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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秘」하예인
387 2026.09.07. 22:56

秘, 루어스의 비밀 문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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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소시아 전승록]

잔영집 - 하예인













: 하예인


마법사가 하늘의 별을 읽고 기운을 빌려 세상을 뒤흔드는 권능의 소유자로 기억될 때,
멸시와 광신 사이에 위태롭게 서 있던 이들이 있었다. 훗날 성직자라 불리게 될 초기 신성 사제들이었다.

혼돈의 시대, 선문명의 파란 속에서 마력이라는 근원적 힘의 흐름이 발견되었을 때,
신성력과 마법의 경계는 지극히 모호했다. 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불을 일으키는 자와,
마나의 원리를 파악해 타인의 상처를 이어 붙이는 자가 한데 얽혀 소용돌이치던 시대였다.

이 갯벌 위에 명확한 이정표를 세우고, 마나라는 이성의 영역과 신성이라는 숭고한 믿음의 영역을
명확히 갈라놓은 한 명의 선구자가 존재했으니, 그가 바로 '히네스' 출신의 학자이자 최초의 대사제인 하예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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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륙 남동부의 온화한 햇빛과 붉은 과수원으로 이름난 오렌 지방,
고대 '히네스'는 본래 이교의 주술과 야만적인 정령 신앙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던 변방의 섬이었다.

하예인의 출생에 관한 사료는 지극히 드물지만, 그가 히네스 지방의 초쟁이 흙집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마나의 흐름을 감지하는 천부적인 감각을 지녔다는 점만은 공통으로 증언된다.

최초의 마법사 율로나 이후,
마법이라는 파괴적인 권능은 극소수의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비밀리에 전인되는 밀교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거대한 힘이 그릇된 손에 들어가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선천적 재능만이 아닌, 후천적으로 마나의 섭리를
익힐 수 있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면서 지식은 점차 서적으로 기록되기 시작했다.

하예인은 바로 이 지식의 전환기에 젊은 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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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신을 이름을 따르는 자들은, 만고의 스승 율로나의 후예라 자처하는
초기 마법사들에게 무능한 광신도라며 업신여김을 당하기 일쑤였다.

사제들이 행하는 기적과 치유는 그저 의식을 통한 주술적 현상으로 치부되었고,
마치 현재의 점성술과 같은, 논리적인 가치가 없는 모호한 신비주의의 영역에 방치되어 있었다.

하예인은 오만을 되잡고자 했다. 그는 마법사들이 사유하는 이성적 마나의 구조와,
성직자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신성한 마나의 방식이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깊게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륙의 도서관과 은둔자들의 굴을 전전하며,
마법사와 성직자라는 두 계급의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분리해 내는 거대한 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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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제국 유물관에 보존되어 있는 [모게 아비엔 아이오라]이다.
이 책은 후세에 '최초의 전문 마법 교과서'이자 '성직자 체계의 정초'로 불리게 된다.

하예인은 멘트어로 '자비로운 빛의 환영'을 뜻하는 이 책을 통해,
성직자들이 사용하는 치유와 보호의 기적이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완벽한 논리로 증명해 냈다.

그에 따르면, 마법사가 마나를 자신의 의지로 재조합하여 현상을 일으키는 존재라면,
성직자는 자신의 영혼과 마력을 온전히 비워내어 신과의 연결거리를 개척하는 인물들이었다.

하예인은 신성 마법 역시 엄연한 영혼의 마력 운용법이며,
지극히 정밀하고 체계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만 비로소 발현된다는 점을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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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서적의 제2장 '마력의 승화와 비움'에 다다르면,
하예인은 마법사가 이용하는 마나와 성직자가 자아내는 신성 마나의 순환의 정교한 도식으로 비교 분석한다.

마법사의 마력이 뇌를 중심으로 한 당김과 방출의 역학이라면, 성직자의 마력은
심장과 연동되어 자신을 비워낸 자리에 신성의 울림을 받아들이는 동기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제들이 주문을 읊을 때 일어나는 생체적 반응과 마나의 흐름을 관찰하여,
마력을 효율적으로 축적하고 소모를 최소화하는 정화식을 수식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전까지는 신앙심에만 의존했던 치유의 기적이,
이 책의 등장으로 인해 일정한 체계를 갖춘 '학문으로서의 치유학'으로 승화된 셈이다.

또한, 서적의 후반부인 제5장 '경계와 금기'에는 성직자가 마력을 그릇되게 운용했을 때 발생하는
영혼의 오염과 마나의 역류 현상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하예인은 성직자가 타인을 구하려는 숭고한 의지를 잃고 사사로운 욕망이나 증오에 사로잡혀 마력을 다룰 경우,
신성 마법이 어떻게 한순간에 영혼을 파먹는 신성 붕괴로 변질되는지를 입증해 냈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에 그치지 않고,
마나를 다루는 자로서 갖춰야 할 직업적 윤리와 경계선을 엄격히 규정함으로써
교회라는 조직이 종교 집단을 넘어 마이소시아의 윤리적 기둥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사상적 토대를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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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과서가 완성되면서 대륙의 역사는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체계적인 수련법을 얻은 성직자들은 더 이상 마법사들의 파괴력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독립적인 집단으로 거듭났다.

그들은 전쟁터에서 기도문이나 외우는 무력한 이들이 아니라,
하예인이 정립한 이론에 따라 마력을 다루어 목숨을 건져내는 자비의 축이 되었다.

마법사와 성직자는 그렇게 정당한 학문의 동반자이자,
세상의 이면을 받치는 두 개의 기둥으로 서로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당시 가장 번성하던 아틀란툼의 학파들조차 하예인의 정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알마게니움 역시 사제 교육의 입문서로
이 자료를 채택하면서 '성직자'라는 고유한 직업이 세상에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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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하예인은 어떠한 권위도 탐하지 않은 채 고향 히네스로 돌아가
교육과 저술활동에 힘쓰며 생을 조용히 마감했다.

후대의 마법사들이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피에트의 정원에 동상을 세우려 했을 때,
아벨 종단은 그가 생전에 남긴 "신의 부름을 받은 자는 자신을 아로새기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들어 반대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