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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447번지의 비밀(부제 : 텅지앙의 망령)-2
97 2012.12.25. 17:44

박형사와 내가 피해자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쯤 이미 너울너울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있었다.


퇴근 준비가 한창일 것 같은 일반 회사와는 달리 두 개의 콘테이너를 붙여서 만든 조립식 사무실은 아직도


네다섯명의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어떻게 오셨죠?"



운동모자를 성의없게 눌러 쓴 건장한 체격의 30대 중반의 남자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경찰입니다."



나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분주했던 동시에 행동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서로의 얼굴을 잠시 확인했다.



"여기 대표자가 누굽니까?"



나의 물음에 모두가 누군가로 모든 시선을 모았다.


콘테이터 깊숙한 곳에 놓여있는 소파에서 반쯤 머리가 벗겨진 5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일어섰다.


그는 수차례 돋보기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우리의 얼굴을 확인하는 듯 보였다.



"죽은 황승균이란 친구 때문에 오셨는가보네. 내가 여기 사장이오."


그는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예. 뭐 좀 조사할게 있어서요."



나는 열심히 주변을 살피며, 한 시간 전에 보았던 그 낯선 남자를 찾았다.



"그 친구 뭐 때문에 죽은 겁니까?"



경상도 억양이 약간 섞인, 지나치게 침착한 그의 말투가 잠시 귀에 거슬렸다.



"직원이 죽었는데 회사는 바삐 돌아가네요."



"중장비 다루다보면 다치는 사람,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여긴 또 지입차들이 많아서 소속감도 덜하고...."



"여기 직원 명부 좀 볼 수 있을까요? 사진있는 걸로."



"직원 명부요? 그러시죠."


나는 남자가 꺼내온 묵직한 서류철에서 사진만 확인한 채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겼다.


"누구 찾는 사람 있습니까?"


"죽은 황승균씨.. 요 근래에 이상한 점 없었습니까?"



나는 서류철을 훑어보는 와중에도 관련자 심문을 잊지 않았다.



"그 친구야 뭐...일 잘하겠다. 노는 것 좋아하겠다. 이상하게 여길 틈이 없어요."


"그 사람 술 좋아합니까?"


"좋아하지요. 노는 것 좋아하는 사람이 술을 싫어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주량이 얼마나 됩니까?"


"뭐더라....전에 보니까....한......세병 정도?"



나는 잠시 서류를 훑어보는 것을 멈추고 사장이란 남자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렇게 마시면 얼마나 취합니까?"


"그냥 곤드레 만드레 해가지고는 쓰러져 잠만 잡디다."



나와 박형사의 의심스런 눈빛을 눈치 챘는지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와요? 뭐 잘못 됐습니까? 도대체 그 친구 뭐 때문에 죽은 겁니까?"


"술 먹고 죽었어요."



나 대신 박형사가 답을 했다.



"뭐요? 술?"



어색하게 놀라는 표정의 사장보다는 그의 뒤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다른 이들이 눈에 거슬렸다.


뭔가 서로 간에 대화를 주고 받고 싶은데 극도로 말을 아끼는 듯한 표정이었다.



"정말로 피해자에게 요 근래 이상한 점이 전혀 없었습니까?"


"없었다니깐 참 내...."



나는 다시 한번 사장의 등 뒤에서 조심스런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는 이들을 잠시 살핀 후 다시 서류철을 훑어보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내가 원하던 얼굴이 서류철 중간 쯤에서 나왔다.



"이 사람 어딨어요?"


내가 사진을 손가락으로 지목하자 사장은 안경을 잠시 매만지며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입을 열었다.



"노영주씨네. 이 친구 오늘 출근 안했는데..."


"지금 어디 있습니까?"


"지게차 차주인데, 지입차량이라 일거리가 없으면 안나와요. 지금 어디 있는지는 저도 모르지요.

그냥 거기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해보시던가....."


"사장님 핸드폰 좀 빌려주겠어요?"


"내...내것 말이요? 왜요?"



나의 요청에 그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타살일지도 모르는 사건 수사중입니다. 협조해 주시죠."


"타...타살이요? 그런데 핸드폰은 왜요?"



미적대며 그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자 나는 잽싸게 그것을 낚아챘다.


어색하고 기분 나쁜 기운이 주변을 맴돌았다.


나는 우리에게 향한 시선을 쫓아냈다.



"뭣들 하십니까? 신경쓰지 말고 일들 하세요.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나중에 부를 테니까요."



그 곱지 않던 시선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그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십여차례 벨소리가 울리고 난 다음에야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침묵으로 그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네..사장님...딸꾹..."



