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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브로팔라우스 - [호러캐슬]
4438 2026.02.22. 11:27

불초자(不肖子),
루어스의 서늘한 바람을 뒤로하고 이 글을 올립니다.

그간 루어스 국왕 폐하의 직속 기사단이라는 고결한 성역에 닿기 위해,
군사학교의 가혹한 수련을 견뎌내며 정진해 왔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저의 무도가 가상했음인지,
폐하의 측근들께서는 제게 일반적인 기사의 길을 넘어선, 실로 초월적인 소명을 제안하셨습니다.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우들을 뒤로한 채,
선별된 소수의 정예와 함께 새로운 임지로의 발령을 앞두고 모든 채비를 마쳤습니다.


그곳은 위엄 서린 '루딘블레이드'나 5써클의 권위를 상징하는 '헬옷' 따위의 세속적인 장비는 일절 불요하다 합니다.
오로지 혈육에 각인된 순수한 무력과 살의, 그리고 전사로서의 본질만을 지참하라 명하셨습니다.

그들이 제게 부여한 직무는 가히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전장에서 오로지 투쟁의 화신으로 거듭나, 죽음이 도래하는 순간까지 영겁의 전투를 수행하는 운명. 저의 이 살신성인이 마이소시아의 대지를 밟는 신진 용사들에게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니, 무인으로서 이보다 영광스러운 종국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머니,

내일이면 저는 그 영원한 구속의 땅에 당도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저는 기존의 미천한 생을 마감하고, 찬란한 투쟁의 윤회 속에서 새롭게 화생할 것입니다.

비통하게도, 온전한 자아를 유지하며 어머니께 서신을 올리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이 될 듯합니다.

그 심연의 땅에 발을 들이는 순간 저의 개별적인 의식은 소멸하며, 오로지 저를 간택하신 주군,
유폐왕의 절대적인 의지에 귀속되어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호러캐슬의 주재자이시며, 방황하는 영혼들의 구원자이신 그분만이 이제 저의 유일한 지표가 되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의식이 흐릿해지기 전 가슴 깊이 함축해두었던 진심을 전하고자 합니다.
평생을 다해 연모하고 경애해 온 나의 어머니,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밀려오는 두려움이 제 영혼을 잠식하려 하지만, 훗날 어머니와 조우할 그날을 기약합니다.

칠흑 같은 흑갑(黑匣)을 두른 채, 누구보다 늠름한 수호자의 자태로 어머니 앞에 설 것임을 굳게 맹세하며 이만 붓을 꺾습니다.



호러캐슬의 영겁 속으로 사라질,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