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 루어스의 비밀 문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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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소시아 전승록]
잔영집 - 최초의 현자, 타란
: 타란
마이소시아 동서부, 까마득한 신화 시대의 기운을 머금은 무성한 수림 깊은 곳에는
'신의 뿌리'라 불리는 거대한 영목 아르카나드가 대지를 깊게 움켜쥐고 서 있다.
하늘을 가릴 듯 우뚝 솟은 아르카나드의 거대한 줄기와 가지 위에 안치되어 있는 밀레스는,
본래 필멸의 존재들이 감히 접근할 수 없었다던 고대 '알마게니움'의 상징적인 수도였다.
신들의 정수와 번영이 스며들었던 멘트, 알마게니움은 대륙에서
가장 고도화된 정신을 꽃피우며 영혼의 구조와 마학의 근원을 자유로이 탐구하던 학문의 정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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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1차 혼돈시대라 일컫는 신들의 봉인과 이어진 대전란의 여파로
밀레스는 치명적인 충격을 입어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오늘날의 밀레스는 아르카나드 영목 아래의 숲속 깊은 곳이나 고대 지하 주랑에서 드물게 발굴되는
고대 유물과 사료를 통해서만 화려했던 영화를 짐작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성소이자 거주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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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나드 수림 하부의 울창한 자생지는
사시사철 풍부한 희귀 약초와 마나 시약, 그리고 강철보다 단단한 고목재를 제공한다.
이 덕분에 전장으로 향하는 모험가들과 학도들은 기본적인 장비를 매우 정직한 가격에 구하곤 한다.
또한 도시 중앙에는 대륙에서 유일하게 마이소시아의 여섯 주신을 한자리에 모셔 섬기는
'제신신전'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어, 신성 마력의 원리를 고찰하고 마음의 죄의식을 씻어내려는
성직자들이 대거 정착하는 신성한 성지로서의 명맥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
매일 수많은 모험가가 아르카나드 숲 지하에 매장된 알마게니움의 보물을 찾아 발을 내딛지만,
고대 마법에 오염된 마물들의 기습으로 인해 오직 냉철한 판단력을 갖춘 극소수만이 무사히 귀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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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밀레스의 역사 속에서, 정사와 야사를 통틀어 마이소시아 역사상
'최초의 현자'로 추앙받게 된 사상가가 존재했으니, 그가 바로 '타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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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은 알마게니움의 고귀한 혈통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명문 집안 포이니케 가문 출신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사라시스, 어머니는 클레어스였으며, 이 가문은 밀레스의 초대 개척자이자
도시의 기틀을 다진 네일과 함께 아르카나드 영목 아래에 정착한 최고의 명가였다.
타란은 젊은 시절부터 뛰어난 정세 판단력과 남다른 학식으로 알마게니움의 행정과
정치 전반에서 중책을 맡아 수행했으며, 그의 합리적인 통찰은 수많은 귀족과 사제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권력이나 명예에 연연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소란스러운 직책을 내려놓은 뒤,
타란은 오직 자연의 이치와 마나의 근원을 탐구하는 데 모든 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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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의 판단력과 혜안에 대해서는 수많은 전승이 전해진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뮤레칸의 축복을 받은 동부의 강력한 군벌이었던 아틀란툼의 프로이트 군주가
히네스 원정군과의 전면전을 앞두고 알마게니움에 대규모 파병을 요청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알마게니움의 모든 귀족들은 프로이트의 위세에 눌려 군대를 보내고자 했으나,
오직 타란만이 파병을 극구 반대하고 나섰다.
타란은 명분 없는 싸움에 군대를 보낸다면
알마게니움이 멸망을 피할 수 없다며 군주와 귀족회를 설득해 파병을 막아냈다.
결과는 타란의 예측대로였다.
프로이트의 군세는 히네스의 군세 앞에 처참히 궤멸당했으나, 히네스의 참모들은
알마게니움이 지원군을 파병하지 않고 중립을 지켰다는 점을 인정하여
아르카나드 영목과 밀레스를 파괴하지 않고 온전히 보존했다. 냉철한 판단으로 도시를 구원해 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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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의 통찰력은 관념에 그치지 않고 사람을 구하는 연금학의 결정적인 부분에서 커다란 궤적을 남겼다.
