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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秘」애송이 성직자들을 위한 생존법 - 2
9606 2026.02.05. 00:00

秘, 루어스의 비밀 문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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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이 성직자들을 위한 생존법

대주교 몰래 보는 신성 마법 주석 ㅡ
前 아벨 대성당 수석사제 바르둔의 낙서 노트












: 쿠러스


파티 전체를 한꺼번에 어루만지는 1단계 광역 치유 마법이라네.
각자가 받는 치유량은 ‘쿠로’보다 조금 낫고 ‘쿠라노’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

한 번의 영창으로 여러 명을 동시에 고쳐내니 겉보기엔 아주 효율적인 기적처럼 보이지만,
실전에서 머리 잘못 굴렸다간 동료 여럿을 한꺼번에 뮤레칸 곁으로 보내기 딱 좋은 주문이기도 하다네.

쿠러스가 제값을 할 때는 파티원 전체가 골고루 두들겨 맞았을 때라네.

가시덤불을 단체로 굴렀거나, 함정에서 터진 독가스를 다 같이 마셨거나,
파이어월의 끝자락이 파티를 훑고 지나갔을 때 말일세.

이럴 땐 한 명씩 붙잡고 기도하는 것보다
쿠러스 한 방을 정성껏 쏘는 게 마나도 아끼고 시간도 버는 길이지.

하지만 이 주문엔 아주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네.

한 놈은 배가 갈라져 숨줄기가 가늘어지는데
나머지는 가벼운 찰과상뿐인 상황에서 쿠러스를 쓴다?

이건 성직자가 아니라 교회 서고에서 장부나 뒤적이던 회계관이나 할 짓일세.
죽어가는 녀석은 여전히 위독할 거고, 멀쩡한 놈들은 피부만 좀 더 매끈해지겠지.
결국 가장 절박한 도움을 기다리던 영혼을 외면하는 꼴이 된다네.

나도 그놈의 '마나 효율'을 따지다가 뼈아픈 실책을 범한 적이 있었지.

거대한 괴수와 맞붙었을 때 우리 파티의 전사가 앞장서서 온몸으로 매질을 견뎌냈는데,
나는 마나를 좀 아껴보겠다고 쿠러스를 지르고 말았네.

전사는 피를 쏟으며 비틀거리고 있음에도,
저 뒤에 있던 도적 놈은 긁힌 자국 하나 없어졌다고 좋아하더군.
결국 그 전사는 다음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곤봉에 직격타를 맞았네.

뒤늦게 '쿠라노'를 퍼부어 숨은 붙여놨지만, 그 친구는 끝내 검을 잡던 오른팔을 쓰지 못하게 되어 은퇴했지.
내 얄팍한 계산이 한 사내의 전사 인생을 마감하게 만든 게야.

기억하게나.
성직자는 교회의 기부금 액수나 맞추는 서기가 아니네.

누가 가장 절박한지, 모두를 조금씩 다독이는 게 나은지
아니면 한 사람이라도 확실히 건져 올려야 하는지 항상 고뇌하고 판단해야 하네.

마나의 효율보다 수만 배 중요한 건,
지금 곁에서 피를 흘리며 그대를 믿고 있는 동료의 생명 그 자체라는 사실을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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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베노모


중독의 굴레를 끊어내는 주문이라네.

마이소시아 대륙을 굴러보면 알겠지만,
정정당당하게 검을 맞대오는 놈들보다 뒤에서 비겁한 독수를 뻗는 것들이 훨씬 많다네.

거미나 전갈 같은 미물부터, 썩어 문드러진 언데드의 시독(尸毒),
그리고 무엇보다 뱀보다 교활한 인간들의 암살용 극독까지 말일세.

독은 칼날보다 소리 없이 침투하고 화염보다 끈질기게 생명을 갉아먹지.
방치하면 확실하게 저승길 배 삯을 치르게 만드는 고약한 물건이라네.

중독의 양상은 독의 갈래만큼이나 다채롭다네.

어떤 것은 피부를 보랏빛으로 물들여 '나 독이오.' 하고 광고를 하지만,
어떤 것은 마른 발작이나 환각을 일으켜 사람을 속부터 무너뜨리지.

