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누나, 이거 봐라? 누나처럼 되게 예쁘게 생겼다."
"어디 보자, 음... 이건 아칸더스구나? 이게 예뻐?"
"응응! 나중에 내가 크면 이걸로 꽃바구니 만들어서 누나한테 고백할 거야."
"만들 수는 있고? 누나가 만들어 줄 테니까 받아서 누나한테 고백해."
"그래! 그러면 좋겠다!"
왕립 그린혼 학원에서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내던 모디아와 로즈마리.
그들은 기사단의 사냥터 견학 체험 학습으로 우드랜드에 간 날,
아칸더스를 통해 인연이 시작됩니다.
비록 어리지만 당돌하게 로즈마리를 바라보는 모디아와,
그런 모디아가 마냥 귀여운 로즈마리.
시간은 흘러 밀레스에 정착한 그들은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며 세월을 맞이합니다.
각자의 가치관이 뚜렷해지는 나이,
모디아를 홀리게 만든 밀레스의 한 여인은 오늘도 사춘기 모디아의 밤잠을 설치게 만듭니다.
이름 모를 그녀를 상상하며 마음을 훔치고자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노력하는 모디아는,
어릴 적 죽마고우였던 로즈마리에게도 자신의 처지를 성토하며 상담을 받아 봅니다.
성심성의껏 모디아의 똘망똘망한 눈빛에 옅은 미소로 화답하는 로즈마리는 어딘가 분명 아주 조금은 슬퍼 보입니다.
하지만 슬픔의 기운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미세합니다.
모디아는 결국 사랑에 성공합니다.
이름 모를 그녀와 연애를 시작하고 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하여 밀레스 전역에 자랑을 하고 돌아다닙니다.
수줍은 듯 그녀는 모디아의 행동을 그저 바라만 봅니다.
모디아는 결심합니다.
장미를 무척 사랑하는 자신의 애인을 위하여 장미꽃이 듬뿍 담긴 꽃바구니를 만들어 선물하기로 말이죠.
하지만 어떻게 만드는지,
재료는 무엇인지 모디아는 모릅니다.
이럴 때 그가 찾는 사람은 어릴 적 의지했던 누나 로즈마리입니다.
모디아는 장미꽃바구니를 만드려면 무엇이 필요하냐고 묻습니다.
로즈마리는 생각합니다. 그녀의 품에 있는 장미꽃으로 충분히 꽃바구니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모디아의 사랑에 균열이 일어나길 마음속으로 작게나마 소망하고 있습니다.
왜인지는 모릅니다.
그것이 질투인지,
혹은 뮤레칸이 개입한 악한 마음인지.
뭔지 모르지만 로즈마리는 심술을 부려 봅니다.
"장미꽃바구니를 만들려면 아칸더스가 필요해. 뭔지 알지? 우드랜드에 가야 볼 수 있는 꽃 말이지."
아무런 문제 없다는 듯 우드랜드로 갈 채비를 하는 모디아에게 로즈마리는 겁을 줍니다.
"근데 아직 직업도 가지지 못한 네가 거길 가면 바로 뮤레칸에게 갈 거야."
모디아가 겁을 먹고 선물을 포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잠시 고심하는 듯 한숨을 쉬며 방법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모디아의 뒷모습을 보니 측은하기도 하지만,
로즈마리는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이 행복한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한 용사가 로즈마리에게 다가옵니다.
"저기... 이 아칸더스로 장미꽃바구니를 만들어 주세요."
"예... 예?"
당황한 로즈마리는 용사를 바라봅니다.
몬스터와의 혈투를 거쳐 늠름하게 서 있는 용사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누구시죠?"
"아... 전 모디아가 이걸 들고 로즈마리 님한테 오면 장미꽃바구니를 만들어 준다고 해서 왔는데요."
"아... 네."
로즈마리는 볼품없는 아칸더스를 받아 들고 영혼 없는 손놀림으로 아칸더스를 뜯어버립니다.
그 모습에는 분노와 모디아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하고, 그런 모습을 바라본 용사는 당황해서 그녀를 말립니다.
"아니... 장미꽃바구니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뜯으시면..."
아칸더스가 갈기갈기 찢겨 바닥에 널브러지니 그때서야 로즈마리는 멈춥니다.
그녀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아칸더스라는 꽃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 바닥 여기저기에 흩뿌려집니다.
로즈마리는 한켠에 놓여진 장미꽃바구니를 용사에게 건네며 말합니다.
"아칸더스로 장미꽃바구니를 만들 수는 없어요. 장미꽃바구니는 오로지 장미로만 만들 수 있겠죠. 모디아에게 난 장미가 아닌 아칸더스였나 봐요. 여기 이걸 받아 주세요. 하루하루 그를 생각하며 만든 장미꽃바구니입니다."
바구니를 받아 든 용사는 로즈마리를 바라봅니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에 위로를 건네볼까 했지만,
못 본 척해 주는 것이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로즈마리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말합니다.
"모든 건 비밀로 해주세요. 그저 모디아에게 축하한다고, 예쁜 사랑 하라고 전해 주세요.
그게 이아 여신님이 가르쳐 주시는 진짜 사랑이니까요."
그녀의 말을 끝으로 모디아에게 꽃바구니를 가져다주는 용사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싱글벙글한 모디아의 미소에 오지랖이 발동하여 살짝 답답함과 짜증도 섞이지만,
자신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하고 뒤돌아서 다른 길을 찾아가는 용사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해가 저물며 노을로 붉게 물든 하늘이, 마치 로즈마리 그녀의 사랑과도 같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