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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괜찮아
794 2026.06.19. 15:34

무슨 말을 써야 할까.

야심한 밤,
언제 비웠는지 금방 비워버린 위스키 한 잔에
녹지 않는 커다란 얼음을 달그락거리며 키보드를 잡았다가,
또 몇 글자 쓰지 못하고 다시 위스키 잔을 만지기를 한 시간여.

옆 동네 장수 게임의 서비스 종료로 떠들썩해진 이 판국에
민심을 외면하자니 힘이 나질 않고,
위로가 될 법한 말을 쓰자니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나쁘게 보일 것 같기도 하고.

십 년도 넘은 젊은 날의 어느 날,

가까웠던 형님과 일찍 담타(담배 타임)를 끝내고 팀원을 기다리며
섭종 이야기를 질문하니까 형님이 하던 말.

"사람도 언젠가 죽듯이 영원한 건 없겠지."

"섭종하는 날, 형님 오실 거죠? 같이 종말을 맞이합시다. ㅋㅋ"

"근데 어둠 섭종보다 너랑 내가 요양원 가는 게 빠를듯? ㅋㅋ"

취기는 오르고, 눈을 감으니 떠오르는 그 기억에 피식 괜시리 웃음이 나고,
혹시나 싶어 귓을 넣었지만 마이소시아에 없다는 문구.

진즉에 연락처도 삭제되고 이젠 연락할 방도 없는 아우의 그리움을 형님은 알까.

'다닥다닥, 타닥타닥.'

아까와는 조금 다르게 힘을 줘서 꾹꾹 눌러보는 자신감.
들썩이는 키보드의 타이핑이 끝나니까 모니터에 떠오른 내가 써놓은 이야기.

게임은 섭종해도 추억은 남을 테니까.
추억 때문에 어둠 하지, 오락 하려고 어둠 하나.
이미, 그리고 내게는 너무 큰 추억들이 많으니까.




괜찮아.




합리화이지만 스스로에게 하는 독려이자,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위로를 주고 싶은 나는 26년 어둠의전설 시인 온타임.




괜찮아, 그리고 괜찮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