피를 묽게 만들어 상처가 멎지 않게 하는 뱀 독이나,
정신을 야금야금 좀먹는 암흑꽃 독소까지….

오십 년간 온갖 안색을 살피다 보니, 이제는 멀리서 걸어오는 폼만 봐도
"아, 저 친구는 어제 숲에서 뭘 잘못 건드렸구먼." 하고 견적이 나온다네.
이 늙은이의 눈가에 주름이 괜히 생긴 게 아니야.

의외로 이 주문이 뤼케시온 항구의 뒷골목에서 금값 대접을 받을 때가 있네.

이국의 진미랍시고 남방의 붉은 조개나 정체 모를 어류의
내장을 겁 없이 *어 삼키다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선원들이 수두룩하거든.

대단한 역병이라도 걸린 줄 알고 사색이 되어 실려 오지만,
디베노모 한 번이면 트림 한 번 시원하게 내뱉고는 제 발로 걸어 나가지.

오래전, 어느 세력가의 연회장에서도
이 주문으로 귀족들 목숨줄 여럿을 붙잡아준 적이 있네.

향기로운 포도주에 누군가 고약한 수작을 부렸는지, 점잖던 나리들 셋이 동시에 고꾸라지더군.
달려가 보니 다행히 천천히 숨통을 조이는 독이라 디베노모로 독기를 씻어냈지.

그런데 그 주최자라는 자는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이 턱 끝으로 나가보라는 시늉만 하더군.
관짝 입구까지 갔다 온 자들이 그토록 오만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가소롭기도 했네만.

결국 그날의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더군. 아니, 안 잡은 거겠지.

그대여, 귀족들이 서로 물고 뜯는 암투에는
우리 성직자가 깊이 고개를 들이밀 필요 없네.

우리는 그저 흐트러진 생명의 결을 바로잡는 도구일 뿐,
그들의 추잡한 정치라는 구정물에 발을 담글 이유는 없으니까.

독을 빼주고 그들이 내놓는 기부금이나 챙겨서
정말 배고픈 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면 그뿐인 걸세.

명심하게나. 독을 치유하는 건 그자의 인품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저 죽음이 부당하게 생명을 가로채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의 손길은 이 공정함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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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나르마


무기의 예기를 바짝 세워주는 축복 마법이라네.

이 주문이 닿으면 검날은 더 예리하게 결을 살리고,
화살은 바람을 찢으며 더 깊숙이 박히며, 정권은 바위처럼 단단해지지.

무기의 형상이 보다 위협적으로 변하는 건 아니지만,
그 안에 깃든 파괴의 의지를 신성한 힘으로 증폭시킨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게야.

이 축복을 받은 검사들은 검을 한두 번 허공에 휘둘러보고는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곤 하지. 공기를 가르는 소리부터가 달라지거든.
‘윙’ 하고 울리는 그 날카로운 소리는 검이 맹수가 되어 먹잇감을 찾는 것처럼 들릴 정도니까.

노련한 궁수들은 "나무 과녁이 부드러운 진흙처럼 느껴진다."며 감탄하곤 하는데,
놈들 특유의 과장이 섞여 있긴 해도 손끝에 걸리는 묵직한 타격감만큼은 나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네.

재미있는 건, 에나르마가 꼭 피 튀기는 전장에서만 환영받는 건 아니라는 점일세.

거대한 참나무와 씨름하는 벌목꾼, 단단한 원석을 쪼개는 석공,
혹은 마을을 위협하는 멧돼지를 잡으러 가는 사냥꾼들도 이 주문을 간절히 찾는다네.

이들에게 에나르마는 단순한 전투용 축복이 아니라,
고된 하루 일과를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마칠 수 있게 돕는 '노동의 은총'인 셈이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왕의 동상을 깎던 어느 조각가의 간곡한 요청이었네.
대리석 결이 워낙 강직해서 정이 제대로 먹질 않아 애를 먹고 있더군.

"사제님, 정 끝에 힘을 좀 실어주십시오.
그래야 전하의 인자한 눈매를 제대로 묘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탁에 못 이겨 주문을 얹어주었더니,
며칠 뒤 완성된 동상은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말을 걸 것처럼 생생하고 정교했네.

