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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秘」애송이 성직자들을 위한 생존법 - 7
1863 2026.03.12. 00:34

秘, 루어스의 비밀 문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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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이 성직자들을 위한 생존법

대주교 몰래 보는 신성 마법 주석 ㅡ
前 아벨 대성당 수석사제 바르둔의 낙서 노트


















1. 거울 속의 이방인 :


이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자녀들이자,
내 뒤를 이어 성소의 희미한 촛불을 지켜낼 후학들이여.

나는 오늘, 이 지루하고도 찬란했던 삶의 터널을 거의 다 지나온 한 명의 여행자로서
자네들에게 아주 내밀한 고백 하나를 남기고자 하네.

자네들은 매일 아침 성소의 맑은 물로 세수를 하고, 정갈하게 의복을 단장하며 거울 앞에 서겠지.

은실로 수놓아진 사제의 예복을 갖춰 입고, 타인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거울 속에 비친 그 꼿꼿한 존재를 '나'라고 굳게 믿으며 살아왔을 걸세. 나 또한 그랬다네.

오십 년 전, 처음 지팡이를 쥐고 성직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거울 속의 그 젊고 유능한 사제가 영원히 나의 본질일 것이라 확신했지.

하지만 보게나. 이제야 투명하게 보이더군.

자네들이 그토록 정성껏 가꾸고, 치장하고, 보호해 온 그 육체는 사실 영혼이 이 지상의 거친 계절을
잠시 지나가기 위해 빌려 입은, 낡고 부서지기 쉬운 ‘잠시 머무는 옷’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네.

우리는 이 육신이라는 겉옷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금전,
그리고 맹목적인 애정과 열정을 쏟아붓는가. 더 아름다워지기를, 세월의 비정한 풍파에도 늙지 않기를,
병마라는 이름의 해충이 감히 침범하지 못하기를, 그리고 끝내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반납의 순간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마나를 연소시키고 기도를 올리네.

자네들이 익힌 수많은 치유 마법들ㅡ‘쿠라노’나 ‘리젠’ 같은 기적들은 사실 이 옷의 해진 구멍을 기우고
색이 바랜 자리를 덧칠하는 수선공의 도구일지도 모르네. 하지만 진실을 직시하게나.

이 몸뚱이는 자네의 간절한 소망이나 사제로서의 위엄과는 전혀 상관없이,
대지의 법칙에 따라 조용히 무너져 내린다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면 원치 않게 살이 붙고, 무릎은 마디마디 비명을 지르며,
총명했던 기억조차 안개 속으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을 목도하게 될 걸세.

그때 그대는 깨닫게 될 거야. 내가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나’라는 존재가
사실은 단 한 순간도 내 소유였던 적이 없음을.

이 몸은 대지에서 잠시 빌려온 흙과 바람의 조합일 뿐이며,
이제는 그 주인인 자연에게 돌려주어야 할 때가 왔음을 말이네.

이 옷을 평생 입을 수 있을 거라는 오만이 사제를 타락시키는 첫 번째 맹독임을 잊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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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유라는 거대한 인과율의 망상 :


자네들이 앞으로 성직자의 길을 걸으며 쌓아 올릴 명성, 국왕이 하사한 번쩍이는 금빛 훈장,
혹은 자네의 기도로 사선에서 돌아온 이들이 바치는 찬사들…
그중 진정으로 자네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라도 있는가?

비정하게 들리겠지만, 이 세상에 진정으로 ‘내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네.

자네 곁에서 생사를 함께하는 동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자, 평생을 같이한 벗, 심지어 자네의 혈육조차
실상은 자네의 삶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잠시 인연의 배역을 맡아 나타난‘구름 같은 인연’일세.

그들은 자네의 소유물이 아니야.
자네의 영혼이 이 지상의 고통을 통해 완성되기 위해 하늘이 잠시 곁에 두어준 선물일 뿐이지.

우리는 흔히 ‘내 사람’ 혹은 ‘나의 업적’이라 부르며 안도하고 자만하지만,
그것은 찰나의 꿈에 지나지 않네. 모든 인연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저녁노을처럼 사라지는 법이지.

미운 인연이 자네의 속을 긁어놓는가? 고운 인연이 자네의 가슴을 뛰게 하는가?
그 모든 것은 자네에게 주어진 삶의 몫이자, 자네의 영혼이 감당해야 할 인과의 조각들일 뿐이네.

그것을 소유하려 손을 뻗는 순간, 자네의 기도는 탁해지고 고통은 시작되네.
빌려온 것이니 언젠가는 기쁘게 돌려주어야 함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돌려줄 때 슬퍼하지 않으려면, 쥐고 있을 때 그것이 내 것이 아님을 매 순간 명징하게 인지해야 하네.
자네의 손에 쥔 지팡이조차, 결국은 대지의 나무로 돌아갈 운명임을 기억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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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흐름을 품는 여백 :


전령들이 가져오는 비보와 전장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 앞에서
자네들은 신의 침묵을 원망하게 될 걸세. “왜 이런 비극이 나에게, 혹은 선한 이들에게 일어나야 합니까?”

