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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법도 (하)
702 2026.08.24. 12:53

'커스프람.'



그것은 모든 저주 계열 마법의 시전 시간을 1초로 단축해 주는, 마법 같은 단검이었다.

"겨우 1초 줄어드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눈지침 없이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지금의 '어둠의 전설' 세상이라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호흡이 느긋하고 완만하게 흘러가던 그 시절엔 사정이 달랐다.



저 단검만 손에 쥘 수 있다면 내 법도의 저주 속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할 터였다.
더 강력하고 압도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열망이 가슴속에서 피어올랐다.



결국 나는 허황되어 보일지 모르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달 치 식비를 과감히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저녁을 책임지던 편의점 도시락마저 포기하고, '쇠고기면' 하나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잔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결과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골잡의 속도는 확연히 빨라졌고, 비록 모니터 속 점으로 이루어진 그래픽에 불과할지라도,
내 캐릭터가 쥐고 있는 영롱한 초록빛 단검은 볼 때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거기서 만족했어야 했다. 욕심을 멈췄어야만 했다.





그 무렵 어둠의 전설 세계에 불법 핵 프로그램들이 급속도로 유포되기 시작했다.
캐릭터가 날아다닐 듯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스핵'부터 시작해 '자보(자기보호)', '딜레이 감소' 같은 기형적인 프로그램들이 필드를 뒤덮었다.



커스프람의 우월한 성능을 과시하며 뿌듯해하던 내 법도 옆으로,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딜레이도 없이 '프라보'를 무한 연타하는 다른 법도가 스쳐 지나갔다.


그 광경을 목도한 순간, 묵직한 허탈감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선을 넘고 싶지는 않았다.


해킹 피해가 난무하던 시기였기에,
출처 불명의 프로그램을 함부로 다운로드했다가 피땀 흘려 마련한 아이템들을 모조리 털릴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게임의 순수한 본질이 변질되어 가자, 나의 열정도 조금씩 식어갔다.


차라리 잠시 게임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했어야 했지만,
나는 사들어가는 도파민을 다시 끌어올릴 방법을 미친 듯이 모색했다.



'저격' 스킬이라도 빨리 배웠다면 달랐을까.


하지만 어빌리티 25의 벽은 까마득히 멀기만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당장 더 강력해질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유일한 한 방 딜을 자랑하는 '기습' 스킬의 극대화. 그것이 내가 찾은 유일무이한 해답이었다.



기습의 시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장비, '레인셋(블랙셋)'.

그러나 그 역시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고가 아이템이었기에, 나는 다시 한번 잔인한 선택을 해야 했다.



저녁을 라면으로 때우는 것을 넘어, 이제는 점심마저 아예 굶어야만 겨우 손에 쥘 수 있는 영역.
게다가 내 분신과도 같던 커스프람마저 처분해야 가능한 금액이었다.



치열한 고민이 이어지던 어느 날, 나는 결국 무모한 결단을 내린다.



커스프람을 팔아치우고, 강제 다이어트를 감수하더라도 레인셋을 품에 안기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