조각가는 연신 내 덕이라며 머리를 숙였지만, 나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
축복은 도구를 좀 더 잘 들게 해줄 뿐, 섬세한 예술적 영혼까지 만들어주지는 않으니까 말일세.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하게나.
요리사들에게는 웬만하면 에나르마를 권하지 말게.

예전에 의욕 넘치는 '달리는 조랑말'의 부조리장 놈이 하도 엉겨대기에 걸어줬더니,
자신만만하게 칼을 내리치다 당근과 함께 두꺼운 조리용 도마까지 시원하게 두 동강을 내버렸지 뭔가.

갑자기 솟구친 힘을 조절하지 못한 게야. 결국 그날 주방은 엉망이 됐고,
녀석은 주방장에게 국자로 머리통을 얻어맞으며 호된 꾸지람을 들어야 했네.

넘치는 힘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네.

그 힘을 온전히 감당하고 다스릴 수 있는 자에게 적절한 무게를 베푸는 것,
그것이 바로 축복을 다루는 우리 성직자의 지혜로운 안목이어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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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누스티


하급 마물들의 머릿속을 헤집어 일시적으로 내 밑에 두는 마법이라네.

고블린, 코볼트, 혹은 숲 속의 늑대인간들이나 먹히지,
오크쯤만 돼도 이 주문은 씨알도 안 먹힌다네. 트롤이나 오우거? 시도조차 하지 말게나.

나도 젊은 시절 객기로 오크병사에게 한 번 갈겨봤는데,
놈이 나를 빤히 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도끼를 고쳐 쥐더군.
덕분에 그날 내 인생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는 법을 터득했지.

신참들은 이 주문을 두고 "몬스터와 마음을 나누는 신비로운 교감."이라며 감상에 젖곤 하는데,
일찌감치 꿈 깨는 게 좋을 게야. 이건 설득도 아니고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네.

그저 신의 위압으로 놈들의 빈약한 의지를 억지로 짓누르는 '강제 복종'일뿐이지.
마법이 풀리는 순간, 놈들은 자기가 조종당했다는 사실에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 걸세.
그것도 평소보다 훨씬 지독하게 화가 난 상태로 말이지.

그래서 베누스티는 타이밍이 생명이라네.
효과가 끝나기 전에 놈을 멀찌감치 치워버리거나 확실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네.
안 그러면 자네 뒤통수에 고블린의 녹슨 단검이 박히는 꼴을 보게 될 테니까.

이 주문의 진가는 놈들을 직접 싸우게 하는 게 아니라 정찰이나 유인에 있다네.
고블린을 앞세워 함정을 대신 밟게 하거나, 늑대를 보내 적의 진영을 훑어보는 식이지.

하급 마물 한 마리 붙잡아봤자 전투력엔 큰 보탬도 안 되고,
지속 시간도 짧은데 괜히 싸움 붙였다가 마법이 풀려서 적을 한 마리 더 늘릴 이유가 없지 않나?

오래전, 코볼트 광산 깊숙이 고립되었을 때가 생각나는군.
출구는 보이지 않고 등불 기름마저 간당간당해서 다들 절망에 빠져 있었지.

그때 나는 길목을 지키던 코볼트 한 마리를 낚아채 베누스티를 걸고 길 안내를 시켰네.
놈은 끽끽 대며 위험한 갱도를 쏙쏙 피해 지름길로 우릴 인도하더군.

마침내 출구의 햇살이 보일 때쯤 주문의 기운이 흐려지기 시작했네.
나는 놈의 어깨를 툭 치며 억눌렀던 의지를 풀어주고는 "고맙다, 작은 친구야."라고 한마디 건넸지.

놈은 질겁하며 어둠 속으로 도망갔고, 동료들은 나를 무슨 정신 나간 소환사 보듯 쳐다보더군.
강제로 부려놓고 뭐가 고맙냐면서 말이야.

하지만, 비록 마법에 묶여 한 일이라 해도
결과적으로 우리 목숨을 구한 건 보잘것없는 생명의 발걸음이었네.