전화 속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이미 흥건히 술에 젖어 있었다.



"사장님....딸꾹..이젠 무서워서 못살겠슴더..."



다소 충격적인 그의 말에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통화내용이 사장에게 들리지 않도록 자리를 떴다.



"듣고 있슴니껴."



나는 혹시나 그가 눈치 챌까봐 작은 목소리로 짤막하게 대답했다.



"응."


"황승균이...그 놈아가 미친 것 맞지예? 우리하고는 아무런 상관없는거지예?"


"으...응"



그런데 그의 귀는 아직 술에 절은 것 같지가 않았다.

갑자기 그의 말투가 바뀌었다.


"목소리가 와그럽니까? 누....누꼬? 사장님 아닝교?"


"............."


"너..누구야!!"



어쩔 수 없이 나는 신분을 밝혔다.



"경찰입니다."



나의 한마디에 그가 대화를 멈추었다.


그리고는 덜그럭거리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신호가 끊어졌다.


나는 조용히 휴대폰을 사장에게 건내고는 입을 열었다.



"사장님. 우리하고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사장의 눈빛이 매우 공격적으로 바뀌어 있음을 알아챘다.


게다가 각자 일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인부들이 박형사와 나를 둘러싼 채 어떤 명령을


기다리는 병사처럼 서 있었다.


시퍼렇게 날이 선 눈빛을 보내던 사장이 조심스럽게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형사님들이 범인 잡는다니 도와드려야지요."


"지금 하실 얘기 없습니까?"


"없소이다."


"이곳엔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느끼시오? 그럼 찾아 보구랴"


"나중에 다시 찾아뵙지요. 그 때는 오늘보다 좀 오래 머물러 있을 것 같습니다."


"훗....얼마든지 그러시지요. 형사님"



그들의 기분 나쁜 시선을 뒤로한 채 우리는 발걸음을 차량으로 옮겼다.


안달이 났는지 박형사가 걸음을 재촉하는 내 옆에 붙어 나를 닦달했다.



"김형사님. 저 콘테이너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 사람들 좀 수상해요"


"수색영장도 없이 뭐하게? 저래뵈도 엄연한 하나의 회사인데."


"지금 어디 가시게요?"


"그 노영주라는 사람 집으로 가는거야."


"그 사이에 서류철에서 주소지 외우셨어요?"


"날 뭘로 보는거야?"


"하여튼 대단하십니다."




우리가 두번째 사건을 접한 건 노영주라는 사람의 집으로 차를 몰고 가던 중이었다.

박형사의 휴대폰이 다급하게 울렸다.


"뭐라고? 사람이 죽었다고?"


나의 눈빛을 확인한 박형사는 급히 차를 돌렸다.





시체는 콘크리트로 만든 2미터 정도의 너비의 농업용 수로 가운에 엎어져 있었다.


물은 거의 매말라 발목 정도만 차올랐고, 다소 어둠이 몰려와 어둑어둑했지만 대략 보이것만으로도


시체는 매우 개끗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둠이 몰려오는 이 시간에 인적이 드믄 농업용 수로에 사람이 빠져 죽는 경우는 대부분 사체유기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감식반을 불렀다.


"신고자가 누구야?"



"논일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농부였습니다."



"사인은?"



"익사 같습니다."



"뭐? 익사? 아니 물도 없는데 뭔 익사?"



"그게 참....재수가 없으려면 접싯물에 코박고도 죽는다는 말이 딱 지금 상황입니다."



"그럼..뭐야? 저 친구가 지금 발목도 안차는 물에 코박고 죽었단 말야?"



"수로 벽에 약간의 혈흔이 있는 걸로 봐서 수로에 빠지면서 수로벽에 머리를 부딫힌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 다음 얼굴을 옆으로 하고 엎어졌는데 한쪽 코에 계속해서 물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정확한 사인은 내일이나 나올 것 같은데, 현재로서 직접적인 사인은 익사로 보입니다."



"다른 데서 죽고 유기된 건 아니고?"


"술냄새가 많이 나고, 머리에 작은 타박상이 있는 것 외에 특별한 외상이 없습니다."




나는 엎어져 죽어있는 시체에 다가가 쪼그려 앉은 자세로 조심스레 얼굴을 확인했다.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이게 누구야?"


나의 놀라는 목소리에 박형사가 다가왔다.



"아는 사람입니까?"


나는 박형사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이었다.



"노영주란 사람 만나러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나의 말뜻을 알아챈 박형사가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 무지하게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