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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秘」붉은 진흙의 강을 건너 - 9
8251 2026.05.23. 22:58

秘, 루어스의 비밀 문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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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케일런의 서쪽 대륙 견문록]

제4장: 비취색 용광로, 아만 - 2










: 토모 강:


밀림 깊숙이 침잠한 지 사흘째 되던 날, 귀를 짓누르는 습기 너머로 낮은 수조를 들었다.

반가움은 찰나에 불과했다. 발끝에 닿은 강둑은 생명을 기르는 젖줄이 아니라ㅡ
갓 도축된 거수의 목구멍처럼 뜨거운 숨을 내뱉고 있었다.

수면은 불투명한 에메랄드빛을 띠고 있었는데, 그것은 하늘을 투영한 빛깔을 머금은 독성 짙은 광물의 색이었다.
수면 아래는 한 치 앞도 허락하지 않는 녹색 장막이었고, 지열에 달궈진 강바닥에서는 연신 거대한 기포가 솟구쳤다.

공기 중으로 터져 나오는 유황의 농도는 코끝을 마비시켰고, 손가락을 담그자
살점이 익기 직전의 팽팽한 열기가 전신으로 퍼졌다. 이것이 토모강이다.

알세이드스의 화기가 지맥의 수맥을 타고 흘러나온, 대지의 선혈이자 끓는 내장이 지표면으로 불거진 현장.

비취색 점막 아래로 거대한 질량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수면 밑을 유영하는 그림자는 가끔 그 형체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거대했으며,
불규칙한 박동으로 강물을 출렁이게 했다.

나는 강둑을 지탱하는 화맥수의 그을린 밑동에 몸을 숨기고 숨을 죽였다.
이윽고, 정적을 가르며 수면 위로 날카로운 칼날 하나가 솟구쳤다.


+ 염화린, 강물 속에 핀 금속의 꽃

살아있는 불꽃. 강물을 가르고 솟아오른 붉은 지느러미는 벨테인의 화구에서 갓 끄집어낸 불씨처럼 일렁였다.
흐르는 물살을 거스르며 유영하는 동안, 그 지느러미는 액체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횃불처럼 기괴한 궤적을 남겼다.

비늘은 화산암을 얇게 져며 붙인 듯한 금속성 광택을 냈고, 갈색과 검은색,
그리고 혈색이 뒤섞인 비늘들이 서로 부딪칠 때마다 둔탁한 금속음이 들리는 듯했다.

몸길이는 성인 남성의 키를 가볍게 압도했다.
염화어. 이 끓는 강물을 영토로 삼은 포식자의 자태.

나는 아만족 사냥꾼들이 비밀스럽게 일러준 고대의 방식을 떠올렸다.

화맥수의 단단한 심재를 꺾어 대를 만들고,
화론의 장터에서 비싼 값을 치르고 구한 불꽃 전갈의 꼬리를 미끼로 매달았다.

빙혈초로 무두질한 가죽 끈이 없었기에 일반 삼줄을 쓴 것이 화근이었다.
미끼가 수면에 닿자마자 강물은 폭발하듯 양옆으로 갈라졌고,
팔을 타고 들어온 충격은 골수를 흔들어 머리끝까지 얼얼한 진동을 남겼다.


- 포식의 방식 : 놈은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강바닥의 화산암 틈새로 파고들어
아가리에 걸린 이물질을 짓이기려 했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은 끓는 물의 열기와 놈의 마력이 더해져
손바닥의 가죽을 태울 듯 달아올랐다.

- 사투의 흔적 : 십여 분의 혈투 끝에 강둑으로 끌어올린 놈은 뜨거운 증기를 연신 내뱉었다.
이놈들은 먹잇감을 *지 않는다. 아가리 내부의 고열로 단숨에 가사 상태에 빠뜨린 뒤 통째로 삼켜버릴 뿐이다.
노란 안광이 서린 눈동자 뒤에는 강물보다 더 뜨거운 집념이 도사리고 있다.