비록 강압적인 명령이었을지언정,
수고로움에 작은 인사를 건네는 건 사제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지.

물론 그 코볼트 놈은 내 따뜻한 인사를 무시무시한 저주 정도로 알아들었겠지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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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써클]

: 쿠라노소


3단계 치유 마법이라네.
이쯤 되면 ‘치료’라는 단어로는 이 경이로움을 모두 담을 수 없지.

‘재생’이라고 부르는 게 훨씬 정확할 게야.

박살 난 뼈마디가 제자리를 찾아가고,터져 나간 내장이 스스로 얽혀 붙으며,
저승 문턱에 발을 걸치고 있던 몽롱한 의식이 번쩍 돌아오는 수준이니까 말이네.

내가 이 주문을 처음 손에 익혔을 때의 떨림을 아직 잊지 못하네.
배에 굵직한 창이 박혀 실려 온 용병 놈이 연습 대상이었지.

안색은 이미 시체처럼 허옇고, 숨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빴네.
누가 봐도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어.

떨리는 손으로 영창을 내뱉자,
쩍 벌어진 상처 주변의 살점들이 마치 제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요동치며 창날을 서서히 밀어내더군.

쇠붙이가 바닥에 툭 떨어지는 순간에도 핏물 한 방울 배어 나오지 않았네.
이미 가죽 안쪽의 끊어진 혈관과 근육들이 제들끼리 뒤엉켜 봉합을 끝내버린 뒤였으니까.

그 죽어가던 놈이 막 태어난 짐승처럼 첫 숨을 크게 들이키며 눈을 번쩍 떴을 때,
뒤에서 지켜보던 교관 영감은 질겅거리던 잎담배를 퉤 뱉으며 한마디 던지더군.

"거 참 지독하구먼.
방금 저승사자 놈이 제 몫을 뺏겼다고 혀를 차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그건 찬사라기보다, 인간이 신의 권능을 빌려
자연의 섭리를 억지로 비틀어버린 것에 대한 기묘한 경외감이었네.

물론 3단계 주문을 익혔다고 해서
그대가 무슨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된 양 어깨에 힘주고 다닐 건 없다네.

마나 소모가 꽤 큼직하니,
난전 중에 누구에게 먼저 이 기적을 베풀지 우선순위를 따지는 영리함이 필요해.

한 놈 살리느라 마나를 다 쓰고 정작 다른 동료의 숨이 넘어갈 때
손가락만 빨고 있으면 안 되니까 말일세. 효율을 따지는 게 비정해 보일지 몰라도,
모두를 살릴 수 없을 때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내는 건 사제의 고통스러운 의무라네.

한 가지 더, 쿠라노소는 '갓 따끈따끈한' 상처에만 신통방통하게 잘 듣는다네.

예전에 전장에서 다리를 잃고 오랫동안 흉측하게 아물어버린 퇴역 군인이 찾아온 적이 있었지.
나는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쿠라노소를 쏟아부었지만, 이미 닫혀버린 생명의 문은 다시 열리지 않더군.

"사제님, 애쓰지 마십시오. 이미 오래전 전우들을 묻은 그곳에 함께 두고 온 다리입니다.
제 동료들이 외롭지 않게 그곳을 지키고 있을 테니, 저는 이대로도 괜찮습니다."

그가 오히려 나를 위로하며 절뚝거리며 돌아갈 때,
나는 신전에서 배운 화려한 주문들이 때로는 참으로 작게 느껴지기도 했네.

그대여, 우리가 부리는 마법은 만능이 아니라네.
하지만 이 한계를 알기에 우리는 더 치열하게 상처받은 이들의 곁을 지켜야 하는 것이지.

우리가 고칠 수 있는 건 육신이지만,
그들의 지친 마음까지 보듬는 건 주문이 아니라 그대의 진심이니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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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나르콜리


'나르콜리'라는 질척한 저주를 걷어내는 해제술이라네.

세상 사람들은 이 저주를 두고 '영원한 잠'이라며 낭만 섞인 이름을 붙이곤 하지만,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넘어온 내 눈엔 그저 산 채로 묻히는 '의식의 유폐'일뿐이었지.

