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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어둠 그리고 그녀 (상)
239 2026.09.11. 13:15

※ 오늘은 가볍게 가벼운 글을 하나 써보렵니다.


친구 놈 이야기 하나 들고 왔습니다.



저한테 현실 친구이지만 어둠(어둠의 전설) 친구이기도 한 찐친 한 명이 있어요.


이 자식으로 소개할 것 같으면 굉장한 금사빠입니다.

외모는... 잘생기진 않았지만 그냥 개성 있게 생긴 외모고요.



왜 이 녀석이 금사빠냐면, 조금만 자신에게 웃어줘도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생 선생님? 24살의 교생 선생님이 실습을 오셨을 때, 의례적인 눈인사를 자신에 대한 호감이라고 떠드는 녀석이니 원...



하여튼, 이 녀석과 제가 조금 유별난 이유가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바람의 나라 하러 갈 때 묵묵히 저랑 어둠의 전설을 하면서 같이 놀던 그런 녀석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등교 후 귀에 MP3를 꽂고 음악을 들으려는데 이어폰을 빼더니 호기롭게 이 자식이 자랑을 하더군요.



"나 여친 생김."



'엥? 니 외모에?'


라고 말하려는 걸 꾸역 넘기고 여친에 대해 물으니 어둠에서 만난 여친이라고 합니다.





순진한 친구... 이젠 하다하다 2D 캐릭터를 사랑으로 보는 거니...

눈물이 나오는 걸 급히 밀어넣고 어떤 사람이냐 물으니 오늘 어둠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겁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만나기로 했던 아벨 마을 아지트로 가니 이미 와 있더군요.


3써클 전사, 아즈네일이었나... 퀘스트 밀면 주는 거 하나 뒤집어쓴 여전사가 반갑게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화답하듯 저 또한 인사 한 번 날려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말투는 여자입니다.

허나 여캐라고 다 여자면... 어둠은 이미 과반수가 여자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넷카마'라는 단어를 알지만, 그 때는 그냥 여캐 조종하는 남자라는 인식으로 생각하고 별로 믿지 않았습니다.


저 캐릭터를 조종하는 이가 여자가 아니라 우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2차 성징을 끝낸 성인 남성의 장난일 거라고 그저 믿었죠.



다음 날 학교에 가니 친구는 들떴네요.


벌써 문자까지 나누는 사이래요.



친구가 그 당시 KT 핸드폰이었는데... 라떼는 알(문자 요금제)이 있어서 문자 한 건당 뭐 30알씩 소모되는 그런 게 있었거든요.


할 얘기가 얼마나 많은지 알을 다 썼다고 저보고 남는 알 좀 보내달라 합니다. (-_-)
(알은 실제로 전송해주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문자가 중요한가 쯥... 전화나 영상통화를 해봐야지...

못 미더워하는 절 보며 친구가 정색을 합니다.



"야, 이미 했어."


"어?"


친구는 제 휴대폰을 뺏어들고 자신의 여자친구 번호를 누르더니 전화를 겁니다.


"야야, 뭐 하는...!"


당황스럽지만 또 내심 기대되는 그런 찰나의 기다림.

이윽고 통화연결음이 끝나고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너무나 청량한 아름다운 목소리는 여자... 정말 여자였습니다.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절 쳐다보는 친구를 보며, 축하해주기보단 친구 녀석의 개성 있는 얼굴을 본다면 필시 저 여자분도 도망치겠지? 라는 질투가 먼저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설마 뭐 만나겠어?"



방과 후, 터덜터덜 닭꼬치 하나 물고 걸어가며 물었더니 친구는 정말 그 여자분이 사는 곳에 놀토(노는 토요일)를 맞이하여 가기로 했답니다.



"니 그러다 납치되는 거 아님?"



웃으며 농담을 던졌더니... 이 자식 눈빛이 진지합니다.



캔모아라고 아십니까?


당시 학생들의 데이트 성지, 그야말로 연인은 무조건 가야 한다는 그런 곳이었어요.
거기에 간다고 합니다.



"그래, 만나서 데이트 잘해라."



다 먹은 닭꼬치의 나무 꼬챙이를 괜시리 훽 집어던지고 인사를 마치며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이 지나고 주말이 끝날 때까지 친구는 어둠 접속도 안 하고 연락도 없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며 주말을 마치고 학교에 가니까 친구 녀석이 떡하니 등교를 해선 친구들에게 썰을 풀고 있습니다.



"어, 왔냐?"



반갑게 손을 흔드는 친구 녀석을 보며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는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야, 어떻게 됐냐?"



응큼스럽지만, 또 자신 있는 웃음으로 쓰윽 올라간 입꼬리, 친구는 토요일에 여자분을 만나러 갔다가 첫날 어색함을 이겨내고 캔모아를 갔다고 합니다.



거기서 좀 오래 죽치다가 나와서는 하염없이 걸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휴대폰 고리까지 서로에게 선물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고 해요.



어쩐지... 녀석의 싸이언 휴대폰에 못 보던 고리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나고 집으로 헤어져서 돌아오는 고속버스,
약 1시간을 달려 집에 와서도 집 전화로 통화하며 밥 먹는 걸 까먹을 만큼 몰두했답니다.



근데 이... 연애라는 게 그렇잖습니까. 좀 만나다 보면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서로 하늘에 별도 따다 줘요.
부모님이랑 나랑 누가 더 좋아? 물으면 부모님도 팔아먹는 후레아들놈이 되는 게 풋풋한 연애잖아요.



또 보고 싶어서 일요일날 다시 만났답니다.



그리고 노래방에서 입술 교환도 할 만큼 진도를 뺐다고 자랑합니다.
(그런 걸 썰로 풀다니... 저질스러운 녀석)



끓어오르는 질투를 참아내며 친구의 썰에 미소로 답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도 어둠에서 애인이나 구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