본래 마이소시아 전역에서는 피와 마력을 채워주는 '쿠라눔'과 '마라디움' 같은 기본적인 회복 시약만이 쓰이고 있었으나,
타란은 생명의 본질을 꿰뚫는 마나와 식생의 이치를 결합하여 마침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혼사 상태에 빠진 동료의 목숨을 벼랑 끝에서 건져내는 기적의 시약
'코마디움'과 극상의 치유를 선사하는 '엑스쿠라눔'을 최초로 조합해 낸 선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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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알마게니움의 귀족들과 학자들은 회복을 넘어 생을 구원하는 시약의 출현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타란은 별들의 이동과 아르카나드 수림을 흐르는 마나의 흐름,
그리고 계절의 조화를 정밀히 짚어내어 희귀 약초 '아르칸'의 마나 결합 방식을 완벽히 해독해 냈다.
오직 타란만이 완성할 수 있었던 이 정밀한 정제법과 마법의 운용 공식은
사라져 가던 수많은 모험가들의 목숨을 사선에서 건져 올리는 구원의 기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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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 부나 명예 대신 오직 생을 살리는 지혜로 대륙을 경탄케 한 타란은
시약의 제조법을 신전과 밀레스의 구휼소에 무상으로 대가 없이 내어주었다.
수많은 영주와 상인들이 막대한 금화를 들고 찾아와 그 원리를 사려 했을 때, 타란은 그 금전을 모두 사양하였다.
"학문을 하는 자가 진리를 탐구하는 까닭은 세속의 부를 얻기 위함이 아니요,
만물의 이치로써 잃어버린 생명을 구하는 데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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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비범한 지혜를 지녔음에도 타란은 마이소시아의
어떤 저명한 마탑이나 이름난 스승 밑에서 학문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는 젊은 시절, 신성한 기적이 남아있던 이카루스의 신관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천문학을 관찰한 것을 제외하고는 오직 독학으로 모든 진리를 깨우쳤다.
타란이 마이소시아 최초의 현자로 인정받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성배 아르카누스의 신탁' 일화이다.
어느 날 밀레스의 한 사람이 아르카나드 영목 아래 신성한 호수 깊은 곳에서 그물을 끌어 올리던 중,
순수의 시대에 영험한 마력 결정으로 제련된 고대 유물 '성배 아르카누스'를 건져 올렸다.
손에 쥐는 것만으로도 마력의 정수가 울려 나오는 그 막대한 가치의 성물을 두고
탐욕스러운 상인들 사이에 거친 다툼이 벌어졌고, 분쟁이 나날이 깊어지자 사람들은
신전의 사제들을 찾아가 주신의 뜻을 구했다. 그러자 세오가 내린 신탁의 내용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했다.
"이 세상 모든 필멸자 중에서 지혜가 가장 으뜸가는 자, 마이소시아의 현자에게 이 성배를 내어주라."
밀레스의 사제들과 시민들은 한 치의 이견 없이 그 성배를 가져다 타란의 집 문앞에 삼가 바쳤다.
타란이 당대 사람들에게 얼마나 절대적인 지혜의 상징이자
독보적인 존재로 추앙받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증언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타란은 그 성배마저 나보다 더 지혜로운 자가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며 겸손히 사양하고,
제신신전의 제단에 다시 올려놓아 주신들의 뜻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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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은 아흔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오직 자연과 마나의 본질을 탐구하며 살았다.
그는 늙고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밀레스 광장에서 열린 젊은 모험가들의 기사도 경기와 검술 경연을 구경하던 중,
극심한 더위와 갈증, 그리고 노환으로 인해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오늘날 아르카나드 영목 아래, 밀레스 숲의 정적이 내려앉은 그의 소박한 석묘에는
후대 사관들이 새겨 놓은 다음과 같은 비문이 새겨져 있다.
"비록 이 돌무덤은 작고 소박하나, 그 이름과 지혜의 명성은
까마득한 하늘과 아르카나드 영목의 높이에 닿았나니.
보라. 알마게니움이 남긴 최초의 현자, 타란의 안식처를."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