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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공포]저주받은 부대 -1-
214 2013.01.05. 18:24

군 수사관인 강하경 상사는 새벽부터 복장을 갖추고 서울까지 나서야 했다.

부대를 탈영한 사병이 서울의 한 여관에서 음독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강상사가 사건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관할 경찰서에서 이미 1차 조사를 끝낸 것 같았다.

자살한 병사의 계급은 상병이었고, 이름은 김철진이었다.



속옷만 입은 채 침대에 가로로 엎어진 자세로 죽어있었으며, 침대 위에는 커피잔이 쓰러져 있고 다량의 커피가 침대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방안은 아무런 저항과 소란의 흔적을 볼 수 없었고, 침입의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음...군에서 나오셨군요. OO경찰서 강력반 조상욱 형삽니다."

캐쥬얼 정장 차림의 30대 후반의 한 남자가 자신을 소개하며 한참을 사체의 이곳저곳을 살피는 강상사에게



말을 걸었다.

"OO사단 군 수사관 강하경입니다."


조형사와 강상사는 가벼운 악수를 나눈 후 잠시 동안 말없이 사체를 바라보았다.



잠시 간의 침묵을 깬 것은 조형사였다.


"자살한 것 같아 보이쇼?"




형사의 물음에 강상사는 사체를 향한 시선을 풀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아뇨. 뭔가 이상합니다."



"...."



조형사는 대답 대신에 미간을 치켜올렸다.



"독극물 종류가 무엇인가요?"

"등부위와 어깨부위에 흑색 시반현상이 나타난걸로 봐서는 시안화칼륨 같습니다. 청산가리.... 그런데 뭐가 이상한가요?"

"침대에 쏟은 커피의 양이 너무 많습니다. 커피가 말라붙은 잔을 보세요.

처음에 커피를 따랐을 때의 양이 잔의 반 쯤 정도입니다. 그런데 쏟은 양을 보세요. 거의 대부분이 쏟아진 것 같습니다.

침대 젖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그래서요?"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은 보통 독극물을 한꺼번에 들이키기 때문에 거의 모든 양을 마셔버립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소량만 마신 채 쏟아버렸습니다. 자신도 독이 들어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겁니다."

"그렇군요. 수사 경험이 많으신가 보군요."

"아닙니다.....이것 저것 듣고 배우다 보니.."

"일단 우리 서에서 1차 조사결과가 나오면 그 쪽으로 통보해 드리리다."

"네.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누가 최초 발견자죠?"

"이 모텔 주인이오. 아침에 저 친구가 모닝콜을 부탁했나 봅니다. 그것도 새벽 5시에...

아무리 인터폰을 걸어도 받지않아 방에 들어갔더니 저러고 죽어있었다고 했소."



"인터폰을 받지 않으면 그냥 들어가도 되나요?"



"원래 모텔이나 여관같은 경우 혼자 오는 손님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지요."



"왜죠?"



"자살 사건이 종종 발생하거든요."



"....."



"특히 여성이 혼자 오는 경우는 자살율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인들이 혼자 투숙하는 방에는

특별히 신경을 쓰게 된답니다."



"그렇군요. 주변에 의심가는 사람은 없었답니까?"

"아직은 외부 소행으로 볼만한 단서가 없소."



강상사와 조형사는 다시 한번 침묵으로 빠져들며 사체를 조심스레 응시했다.






저녁 9시.....어둠이 짙어가는 여름 밤이었다.


일요일 외출을 나갔던 박인배 병장은 후임병인 이상병, 성일병과 함께 술 한잔 걸치고 복귀를 하던 중이었다.

그들의 부대는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저수지를 끼고 있는 강원도에 위치한 보병부대였다.



부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저수지를 지나야 하는데 그 저수지는 웬만한 호수만해서 저수지 둑을 따라 지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 ** 더워."



갑자기 박인배 병장이 덥다며 둑 아래로 내려가 잘 보이지도 않는 저수지 물을 향해 가는 것이다.

이에 두 후임병은 불안한 생각이 들어 박병장을 만류했다.


"박병장님 위험합니다. 내려가지 마십시요."

"** 더워 죽겠다. 세수만 하고 가자."

술에 취한 박병장이 조금씩 어둠속으로 사라지자 이상병과 성일병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박병장님..."

"......."

"으악!!"



갑자기 둑 아래서 박병장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상병과 성일병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후다닥 둑 아래로 뛰어갔다.