+ 흑요석 카이만

강기슭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직감이 든 것은 염화어의 기운 때문만은 아니었다.
발밑의 진흙더미가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강물에 쓸려 내려가는 진흙인 줄로만 알았던 덩어리들이 서서히 고개를 쳐들었다.

그것은 흙이 아니라, 화산재와 유황이 겹겹이 굳어
흑요석처럼 단단한 갑주를 두른 흑요석 카이만들이었다.

놈들은 애초에 움직임을 거부하는 사냥꾼들이다.

아가리를 벌려 내부의 열기를 증기로 내뿜으면,
이 몽롱한 열기에 취한 짐승들이 제 발로 포식자의 품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정글의 모든 것이 흐르고, 흔들리고, 증발하는 와중에도 놈들의 노란 눈빛만은 시간이 멈춘 듯 정지해 있다.
그 정물 같은 응시가 오히려 생리적인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최대한 호흡을 죽이고, 대지의 고름이 고인 강가를 벗어나 다시 울창한 녹색의 그늘 속으로 몸을 숨겼다.


추신 : 토모 강의 물을 마시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물병에 담긴 화론의 정제된 물이 줄어들 때마다,
나는 이 정글이 요구하는 생존의 대가가 점점 더 가혹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아만족의 마을은 이제 손에 잡힐 듯 가까우면서도
수억 개의 잎사귀 뒤에 숨어 여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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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의 장막


머리 위를 가로막은 기류는 거목의 겹겹이 얽힌 차양만이 전부는 아니다.
눅눅한 어둠의 틈새마다 날개를 가진 기형의 군락이 하늘을 메우고 있다.

놈들은 날갯짓을 해 기류를 만드는 법 없이, 자체의 질량이 소멸한 것처럼 대기 중에 둥둥 떠다녔다.
벨테인이 뱉어낸 미세한 화산재 결정이 인과를 얻어 뭉쳐진 듯한 형상, 바로 ‘잿나비’의 무리.

하얗게 바스러진 재로 이루어진 그 날개가 가볍게 파르르 떨릴 때마다ㅡ
밀림의 탁한 광선 속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분진이 안개처럼 살포되었다.

목덜미에 내려앉은 백색 가루가 살점을 바늘로 찌르듯
후끈거리게 만들자, 나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며 걸음을 물렸다.

아만족 전사들이 정글을 종횡무진할 때 비단 천으로 눈만 남긴 채 얼굴을 겹겹이 감싸 안던 행동은
기괴한 미학의 발현이 아니다. 그 분진은 살아있는 존재의 숨을 타고 허파 깊숙이 침투해
온몸을 천천히 돌처럼 굳혀버리는 규폐의 저주다.

침묵 속에 축적된 가루는 이방인의 숨을 안쪽에서부터 질식시킨다.
재 나비의 분진보다 더 생리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것은 정적 속에서 다가오는 멸절의 징후다.

정글의 한 구역에 들어섰을 때, 고막을 찢던 혼흡란의 휘파람 소리마저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유황 벌’의 군락이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놈들은 대륙의 토속적인 곤충들이 내는
특유의 윙윙거리는 진동음을 일절 내지 않았다.

수천, 수만 마리가 검은 구름처럼 뒤엉켜 허공을 가로지르는데도, 움직임에는 단 한 줌의 마찰음조차 섞이지 않았다.
그 기괴한 무언의 기동이 오히려 정글의 어떤 포식자보다 서늘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진행 방향에 서 있던 거목의 거대한 옹이 사이에 불길하게 솟구친 덩어리가 보였다.
화맥수의 검은 껍질과 완벽하게 동화되어 언뜻 보면 나무의 기형적인 혹처럼 보였으나, 그것은 유황 벌들의 집이었다.

놈들은 독액 대신 벨테인의 순수한 유황 화기를 침 끝에 모아 주입한다.
그 침에 당한 자리는 독이 퍼지기도 전에 살점이 숯처럼 까맣게 타들어 가며 괴사한다.

화론의 은밀한 주점에서 흘려들었던 아만족 전사들의 일화가 뇌리를 스쳤다.

