서 만난 한 기사는 정말 눈물 없인 볼 수 없었지.
렌토에 걸린 줄도 모르고 미련하게 한 달을 버티더니,
어느 날 아침 갑옷을 입으려 손을 대자마자 그 귀한 미스릴 갑옷이 모래성처럼 주저앉더군.
대대로 내려오던 가보(家寶)를 허무하게 날려 먹은 걸세.
그 기사가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로 갑옷 가루를 자루에 담을 때,
나는 옆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네. 그런 상황에선 "기도합시다." 같은 번드르르한 말보다,
그저 곁에서 함께 침묵해 주는 것이 훨씬 깊은 위로가 되는 법이지.
명심하게나. 전장에 나가기 전,
다른 화려한 기적은 잊어도 동료의 무장을 지킬 디렌토만큼은 반드시 숙지하게.
동료들에게 지팡이로 머리통을 얻어맞고 싶지 않다면 말일세.
결국 우리가 지키는 건 쇳조각이 아니라,
그 쇳조각에 의지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이라는 걸 잊지 말게나.
-
[2써클]
: 벨라르모
집중력을 바짝 끌어올려 주는 초급 축복 마법이라네.
시전하는 순간 세상의 온갖 잡음이 썰물처럼 가라앉고,
오직 눈앞의 일에만 시야가 좁혀지며 정신이 벼려지는 기분이 들지.
마법 자체는 기초 중의 기초지만,
이걸 받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로 나타난다네.
검사들은 "적의 칼끝이 춤추듯 느릿하게 보인다."며 허세를 부리고,
손재주 좋은 도적들은 "바람이 귓가에 자물쇠의 빈틈을 일러준다."며 시인이 되곤 하지.
노련한 마법사들은 평소라면 꼬이기 쉬운 복잡한 스펠 음절들이 제 발로 자리를 찾아간다고들 하더구먼.
저마다 가진 재주를 극한으로 밀어붙여 주는 셈일세.
재미있는 건, 이 주문이 전장보다 일상에서 더 대접받을 때가 많다는 거라네.
삐끗하면 수백 년 된 기록을 망치는 필경사나,
섬세한 세공을 하는 장인들이 특히 나를 괴롭히곤 했지.
예전에 큰 연회를 앞두고 수석 주방장이 새벽같이 달려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적이 있었네.
평소엔 칼 하나로 곰도 잡을 것 같던 양반이 손을 덜덜 떨더군.
"사제님, 제발 벨라르모 한 번만!
전하의 연회인데 칼질 한 번 삐끗했다간 제 목이 먼저 접시에 올라갈 판입니다!"
그 눈빛은 진심이었네. 나는 그 절박한 요리사에게 벨라르모를 걸어주었고,
연회는 무사히 끝났지. 사흘 뒤 내 방으로 배달된 송로버섯 파이는 단연코 내 사제 인생 중 최고의 맛이었네.
나는 답례로 "신의 인도 덕분입니다."
라고 점잖게 편지를 보냈지만, 사실 그건 사제식 예우였네.
파이는 그 영감의 손맛이 만든 것이고,
벨라르모는 그저 그가 제 실력을 온전히 쏟아붓도록 옆에서 툭 밀어준 것뿐이니까.
그대여, 기억하게나.
우리의 축복은 없던 능력을 만들어내는 요술이 아니네.
그저 두려움에 가려진 인간의 재능을 다시금 선명하게 닦아내주는 일이지.
누군가 자신의 일에 온 마음을 다하려 할 때,
그 간절함을 응원해 주는 것 또한 성직자의 기분 좋은 책무라네.
하지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네.
술 취한 자에게는 절대로 벨라르모를 걸어주지 말게나.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해서 없던 판단력이 생기는 건 아니거든.
예전에 술 취한 궁사 놈이 하도 껄떡대길래 한 번 걸어줬더니, 아주 자신만만하게 시위를 당기더군.
그리고 그 화살은 정확하게... 내 귓바퀴를 스치고 지나가 벽에 박혔다네.
집중력만 좋아진 취객은 그저 '더 정교하게 사고를 치는 바보.'일뿐일세.
그날 이후로 나는 술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주문 대신 찬물 세례를 퍼붓는다네.
그게 그자와 나,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진정한 축복일 테니까 말이야.
-
: 쿠라노
'쿠로'의 상위 버전이자, 본격적인 치유 마법의 시작이라네.
뼈가 허옇게 드러날 정도로 깊게 파인 상처도 꾸덕꾸덕하게 붙여버리는 주문이지.
살점이 지렁이처럼 꿈틀대며 차오르고, 터진 혈관이 실타래처럼 엉키며 새 살갗이 덮이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산전수전 다 겪은 나조차 가끔 소름이 돋곤 한다네.
'아, 신께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참 지독하리만큼 질기게 빚어놓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거든.
이 쿠라노의 특출난 점은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이네.
덕분에 체면과 얼굴값을 중시하는 귀족들이 아주 환장을 하지.
몇 해 전이었나, 오빠들의 철없는 칼싸움을 말리다
뺨이 쫙 갈라진 남작 영애가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찾아온 적이 있었네.
"사제님, 제 얼굴에 조금이라도 흉이 남으면 전 파혼당할 거예요!
제 인생은 여기서 끝이라고요!"
이들의 눈엔 사교계 무도회가 세상의 전부처럼 보일 테니 절박함도 이해는 가더구먼.
나는 조용히 한숨을 삼키며 정성스럽게 쿠라노를 얹어주었네.
이틀 뒤, 그 아이는 매끈해진 볼을 만지며 콧노래를 부르곤 돌아갔지.