박병장이 저수지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아아아악!! 살려줘!!"


이상병과 성일병은 뛰어들고 싶었지만 술에 취한 자신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손에 손을 잡고 이상병이 물속에 들어가 길게 팔을 뻗어 박병장을 잡으려 애썼다.


"박병장님!! 손을 잡으십시요!!"



허우적대던 박병장은 간신히 이상병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이상병의 몸이 점점 저수지로 이끌려 갔다. 이미 물이 가슴까지 차 올랐다.

물밖에서 손을 잡고 당기고 있는 성일병을 향해 이상병은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왔다.

"야!! 이 **놈아!! 더 세게 당겨!!"

"박병장님!! 헤엄쳐보세요!!"

박병장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이상병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이상병!! 두 발이 뭐에 걸렸어!! 뭐에 걸렸어!! 더 세게 당겨봐!!"

이상병과 성일병은 죽을 힘을 다해 박병장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뭐가 툭 끊어지 듯 박병장이 저수지 밖으로 밀려나왔다.

저수지 밖으로 간신히 끌려나온 박병장은 갑자기 극한의 공포에 떨며 계속 욕을 내뱉았다.


"아이 **!! 아이 **!!"

"왜 그러십니까? 박병장님!!, 괜찮으세요?"

"아이 **!! 빨리 여기 떠나자!! 으아아아악!!!"


박병장이 갑자기 미친듯이 부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이상병과 성일병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박병장의 기이한 행동을 지켜보며 그를 뒤따라가야 했다.



그런데 그날 밤 박병장의 기이한 행동은 오히려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밤인데도 담요를 온 몸에 두른 채 밤새 부들부들 떨며 불침번을 자신의 주변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단순히 물에 빠진 사람이 걸린 몸살이나 오한으로 보기에는 박병장의 행동은 너무나 이상했다.



날이 밝아 오면 박병장의 기이한 행동이 멈출 줄 알았지만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 채 그의 행동은 광기로 변해갔다.


"어떤 ***야!! 어떤 ***가 장난치는 거야!!"


기상 나팔도 울리기 전 날이 밝아오자마자 박병장이 자신의 군화를 집어던지며 발광을 하는 것이었다.

잠들었던 소대원들 한 명 한 명의 멱살을 쥐며 미친 듯한 눈으로 째려보며 묻는 것이다.


"너야? 니가 그랬어?"


이유도 모른 채 멱살이 잡힌 소대원이 박병장을 진정시키려 하였다.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박병장님!!"

"이 ***!! 니가 그랬지 니가 내 군화에 장난쳤지?"


박병장은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내며 소대원들을 번갈아가며 멱살을 쥐고 계속 물었다.



"니가 그랬지? 응? 니가 그랬다고 말해!! **!!"



박병장의 광기어린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일병은 뭔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있음을 느꼈다.



박병장이 집어던진 그의 군화였다.



그 군화를 집어들던 성일병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박병장의 군화 두 발목 부분을 감싸고 있는 진흙으로 찍힌 두 손자국.....



성일병은 어젯밤 저수지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알 수없는 한기가 온 몸을 감싸는 듯 했다.



"뭐..뭐야 이거?"


그 때 난장판이 된 내무반에 당직사관인 소대장이 들어왔다.

"저 자식 왜 저래?"

알 수 없는 광기에 사로잡힌 박병장을 네 명이서 달려들어서야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박병장의 눈은 서서히 돌아가며 그가 점점 더 미쳐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이!!!! ** 왜 그래? 난 잘못한 것 없어!! 으허허헉"



박병장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박병장을 의무대로 호송하던 이상병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박병장을 저토록 미치게 만든 것일까?

트럭을 이용해 저수지 둑을 먼지가 흩날리도록 달리던 이상병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수지가 거의 바짝 말라있는 것이 아닌가?

박병장이 어젯밤 빠졌던 곳은 물이 무릎도 차지 않아 보였다.





"....뭐야 저건...."

운전을 하던 이상병이 갑자기 사색이 된 얼굴로 죽어가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소대장이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이상병에게 윽박을 질렀다.


"이상병...너 왜 그래 임마. 정신차려!!"

이상병은 몇 번 저수지를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정면만 주시한 채 차를 계속 몰아갔다.

이상병은 거친 숨을 계속 몰아쉬며 애써 진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공포에 잠긴 자신을 건져내는 방법은 욕을 내뱉는 것 뿐이었다.




"아...**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