나르콜리는 아주 비겁하게 스며든다네.

처음엔 그저 햇살 좋은 오후의 나른함처럼, 귓가를 간지럽히는 자장가처럼 찾아오지.
손끝이 조금 무겁고 눈꺼풀이 가물거리는 정도의 안락함이라네.

하지만 이 온기는 금세 끈적한 족쇄가 되어 영혼을 옥죄네.
근육이 이완되는 게 아니라, 육신과 영적 연결고리가 하나둘 가위질당하는 감각이지.

몸은 천근만근 심연으로 가라앉아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데,
정신은 묘하게도 맑게 깨어 있어서 자신이 어둠 속에 유기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게 하거든.

내가 본 가장 참혹한 광경은, 이 저주에 걸린 채 차가운 돌바닥에 누워
사랑하는 이의 비명을 듣고만 있어야 했던 어느 사내의 눈동자였네.

눈꺼풀을 들어 올릴 힘조차 빼앗긴 채, 자신의 숨소리가
가느다란 실금처럼 잦아드는 것을 느끼며 절망의 끝을 응시하던 그 유리알 같은 눈빛 말일세.
그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겠지만, 혀는 이미 죽은 송아지처럼 굳어 있었지.

디나르콜리는 닫힌 감옥의 문을 억지로 비집어 여는 한 줄기 빛이라네.

이 주문을 외울 때는 단순히 마력을 쏟아붓는 게 아니라,
상대의 흐릿해진 정신줄을 낚아채 수면 위로 거칠게 끌어올린다는 절박함이 필요해.

"이봐, 아직은 잠들 때가 아니야. 눈을 뜨게!"
라는 일갈이 주문의 음절마다 뼛속 깊이 박혀야 하네.

늦어서는 안 되네.
저주가 마음의 움직임마저 잠재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사제의 기도가 아니라 장례사의 삽질이 필요한 영역이 되니까.

누군가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서서히 깊은 늪으로 침잠하는 게 보인다면,
망설이지 말고 그자의 영혼을 향해 디나르콜리를 내지르게나.

그대여, 기억하게.
우리가 베푸는 건 대단한 요술이 아니네.

그저 제때 깨어나지 못한 누군가의 어깨를 세차게 흔들어,
다시 한번 세상의 비릿한 공기를 마시게 해주는 투박한 손길일 뿐이지.

하지만 그 한 번의 손길이 누군가에겐 영영 놓칠 뻔한 '다음 날'을,
누군가에겐 다시는 만지질 못했을 사랑하는 이의 온기를 되돌려주는 법이라네.


-


이보게, 이쯤에서 다시 한번 쉬어가자고.

노트를 넘기는 그대 손가락도 저리겠지만,
잉크를 찍어 누르는 내 손목은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네.

젊었을 적엔 대주교의 지루한 훈화 말씀도 꼬박 밤을 새워 받아 적곤 했는데,
이제는 깃펜의 무게가 무슨 양손검이라도 되는 양 묵직하구먼.

늙는다는 건 이런 거라네.
머릿속엔 들려줄 이야기가 산더미 같은데, 몸뚱이가 그 속도를 못 따라오지.

가서 찬물로 세수라도 한 번 하고 오게나.
아니면 수도원 뒤뜰에 핀 들꽃이라도 구경하며 눈을 좀 식히든지.

우리가 다루는 주문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겐 생명줄이고,
누군가에겐 평생의 한을 지워주는 기적이지 않나.

그런 귀한 가르침을 이렇게 단숨에 먹어치우듯 읽어서야 체하기 마련이야.
문장에 밴 피 냄새와 잉크 향을 천천히 음미하게나.

나도 굳은 손마디를 좀 주무르며 숨을 돌려야겠네.

다음 장부터는 좀 더 험하고 삭막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거든.
썩은 살점이 튀는 전장이나 메테오가 빗발치는 던전에서 네 몸뚱이를 보전해 줄 실전적인 기술들 말이야.

정신 바짝 차려야 할 테니,
충분히 쉬고 오게나.

이 늙은이의 낙서는 어디 안 가고 여기 그대로 있을 테니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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