그 기담이, 이 정글의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는 매서운 진실로 다가왔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부디 허풍 섞인 거짓이기를 바라며 목숨을 도박판에 던질 만큼 무모하지 않았다.

나무의 껍질인지 벌들의 요새인지 가늠하기 힘든 그 검은 형체를 향해 가던 발길을 돌려,
나는 다시 한번 가시덩굴이 우거진 협로로 우회로를 개척했다.

아만족의 마을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정글이 내뱉는 매캐한 숨은 매 순간 내 호흡의 유통기한을 가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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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 소각로


열흘 남짓 비취색 늪을 가로지르며, 나는 오만했던 방랑자의 착각을 완전히 씻어내야 했다.
밀림을 관찰하고 생태를 기록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 가혹한 대지 앞에서는 치기 어린 독단이다.

주객은 이미 전도되어 있다. 내가 정글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정글이라는 거대한 가마솥이 내 숨과 보폭을 빈틈없이 감시하고 있다.

섬뜩한 확신은 ‘염화수라’ ㅡ 대륙의 유랑자들에게는
크림슨 팬서라 불리는 붉은 맹수와 조우한 순간, 제대로 파고들었다.

'조우'라는 단어는 실상 적합하지 않다. 나는 놈을 먼저 발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놈이 나를 진작에 포착했고, 그 날카로운 아가리 속으로 나를 집어삼킬지
혹은 무심히 흘려보낼지 저울질하고 있었을 뿐이다.

기척은 머리 위를 덮은 거대 잎사귀의 기묘한 일렁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이 폐쇄된 고요 속에서, 단 하나의 거대 이파리가 둔탁하게 흔들렸다.

시선을 위편으로 끌어올렸을 때, 시각은 일시적인 혼란을 일으켰다.

정글 구석구석을 채운 벨테인의 붉은 인광과 놈의 가죽 색깔이 완벽하게 맞물려 있었기에,
눈은 그 기괴한 형체를 숲의 배경으로 처리하려 들었다.

의식적으로 초점을 벼려내고 나서야 비로소 비취색 차양 위에 낮게 엎드린 육중한 실루엣이 망막에 맺혔다.
당장이라도 수직으로 낙하할 듯 수축한 어깨 근육의 긴장감이 기류를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순간, 흉강 속의 심장이 통제를 잃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 치명적인 포식자 앞에서 부르는 사형선고의 노래나 다름없었다.

이 기형적인 맹수들은 지맥의 미세한 파동을 타고 흐르는 사냥감의 맥박과 체온 변화를 귀신같이 읽어낸다.
나는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삼키며 인위적으로 호흡의 간격을 늘렸다.
발걸음의 속도를 늦추지도, 서두르지도 않은 채, 그 정밀한 사선의 아래를 묵묵히 통과했다.

놈은 내려오지 않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내가 자신의 영토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그 정물같은 응시를 거두지 않았다.

수십 보를 더 걸어가고 나서야 머리 위의 기분 나쁜 중량감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놈이 나를 사냥할 가치조차 없는 마른 제물로 여긴 것인지
아니면 더 거대한 아만 정글의 괴수를 기다리는 중이었는지는 알 길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오직 살기 위해 한 시간 동안 뒤도 돌아** 않고 진흙탕을 가로질렀을 뿐이다.

이후로도 화맥수의 검게 그을린 껍질마다 날카롭게 패어 있는 놈들의 발톱 자국을 목격했다.
그것은 숲이 이방인에게 건네는 유일한 밀어였다.

진흙이 채 마르지 않은 낮은 자국은 이미 사냥을 끝내고 떠난 흔적이었고,
머리 높이 너머로 깊게 파고든 신선한 상흔은 바로 그 나무 위에 포식자가 도사리고 있다는 경고였다.

이 정글 고유의 잔혹한 독법을 몸으로 깨달을 때마다,
내 견문록의 행선지는 번번이 엉망으로 뒤틀리며 아만의 깊은 심연 속으로 꺾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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