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럽다.
어둠의전설이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문이 커뮤니티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유저들 사이에서 증폭되는 불안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주 오래전,
나는 나의 청춘을 이 게임에 오롯이 쏟아부은 적이 있었다.
잠을 줄여가며 모니터 앞에 앉았고,
게임 속 '나'의 이익보다는 동료들과의 신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인연을 쌓아갔다.
당시 내가 믿고 따르던 형님에게 습관처럼 묻곤 했다.
"형, 설마 어둠이 서비스 종료를 하지는 않겠지?"
그는 늘 무심하게 대답했다.
"세상에 영원한 게 어디 있겠니. 끝날 때가 되면 끝나는 거지."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열정적으로 사냥에 매진하던 스스로에게 깊은 자괴감이 밀려오던 날,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내 인생을 통째로 갈아 넣고 있는데, 어떻게 이 세계가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게임이 멈추기 전 나의 찬란했던 20대가 먼저 마침표를 찍었다.
지금도 나는 이 세계를 떠나지 않았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콘텐츠를 익히며 느릿한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지금, 만약 정말로 서비스 종료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어떨까.
20대의 나였다면 그동안의 노력과 추억을 보상하라며 울분을 토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중년에 접어든 지금의 나는,
그저 "지금까지 버텨줘서 고맙다"는 말을 먼저 건네고 싶다.
'시인의 영광'과 수많은 기억이 깃든 온타임 캐릭터 위로 [접속이 종료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올라도,
이제는 아주 담담하게 그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마음 같아서는 영원하고 싶다.
내가 백발의 노인이 되어도 이 세계만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 주길 바란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새로워지는 세상 속에서, 끝내 소명을 다한 너의 가쁜 숨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된다면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기나긴 세월을 견뎌준 너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