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D.C는 절대 없습니다.
정해진 가격대로만 판매하는
엄격한 정찰제입니다.
자신 만만했던 단호함도
흐르는 시간 앞에서는 무력해져,
팔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슬그머니 간판을 고쳐 내겁니다.
5% 세일 들어갑니다.
10% 세일 들어갑니다.
…
…
50% 세일 들어갑니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나의 기라성 같은 그것이
참 허무하게도 스르륵 무너져 내립니다.
반값까지 깎아도 찾는 이 없고,
더 파격적으로 깎아야 겨우 팔릴까.
70% 세일 들어갑니다.
이 이상은, 진짜 이 이상은 안 됩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제 값어치가 바닥칠까 발을 동동 구르지만,
내심 조바심에 다음 세일을 준비하는
초라한 나의 모습.
끝까지 제값을 고수하는 사람도 분명 있건만,
나는 깎고 또 깎아야 겨우 팔리는 사람인가 봅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한 줄씩 더 먹어갈수록,
'사장님이 미쳤어요' 현수막을 걸어야 하는
나의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가벼워 보이지만 더없이 무겁고,
쉽게 내던지지만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
우린 그걸,
'자존심'이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