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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447번지의 비밀(부제 : 텅지안의 망령)-1
199 2012.12.25. 17:39


밑에 글은 하드론님 카페에서 퍼온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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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현직 경찰인 지인으로부터 들은 일화를 소설식으로 엮은 이야기입니다.






"신고한 사람이 누굽니까?"



나의 물음에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넋을 잃은 채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던 젊은 여자가 나를 천천히 올려다 봤다.


그녀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느낌으로 보아 사망자의 아내가 틀림없어 보였다.


헝클어진 퍼머머리와 흘러내린 눈물의 경로를 그려내고 있는 아이라인 줄기가 그녀의 심적 충격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충격이 크시겠습니다.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그녀는 나에게 응시했던 시선을 풀더니 이내 멍하니 어딘가를 또다시 주시했다.



"힘드시겠지만 수사에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40세의 한 남자가 죽었다.


안방에서 장롱에 몸을 등지고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죽었다.


방바닥에는 무려 17개의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었고, 두어병은 채 비우지 못한 상태로 투명한 내용물을 밖에 쏟아내고 있었다.


현장조사가 한창이라 좁은 방안이 요란하고 시끄럽게 느껴졌다.


나는 사망자의 아내를 부축하고 집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주변 공원의 한적한 벤치로 인도하여 그녀가 깊은 숨을 몰아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불편하시면 오늘 말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모든 사건이 그렇듯이 초동수사가 가장 중요한거라서...."



"네, 뭐든 물어보세요."


여자는 의외로 담담하게 나의 말을 받아 주었다.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수사관의 본능처럼 펜과 수첩을 꺼내 바로 심문에 들어갔다.



"남편의 사망 당시 같이 계셨습니까?"


"아니오."


"그럼 어디 계셨습니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어요."


"그럼 마트에 가기 전에 남편을 보셨겠군요."


"아뇨. 그 때까진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발견 당시 남편 혼자 있었나요?"


"네."


"죽은 줄 어떻게 알았나요?"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고, 남편이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장롱에 기대 앉아 있더라구요.

죽은 것 같았는데...혹시나 해서 팔과 얼굴에 손을 갖다대었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운거예요.

입술은 이미 파랗게 변해있구요.."


바로 몇 십분 전의 기억이 생생한지 그녀는 잠시 양손으로 두 어깨를 쓸어내렸다.


"그런데 119가 아닌 경찰에 바로 신고하셨더군요."


"그냥 무서웠어요. 널부러져 있는 그 많은 소주병을 보니까 더 무서웠어요.

평소의 남편 같지가 않았어요."


두려움이 몰려오는지 그녀의 음성이 다소 높아졌다.


"인기척이나 낯선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던가요?"


"없었어요."


"혹시...원한을 살 만한 주변 사람들이 있나요?"


"그건 잘 몰라요. 워낙 바깥일 때문에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편이라...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지 몰라요"



질답이 오가는 동안 그녀는 나에게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그럼 마트에 얼마 동안 계셨나요?"


"네 시간 정도 있었어요."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옆집 새댁이 마트에서 내내 같이 있었어요. 물어보면 알겁니다."


"음...네시간이라.....네시간 동안 소주 17병을 마신다는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걸 왜 저한테 묻는거죠?"


"아..아닙니다. 그냥 의문이 드는 것들은 통상적인 수사관례상 물어보는게 저희들의 규칙입니다."



알리바이에 대한 추궁은 계속되었지만 나의 직감은 이미 그녀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남편 분의 직업이 뭡니까?"


"포크레인 기삽니다."


"외근이 잦겠네요."


"네."


"남편분 주량이 어느 정도입니까?"


"그건 잘 몰라요. 제가 술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연애 때도 같이 술을 한 적이 거의 없어요."


"최근에 남편분을 본게 언젭니까?"


"그저께였어요."


"혹시 이상한 점 못 느끼셨습니까?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한다던가..아니면 이상한 말을 한다던가..."



나의 물음에 잠시 기억을 더듬던 그녀가 갑자기 시선을 돌려 나를 무섭게 노려 보았다.



"생각나요!!"



그녀의 급박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순간 긴장감이 몰려왔다.



"어떤 것 말입니까?"


"들어오자마자 뭔가 홀린 사람처럼 넋이 나간 채 피곤하다며 잠이 드는 겁니다."


"......."


"평소엔 집에만 들어오면 이곳 저곳 친구들 전화해서 불러내기 바쁜 사람이예요.

당구가 되었든, 술이 되었든 친구들 불러내서 노는 것 좋아아는 사람인데 그 날은 그냥 그렇게 잠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언제 다시 나갔나요?"


"잠이 든지 서너시간이 지나자 야간작업이 있다며 다시 나가는 거예요.

