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즐길 거리가 차고 넘치는 요즘 시대에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TV만 틀면 나오던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
획기적이면서도 정감 가고 친근해서 더 자주 찾았던 무한도전은,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어 주는 내 보물 같은 유희였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토요일마다 반드시 무한도전을 챙겨 보며 살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군대에 다녀오고, 생업에 뛰어들어 살다 보니 점차 챙겨 볼 여유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언제나 무한도전은 늘 그 시간에 방영되고 있을 테니, 나중에 한 번에 몰아보면 되겠지.'
마음 한구석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지나쳤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무한도전 멤버였던 리쌍의 길 씨가 음주운전으로 하차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오래도록 무도를 봐온 나였지만 길 씨의 하차는 아주 큰 충격까지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인 캐릭터보다는 감초나 향신료 같은 역할의 멤버였기에 아쉬움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기사로만 무한도전의 소식을 접할 뿐 정작 시청은 하지 못한 채 나의 청춘이 흘러가고 있던 어느 날,
이번에는 노홍철 씨마저 같은 문제로 하차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제 무한도전도 끝나는 건 아닐까?'
하는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어떻게든 무한도전을 살려보려고 멤버들과 제작진이 고군분투한다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무도를 챙겨 ** 않았다.
그리고 수많은 시도 끝에,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은 결국 그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
며칠 전 연휴가 길었던 10월의 첫째 주,
할 일을 다 끝내고 뭘 할까 하다가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내가 미처 ** 못했던 무한도전 회차들이 알고리즘에 뜨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길 씨가 하차한 이후의 무한도전 시리즈였다.
나는 정말 밤을 새워가며 영상들을 찾아 정주행했다.
소리 내어 크게 웃기도 하고,
몇 년 전 팬들이 남겨둔 그리움 가득한 댓글들을 보며 숙연해지기도 하면서 수많은 감정의 교차를 느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재미있고 즐거웠는데, 그 당시에는 왜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했을까?'
'왜 그 끝을 맞이하고 나서야, 이제야 소리 내어 웃고 즐기고 있는 걸까?'
이 상황을
'어둠의 전설'에 대입해 보니, 어쩌면 어둠의 전설은 나에게 무한도전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하지 뭐~'
'몰아서 하지 뭐~'
늘 그 자리에 있어줄 것 같아서 때로는 지나치고 외면하며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공기 같은 존재.
만약 이 어둠의 전설마저 끝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떨까.
지금 10년도 더 지난 무도의 뒷이야기를 보며 즐거워하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 어둠의 전설이 남긴 잔재만을 바라보며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지는 않을까.
컴퓨터를 켜고 게임에 로그인하여 온타임 접속을 해본다.
화염의세계수 사당에서 잠수를 타고 있는 캐릭터들과 너울거리는 이펙트의 향연,
그리고 시인의 옷을 입고 물끄러미 서 있는 내 캐릭터를 보니 어쩐지 오늘은 이 풍경이 유난히 정겹게 느껴진다.
이제 미루지 않고 조금씩 더 담아두려 한다.
마이소시아 마을을 돌며 마을의 풍경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바쁘게 움직이며 대화를 나누는 마을 어귀 사람들의 채팅도 담아두며,
언젠가 추억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모든 순간을 마음에 눌러 담아본다.
그리고 모든 것이 '현재진행형'에서 '과거형'으로 바뀌어 버려 문득 추억이 그리워질 때,
가슴 한켠에 담아둔 그 기억들을 꺼내어 보며 배시시 미소 지어 보려 한다.
어둠의 전설,
참, 무한도전과 너는 너무나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