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게임실행 및 홈페이지 이용을 위해 로그인 해주세요.

시인의 마을 세오
어둠 그리고 그녀 (하) 완
233 2026.09.11. 14:03

"어 왜"



"야.. 진짜 어쩌냐."



목소리가 파르르 떨립니다.


그리고 그 유쾌했던 자식이 갑자기 불안해 보입니다.



"뭘 어째."



"편지 와 있다."



대충 내용을 요약하면,
그때 모종의 일로 아버지로 인해 상처를 입은 친구에게 사과를 하는 여자의 편지와
또 바뀐 자신의 번호를 남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화해봐."



"해도 될까..."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아들만 둘인 친구였습니다.


너무나 오래전 이야기였기에 그저 추억이지만,
추억은 또 기라성 같던 아저씨의 굳건함도 무너뜨릴 만큼 그 파워가 정말 센가 봅니다.



혼자서는 못 하겠다는 친구의 말에
다음 날 직장 근처 카페에서 만나 같이 해보자고 말하곤 괜히 설레는 마음을 소주로 달래며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카페에서 만난 친구 녀석, 해맑습니다.



그 모습이 얄미워서 확 제수씨한테 꼰지를까 싶었지만, 그래도 추억을 지켜주고 싶기에 참아봅니다.



"자, 해보자.. 네가 받아줘."



얼마나 당황했는지 쓰고 있던 폴드를 쫙 펼쳐서 전화를 거는 친구 모습과 말에 휴대폰을 받아들고 다시 접어서는 통화 연결음을 기다려봅니다.



뚜-우 뚜-우



괜히 긴장이 됩니다.



딸-칵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 여자 목소리입니다.
당황해서 친구에게 다시 휴대폰을 넘기니까 친구가 손사래를 치며 거절합니다 -_-



반복적으로 "여보세요"를 외치는 그녀에게 혹시나 통화가 끊어질까 봐,

"저 이수연(가명) 씨 휴대폰인가요?"

라고 물어봅니다.



"누구신데요."



"아, 저희는 그 이수연 씨..."



다음 말을 해야 하는데 차마 카페 사람 많은 곳에서 '어둠의 전설에서 만난'이라고 운을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바꿔주며


"네가 해!"


라고 건네주니 친구가 다시 묻습니다.



"그, 저.. 수연이..."



설레는 가슴을 부여잡고 묻는 친구의 말에 차가운 답이 날아옵니다.



"아닌데요, 전화 잘못 거셨습니다~"



"아.. 죄송.. 죄송합니다."



통화가 끊어지고 친구는 허탈하게 휴대폰을 들고 있습니다.

하긴, 그 편지가 언제 온 건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리고 설마 맞다 해도 세월이 벌써 20년 가까이 됐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친구에게 말해봅니다.



"잊어라. 어차피 너 결혼도 했고 이젠 알면 더 이상하지."



촉촉해진 눈가에 맺혀 있는 눈물, 그리고 친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야겠지, 모르는 게 더 나을지도..."



날이 더워 머리 위부터 흘러내리는 땀이 땀인지, 혹은 친구의 눈물인지 분간 안 되는 모습은 어쩐 일에서인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에필로그

"누구야?"

"아니야, 잘못 걸린 것 같아."

"아~ 그래그래, 그래서 내가 아까 하던 얘기를 마저 하자면."
(알아도 이젠 몰라야겠지, 잘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