그런데 나가면서 이상한 말을 하는 거예요."


"무슨 말 말입니까?"


"주연이를 봤다는거예요."


"주연이요?"


"5년 전 사고로 죽은 저희 딸이예요."


예전의 악몽같은 기억까지 떠오르는지 그녀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흐흐흑!!"


나는 잠시 심문을 멈추고 그녀가 안정을 되찾을 시간을 주었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하셨나요?"


"대답은 무슨 대답이요? 전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 사람을 쳐다 봤고,

그 사람은 그렇게 더 이상의 아무 말없이 집을 나섰어요."


"그리고나서 오늘 사건현장에서 보신 겁니까?"


"네....흐흑흑..."



나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간략히 메모한 후 수첩을 접었다.





사건 현장으로 돌아오자 조금 전에는 ** 못했던 사람들이 현장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왜 다들 죽은 사람을 그렇게 보고싶어하는지 사람의 심리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김형사님."


현장 조사 중이던 박형사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과학 수사대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외부 침입흔적도 없고, 독살흔적도 보이지 않고,

외상 흔적도 없고, 저항한 흔적도 없고.......

그냥 알콜수치가 치사량을 넘어서 죽은 것 같은데요?"


나는 잠시 사건현장의 출입문을 응시한고는 입을 열었다.


"박형사 너는 사람이 17병의 소주를 먹는다는게 가능하다고 보냐?"


"왜 불가능합니까? 어떤 연예인들은 소주를 궤짝으로 갖다놓고 마신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게 혼자서 가능하다고 보냐고? 그것도 단 서너시간만에...."


"그건 그렇지만.....다른 사인이 없잖습니까?"


"그리고 지나치게 소주냄새가 많이 나..."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까 박형사 너도 들어갈 때 느꼈잖아. 소주 냄새가 문밖까지 나던거.....먹은 것보다 쏟은게 많을 수도 있어."


"그럼 누가 강제로 먹였단 말씀이십니까?"


"주변에 토사물도 없고, 너무 깨끗하잖아. 그리고 어떻게 장롱에 기대어 바로 앉은 채 죽을 수가 있지?

너도 취해봐서 알잖아. 조금이라도 정신이 있으면 본능적으로 사람은 눕게 되어있어."


"그렇긴 한데....일단 과학수사대 감식결과를 지켜봐야겠군요."


"박형사 너는 일단 유족들 만나서 시신을 부검 의뢰할 건지 알아보고, 발인 전까지 주변에 피해자와 금전관계가

있었거나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있는지 조사해봐"


"네. 알겠습니다."


박형사가 멀어지는 모습을 본 나는 뒤돌아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막 불을 붙이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가 조용히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사건 담당 형사님이시죠?"


나는 대답 대신에 담배에 불을 붙이는 자세를 유지한 채 눈을 치켜 뜨고는 그를 쳐다봤다.


"저기.....죽은 친구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엄청난 용기를 내어 말을 하는 사람처럼 그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망설이며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 사람이 사건과 아주 깊은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걸 직감했다.


나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손으로 천천히 걷어내듯이 움켜쥐고는 입을 열었다.


"네...그런데요?"


그는 계속해서 두 손바닥을 쥐어짜듯 비벼대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저 친구.........말입니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계속 나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폈다.

그리고 정면으로 내 눈과 마주치자 갑자기 그의 태도가 돌변했다.


"아...아닙니다."


"뭐가요?"


"아녜요."


"뭐가 아니란 말입니까? 무슨 말 하려고 했잖아요?"


나는 그에게 추궁을 하며 천천히 그의 어깨에 손을 가까이 했다.


나의 손이 가까이 다가옴을 느낀 그는 갑자기 몸을 움찔하더니 미친 듯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야! 거기 서!!"


갑작스런 나의 외침에 주변의 경찰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뭐해 임마!! 당장 저 자식 잡아!!"


그에 못지 않게 나도 이미 미친듯이 달리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수명의 형사와 의경들이 그의 뒤를 *았지만 다세대 주택단지의 좁은 골목길은


우리의 추격을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재래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은 인파로 넘쳐나 그 속으로 묻혀버린다면 사실상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몇 분간을 이리저리 내달리던 나는 추격을 멈추고 허리를 굽인 채 거친 숨을 토해냈다.



"헉헉...아...그 자식 무지하게 빠르네..헉헉..담배를 끊든가 해야지.."


"헉헉...김형사님! 무슨 일입니까? 헉헉!!"



내 목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박형사가 내 뒤에 따라 붙어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헉헉...용의자입니까?"


"헉헉...됐어. 얼굴도 기억해 뒀고, 피해자와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고 했어..헉헉..당장 거기로 가자. 헉헉...

이거 뭔가 있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