보답을 한다길래 성직자 체면상 한사코 거절했기 했지만서도ㅡ
남작 가문에서 보낸 기부금으로 교회 지붕을 고쳤으니, 나름대로 밥값은 톡톡히 한 셈이지.
하지만 세상에는 흉터를 보물처럼 여기는 이들도 있다는 걸 잊지 말게나.
한 번은 험악한 칼자국을 훈장처럼 달고 사는 노련한 용병을 치료해 준 적이 있는데,
내가 쿠라노를 시전하려 하니 손사래를 치며 막아서더군.
"사제님, 쿠라노 말고 그냥 싼 '쿠로'로 대충 붙여주쇼.
이 흉터가 내 밥줄이자 이력서인데, 피부가 매끈해지면 애송이들이 우습게 보고 덤빈단 말이오."
그의 말도 일리가 있더군.
어떤 이에게 흉터는 지우고 싶은 수치지만,
누군가에겐 거친 삶을 버텨냈다는 증명서니까 말일세.
성직자는 찢어진 살점을 붙일 수는 있어도,
상처에 새겨진 한 사람의 인생까지 멋대로 재단하고 지워버려선 안 된다는 걸 그때 깊이 깨달았네.
물론 쿠라노가 모든 고통을 잠재우는 만능은 아니라네.
십 년 넘게 묵은 골병이나 세월이 쌓아 올린 만성적인 통증 앞에서는 이 위대한 마법도 힘을 못 쓰지.
허리가 굽은 늙은 농부에게 쿠라노를 쏟아부어 봤자,
사흘만 지나면 다시 "아이고 삭신이야." 소리가 나오기 마련일세.
그럴 때 농부들이 "이것도 제 팔자지요."라며 허탈하게 웃으면,
나 같은 노사제는 그저 묵묵히 곁을 지킬 뿐이지.
그대여, 기억하게.
우리는 신이 아니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고통받는 이의 상처를 조금 더 부드럽게 다독여주는 것뿐이라네.
이 명백한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기적의 힘에 취해 오만함에 빠지지 않는 첫걸음임을 명심하게나.
-
: 디바르도
2단계 무장 약화 저주인 ‘바르도’를 정화하는 주문이라네.
전 단계인 렌토가 갑옷을 그저 눅눅한 종잇장처럼 만든다면,
이 바르도는 아예 금속의 뼈대를 안쪽에서부터 제대로 삭게 만들지.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실상은 썩은 나무판자보다 못한 상태가 되는 것이네.
이 저주에 걸린 전사는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금방 티가 난다네.
분명 무거운 철갑옷을 걸치고 있는데도,
본능적으로는 알몸으로 들판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묘한 공포를 느끼거든.
어깨는 절로 움츠러들고, 방패 뒤로 비겁하게 몸을 숨기며,
눈동자는 갓 입대한 신병처럼 흔들리기 마련이지. 아무리 용맹한 척해도 영혼은 이미 알고 있는 게야.
'이 고철 덩어리는 이제 날 지켜주지 못한다.'라고 말일세.
바르도가 진짜 악질인 이유는 이놈이 아주 영리한 '시한폭탄' 같기 때문이라네.
이틀만 방치해도 금속 표면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거미줄 같은 금이 가기 시작하고,
사흘이면 부식이 겉으로 드러나지. 일주일이 지나면?
수백만 전짜리 명품 갑옷이라도 그냥 고철상에 넘겨야 할 쓰레기가 되는 것이네.
특히 공성전에서 적 술사들이 이 바르도를 성벽 위로 비처럼 퍼부을 때가 가장 골치 아프다네.
처음엔 별일 없는 줄 알고 버티던 병사들이,
며칠 뒤에 갑옷 조각을 우수수 흘리며 무장 해제당하는 꼴이란!
100년 전쟁 당시에, 슈르곤 요새가 딱 그 꼴로 허무하게 무너졌지.
성벽은 견고하고 식량도 넉넉했지만, 사흘 내내 쏟아진 바르도 저주에 병사들의 갑옷이 죄다 삭아버렸거든.
성주가 항복한 건 정말 현명한 판단이었네.
속옷만 입은 병사들로 성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그대여, 기억하게나. 디바르도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네.
하루 안에만 풀어주면 금속의 결이 제자리를 찾지만,
사흘이 넘어가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시작되지.
일주일이 지나서 나를 찾아와 "사제님, 제 가보를 살려주세요."라고 울어봤자 소용없네.
그건 사제의 기도가 아니라 대장장이의 망치질이 필요한 일이니까.
저주는 자비 없이 파고든다네. 전장에서 동료의 갑옷 색깔이 미묘하게 변하거나,
그가 평소보다 지나치게 겁을 먹은 것 같다면 일단 디바르도부터 냅다 꽂아주게나.
그게 자네의 명예와 동료의 목숨을 가장 확실하게 지키는 길일 테니 말일세.
-
여기까지 읽었다면 벌써 눈이 침침하고 팔목이 시큰거릴 거네.
나도 이 낡은 깃펜을 놀리느라 어깨에 담이 올 지경이구먼.
그러니 잠시 멈추세나.
가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라도 한 잔 마시고 오게.
성직자의 길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여정이라네.
초장부터 너무 힘을 빼면, 정작 깊은 어둠 속에서 마나가 딸려 혀를 내밀게 될 테니까 말이야.
급하게 달릴 필요는 없네. 신께서도 우리가 숨넘어갈 정도로 공부만 하는 건 바라지 않으실 게야.
가끔은 신전 뒤뜰의 공기라도 마시며
기도를 가장한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는 게 실전에서는 더 도움이 될 때가 있지.
……차 한 잔 마셨는가?
좋네. 기운을 좀 차렸다면 다시 다음 장으로 넘어가 보세나.
이제부터는 더 까다롭고, 때로는 더 서늘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일세.
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