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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힘도가 놀아요
7390 2026.02.09. 13:12

CON(체력) 30을 확보한 뒤,
남은 모든 스탯을 STR(힘)에 쏟아붓는다.


화려한 마법 한 자락 배우지 못했으나,
나의 완벽한 체술은 이미 포테의 숲을 지배하기에 충분했다.



어디 그뿐이랴?



아벨 해안에서 동료들을 위협하는 흉포한 몬스터들을 신나게 조타하며,
그들이 전진할 수 있도록 선봉에 서는 돌격대장이 되어준다.

아군의 전선을 책임지는 든든한 메인 탱커이자 딜러로서 말이다.



"정말 멋지십니다!"

"완전 매력 넘치시는데요?"



나를 향한 찬사는 뤼케시온 해안까지 이어진다.

그것은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된 승전보.



장풍 따위 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나를 보조하는 마법사가 후방에서 원거리 지원 마법을 시전해 줄 테니까.


금강불괴의 경지에 올라 금성탕지(金城湯池)와 같은 방어력을 갖추지 못했어도 괜찮았다.
설령 코마 상태에 빠진들, 나를 구원하기 위해 달려오는 동료의 코마디움이 있으니까.



지존.
마침내 레벨 99에 도달한다.


이제 우리는 5써클의 영역에 발을 들인다.

2써클에서 3써클로,
3써클에서 다시 4써클로.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며 승급 심사를 앞둔, 늠름한 마이소시아의 5써클 용사들.



우리는 호러캐슬로 향한다.
유폐왕의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수많은 용사의 비명이 층층이 쌓인 비극의 성소.


하지만 그곳은 승급이라는 성배를 거머쥐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마지막 도약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한 순간, 동료들의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간다.


"다라(다라밀공)가 없으시면 사냥 효율이 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희는 급하게 사냥 가야 해서요."

"나중에 제가 승급하면 쫄 (쩔) 해드릴게요."



궁극의 필살기인 다라밀공이 없는 무도가.
무적의 방어기인 금강불괴가 없는 무도가.



이 참혹한 호러캐슬에서 나의 존재는
그저 동료들을 목적지까지 실어다 주고 홀로 회차해야 하는 버스 운전수에 불과.



승급?

요원한 꿈이다.

파티 사냥?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찰나의 찬양과 가당치 않은 선민의식에 어깨를 으쓱거리던,
결국 잊힐 존재이자 스스로 잊혀갈 낙오자.

나는 그저 힘에 모든 것을 걸었던 ‘힘도가’일 뿐이다.



오늘도 호러캐슬에는 박진감 넘치는 사냥 소리와 화기애애한 웃음꽃이 만발하지만,
그 소음과 대조되는 어느 외로운 무도가들의 구원 없는 외침만이 아련하게 메아리친다.



"힘도가 놀아요. 데려가 주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