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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법도 (상)
801 2026.08.21. 10:48

오래라면 오래되었지만, 이제는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다.




불규칙한 아르바이트 일정 때문에 고정 파티 사냥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돈 없고 가난했던 청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혼자서 살아남는 솔플뿐이었다.




진로를 고민하던 끝에 마침내 하나의 직업으로 낙점했다.

혼자서 저주를 걸고, 나르콜리를 쓰며, 기습으로 몬스터의 끝을 노리는 골잡이 가능한 직업.
선택지는 법도(법사+도적)가 유일무이했다.




지금이야 올포인트 달성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지만,
사냥 효율이 극악이었던 그 시절에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노력이 필요했다.

꾸역꾸역 체력과 마력을 올려 3풀을 달성하고, 마침내 2차 승급까지 마치며 본격적인 법도의 여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메카나 굴에서 골잡을 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생명의 목걸이였다.




가난한 알바생이었던 나에게 생목은 너무나 거대한 벽이자 부담스러운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홀로 메카를 순회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굴에서 골잡을 하다가 고가의 아이템이라도 얻는다면 조금씩 빚을 청산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나를 움직였다.


결국 나는 빚을 내어 생목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휴대폰 소액결제로 캐시 아이템을 산 뒤 이를 판매하여 게임머니를 긁어모으는 방식이었다.)






생목을 손에 넣자마자 가장 먼저 세오의 각인을 발랐다.
혹시라도 사냥하다 사망하여 후드득하는 비극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부푼 가슴을 안고 마침내 굴로 올라가 본격적인 골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죽는 게 무서워 제물층 주변을 기웃거리며 프라보, 나르콜리, 기습을 기계처럼 반복할 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조금씩 용기를 내어 최고가 아이템인 데스나이트의 방패가 떨어진다는 데방층까지 발을 넓혔다.




"이렇게까지 안 나온다고?"




한탄이 절로 나올 만큼 데방의 드롭률은 극악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골잡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위안을 얻으며, 지루함과 싸우며 끊임없이 몬스터를 잡아나갔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마침내 운명처럼 데방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떨리는 손으로 줍고 득템한 방패를 즉시 판매하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한 뿌듯함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다.




그것이 바로 내 팍팍했던 청춘과 함께했던, 법도로서의 첫 신고식이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