라는 질문이 목구멍을 넘어오지 못하고 자네의 영혼을 갉아먹겠지. 하지만 기억하게나.
이 세상의 모든 일은 저마다의 거대한 순리와 보이지 않는 인과의 흐름에 따라 흐르고 있네.

우리가 사제로서 할 수 있는 진정한 기적은 그 도도한 강물을 억지로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 안에서 아주 작은 ‘여백’을 내어주는 일일세.

억지로 성인의 가면을 쓰고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은 위선이자 오만이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것을 기쁜 마음으로 품어 안게나.

누가 해야 할 고된 일이 자네 앞에 놓였는가? 그때 ‘왜 나인가’를 묻지 말고, ‘내가 먼저 하겠다’ 는 마음으로
선뜻 손을 내밀게나. 그것은 억압된 의무가 아니라,
자네의 영혼이 그 헌신을 통해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일세.

울부짖는다고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으며, 짜증을 낸다고 부러진 칼날이 다시 붙지 않네.
싸워서 이긴들 그 승리가 자네 가슴 속의 근원적인 공허를 채워주던가?

진정한 평온은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결핍의 공간을 배려와 양보로 채울 때 비로소 찾아오는 법이라네.

조금의 양보, 조금의 배려, 조금의 덜 가짐이 누군가에겐 질식할 것 같은 전장에서 따뜻한 숨구멍이 되고,
그 온기는 세상을 다시 품게 하는 거대한 기적의 씨앗이 될 것이네.

오늘, 지금 자네 앞에 있는 그 사람에게 자네의 온 마음을 쏟아주게나.

미루지 말고, 계산하지 말고, 그저 흐름의 여백이 되어주게나.
그것이 자네가 배운 그 어떤 승급 마법보다 강력한 구원의 힘이 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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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마움이라는 이름의 지독한 깨달음 :


나는 이제 이 지상의 무대에서 조용히 막 뒤로 물러날 채비를 하고 있네.

짐을 꾸리며 내가 남기고 싶은 마지막 문장은
자네들이 흔히 성소의 제단에서 읊조리는 그런 고결하고 우아한 감사의 인사가 아닐세.

이것은 피와 먼지, 그리고 비릿한 쇳내 나는 전장을 오십 년간 굴러온 늙은 사제가 내뱉는,
지독하리만치 처절한 깨달음이라네.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이 고백이 어째서 처절하냐고 묻는가? 나는 나를 배신하여 사지로 몰아넣었던 동료에게 고맙고,
내 구원이 늦었다며 싸늘해진 자식의 시신을 안고 내 멱살을 잡았던 그 부모의 원망이 고맙네.

나를 성직자라 부르며 추앙하던 이들의 위선보다,
내 가슴에 칼을 꽂으려 했던 적들의 노골적인 살의가 더 고마웠네.

왜냐하면, 그 비정하고 고통스러운 인연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사제’라는 화려한 가면 뒤에 숨어
평생 인간의 본질을 외면했을 것이기 때문일세.

나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이 눈물겹도록 고맙네.

그들이 있었기에 나는 내가 얼마나 유약한 인간인지를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고,
그들이 내지른 비명을 통해 신의 침묵이 결코 무관심이 아닌 ‘자유의 무게’임을 이해하게 되었네.

가만히 돌아보면 이 삶은 감사함으로 가득 찬, 아니, 감사함 그 자체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여정이었네.
자네들도 언젠가 이 길의 끝에 섰을 때, 자네를 아프게 했던 그 모든 흉터를 어루만지며
이 비정한 감사의 기도를 올릴 수 있기를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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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주문이라는 껍데기 :


자네들이 이 기록을 통해 익힌 수만 가지의 주문과 그 정교한 마나의 궤적들…
냉정하게 말해두지. 그것은 이 세상의 표면을 다루는 기술, 즉 ‘어떻게’에 불과하다네.

주문은 문자로 기록되어 있고, 외우면 누구나 쓸 수 있지.
마나는 훈련하면 누구나 갈무리할 수 있는 자연의 조각일 뿐일세.

하지만 그 주문을 ‘언제 쓸 것인가’, ‘누구에게 투사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왜 써야만 하는지’는 절대로 가르쳐줄 수 없는 영역이라네.

그것은 오로지 자네들이 현장에서 겪게 될 처참한 실패와,
그 실패가 남긴 지독한 죄책감의 늪에서만 길어 올릴 수 있는 보석일세.

사일런스가 적의 입을 세 숨 동안 막는다고 배웠는가?

하지만 그 세 숨의 침묵이 왕의 목숨을 구할지, 아니면 억울한 진실을 영원히 묻어버리는 죄악이 될지는
자네의 영혼이 결정해야 하네. 홀리 드래곤의 위력이 시전자의 영성과 비례한다고 했는가?

