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이구 그래, 올해는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매년 덕담 뒤에 자연스레 따라붙는 지폐들.
내심 안 보는 척하면서도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릴까 봐 일부러 딴청을 피우던 어린 시절.
부모님은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에이, 됐어요. 애한테 무슨 이렇게 큰돈을 줘요."
라며 너스레를 떨지만,
정작 용돈을 받고 나면
"너무 큰돈이라 엄마가 맡아줄게."
라는 말과 함께 90%는 강탈.
어차피 받은 돈의 대부분을 강제 수탈당할 걸 알면서도,
어른들께 받은 거금으로 몰래 어둠에 '현질'할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던 때.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사촌들.
처음엔 서먹해도 금세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질 때쯤이면 어느덧 헤어질 시간.
왁자지껄한 소리와 어른들의 큰 목소리로 북적거리던 집도,
한 분 두 분 떠나고 나면 우리 또한 길을 나설 시간이 다가온다.
귀갓길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부모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노곤해지는 몸에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든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마주하는 것은 어쩐지 공허함이 감도는 우리 집.
세월이 흘러 어느덧 어른이 되고.
이제는 더 이상 내 꿈을 묻는 이가 사라진, 집안의 '어른'으로서 모임에 참석.
오랜만에 만나는 조카 녀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마주하면 어느새 지갑이 절로 벌어진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꼭 잘 풀리지 못한 형제자매에게 훈계 아닌 훈계가 이어지고.
"잔소리 좀 마라"
"해준 게 뭐 있냐"
는 날 선 대화들이 오가고, 잔칫날 분위기를 망치는 친척들 때문에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는다.
진 빠지는 설날 일정이 끝나고 나면, 다시 운전대를 잡고 돌아가는 집으로의 길이 구만리.
드디어 도착해 접속하는 어둠의전설.
모니터 화면을 마주하니 이제야 정말 내 집으로 돌아온 느낌.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서 우렁차게 하고픈 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