그 영성이란 단순히 마나의 양이 아니라, 그 파괴적인 권능 뒤에 따를 수천 명의 죽음을
자네의 심장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뜻이라네. 주문은 문자에 불과하네.
그러나 그 문장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인과를 맺는 것은 자네의 떨리는 손끝에 실린 ‘선택의 무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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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책을 덮는 용기 :


자네들이 이제껏 이 기록들을 탐독하며 익힌 그 화려한 주문들ㅡ
하늘을 가르고 죽은 자의 숨을 되찾는 그 모든 기술은, 사실 이 세상의 껍데기를 다루는 아주 정교한 도구일 뿐이라네.

주문은 외우면 누구나 쓸 수 있고, 마나는 훈련하면 누구나 갈무리할 수 있는 자연의 조각일 뿐일세.
그러나 명심하게. 이 책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네.

주문은 ‘어떻게’를 가르쳐주지만, 그 주문을 ‘언제 쓸지’, ‘누구에게 투사할지’,
그리고 무엇보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를 판단하는 지혜는 이 낡은 양피지가 절대로 자네들에게 줄 수 없는 영역이라네.

그것은 오로지 자네들이 전장의 흙먼지를 마시고, 누군가의 피 묻은 손을 잡으며,
자신의 무능함에 치를 떨며 밤을 지새운 시간들 속에서만 길어 올릴 수 있는 보석일세.

나의 스승은 내게 말씀하셨지. "진정한 사제는 성소의 안락한 촛불 아래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비명이 가득한 진흙탕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이네.

그러니 이 기록을 다 읽었다면 미련 없이 책을 덮게나.

지식은 머리에만 머물 때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되고,
가슴으로 내려와 손발의 굳은살로 흐를 때 비로소 만인을 살리는 약이 되는 법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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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흉터가 훈장보다 빛나는 이유 :


나를 성자라 칭송하며 내가 세운 공적을 찬양하는 이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게나.
나는 지난 세월 동안 자네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비겁했고, 더 많은 과오를 범했네.

한 걸음이 늦어 아이의 마지막 숨을 지켜주지 못한 적도 있었고,
오만한 확신 때문에 동료들을 적의 매복지로 밀어 넣어 전멸시킨 적도 있었지.

왕이 내미는 화려한 훈장을 비웃으며 거절했던 것도,
사실은 나의 결백함을 증명하고 싶은 추악한 자기만족에 불과했던 적이 더 많았네.

암살자가 찾아와 원수의 심장을 멈춰달라며 눈물로 호소했을 때,
사제로서의 금기를 깨고 그의 손에 독이 든 성수를 쥐어주고 싶었던 유약한 밤들도 수없이 많았네.

하지만 기묘하게도, 신은 나의 완벽한 성공이 아니라 그 처절했던 실수들을 통해 일하셨네.

늦게 도착해 흘렸던 뜨거운 눈물은 나에게 ‘리젠’의 진정한 가치를 가르쳐주었고,
동료를 잃은 슬픔은 내가 ‘신의 축복’을 영창할 때 동료들의 떨리는 어깨를 진심으로 품게 만들었네.

기억하게나. 신은 완벽한 성직자를 원하지 않네.
자신의 무능함을 절감하며 환자의 고통 앞에서 함께 전율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사제를 원하신다네.

자네의 몸에 새겨진 그 실수의 흔적들을 부끄러워하지 말게.
그것이야말로 자네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고귀한 ‘성흔’이니 말이네.

자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는 그 순간,
비로소 신의 진짜 권능이 자네의 빈 그릇을 채우기 시작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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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세상을 향한 마지막 전언 :


이제 나는 떠날 채비를 마쳤네. 내가 이 생에서 마주했던 그 수많은 인연들ㅡ
나를 미워했던 자, 나를 배신했던 자, 그리고 내가 끝내 구하지 못한 자들까지ㅡ가만히 돌아보니
그들 모두가 내 삶이라는 기적을 완성하기 위해 각자의 아픔을 짊어지고 나타난 배역들이었음을 깨달았네.

“나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이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이것이 내가 남기는 마지막 주문일세.
이 세상의 일들은 저마다의 순리에 따라 흐를 뿐이지.

사제인 자네가 할 일은 그 흐름 안에서 아주 조금의 여백을 내어주는 일이라네.

자네가 내어준 그 한 뼘의 양보와 배려가 누군가에겐 따뜻한 숨구멍이 되고,
그 온기가 결국 세상을 다시 품게 하는 기적의 시작이 될 걸세.

울고 싶으면 울게나.
하지만 그 눈물이 자네를 무너지게 두지는 말게.

짜증 내고 싸운다고 상황이 나아지던가? 아니네. 우리가 할 일은 오직 현재의 흐름을 품어 안고,
지금 자네 앞에 서 있는 그 사람에게 자네의 온 마음을 쏟아주는 것뿐일세.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오늘, 지금 하게나.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우리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눈물겨운 기적임을 잊지 말기를.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