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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공포]저주받은 부대 -마지막 이야기-
191 2013.01.05. 18:34

이봐..수사관..수사관!!"




깊은 적막속에서 누군가가 강상사를 반복해서 불렀다. 손전등 불빛이 잠시 그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강상사는 살며시 눈을 뜨며 그 소리의 정체를 알고자 하였다.

중대장이었다. 계속 강상사를 감시하며 쫓아다녔는지 쓰러져있던 강상사를 제일 먼저 발견하였다.



정신이 들자 주변에 쌀알처럼 쏟아지는 빗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괜찮으신가? 순찰 중인데....그런데 여기서 뭐하고 있소?"

친절을 베푸는 것 같았지만 그 거만한 태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여기 근무자는 어디 있습니까?"

"여기? 여기 3초소 말이오? 3초소는 그제 폐쇄되었소. 모르셨나보군. 이성재가 사고친 이후로 폐쇄되었지"

무더운 여름밤인데도 강상사는 뼈속을 파고드는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폐쇄? 폐쇄라고 그랬나요? 정말로 폐쇄되었습니까?"



"나..참 그렇다니까요."



나는 순간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이 부대에 실종된 정호영 말고 정호영이라는 친구가 또 있습니까?"

"없소. 그런데 왜 그러쇼?"



"정호영을 봤소."



강상사의 말에 중대장은 강상사가 예상했던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실종된 병사를 만났다는데, 반가워해야 할 중대장이 갑자기 경직된 표정을 보이는 것이었다.




"어..어디서 말이오?"





간신히 몸을 추스른 강상사는 어렵지만 해야 될 얘기를 꺼냈다.



"정호영은 실종된게 아닙니다. 죽은 겁니다."



"뭐..뭐요?"




잠시 중대장의 눈을 살피던 강상사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살해 당한 겁니다."



"살해?"



두려움이 몰려오는지 아니면 자신의 행각이 발각될까봐 조바심이 나는지 중대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강상사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두려움을 뒤로 한 채 중대장 입에서 자신의 살인행각을 낱낱이 털어놓도록



하고 싶었다.





"중대장님이 정호영을 죽였지요?"






이 말에 중대장은 쓰러져있던 강상사를 무섭게 째려보았다.



가끔씩 터지는 하늘의 섬광과 천지를 흔드는 천둥소리가 중대장의 표정을 더욱 무섭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요?"

"중대장님이 죽였지요? 정호영... 대검으로 꽂아 죽였지요? 박인배, 이성재, 김철진이 목격자였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저수지에 정호영을 암매장한 거구요. 내 말이 맞지요?"



중대장은 갑자기 쓰러져 있던 강상사에게 다가가 멱살을 쥐었다.

그리고 우의 속에 감추어진 빨갛게 달아오른 눈을 드러내며, 굵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강상사에게 물었다.

"너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거야? 죽고 싶어서 환장한거야?"



중대장이 잡은 멱살에 숨이 막힐것 같았지만, 중대장의 행동에 확신이 선 강상사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중대장!! 당신이 죽였어. 김철진이 탈영해서 모든 사실을 폭로할까봐 두려워서 김철진이도 죽여버린거야."

"뭐? 너 뭐하는 **야!!!"

중대장은 겁을 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이 **!!! 가만 내버려 두었더니 미쳐버렸구나. 너 같은 ** 하나 정도는 쥐죽은듯이 처리하고 묻어버릴 수도 있어!!

지금 말이야."


중대장은 거구의 덩치로 멱살을 쥔채 강상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솥뚜껑같은 커다란 주먹으로 강상사의 복부를 한 대 쳤다.

강상사는 피를 토하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초소밖으로 고꾸라졌다.

중대장은 멈추지 않고 강상사의 얼굴과 옆구리를 주먹과 발로 미친듯이 가격하였다.


"이 ***!!! 죽어버려!! 날 열받게 해? 내가 누구인지 알아? **같은 사병 하나 죽였다고 내가 어떻게 되기라도 할 것 같아?"

강상사는 입속에서 뭔가 쏟아져나옴을 느꼈다. 피였다. 그러나 강상사는 쏟아져 나오는 피를 잠시 머금고 중대장에게 말을 했다.


"켁켁...당신이 그러고서 한 부대의 중대장이요? 컥컥!! 악마같은 인간!!"

"헉헉...쓰레기같은 군인들은 죽은거나 다름없지. 군인이 군인답지 않으면 죽은거나 마찬가지야!!!!
그 **들은 다 쓰레기였어!!! 개쓰레기 같은 놈들만 모인게 이 부대라구!!!"

"당신은 좋아서 군인이 되었겠지만 그들은 국가의 명령을 받고 어쩔수 없이 들어온 것이오.
컥컥!! 군인으로서는 모자랐겠지만 사회에서는 어떤 사람이 될지 몰랐을 젊은이들이었소."


"나한테 훈계하는건가?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야. 그런 쓰레기 하나 치웠다고 해서 나에게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아!!!.

강상사....알지 말아야 될걸 알아버렸어.. 그냥 오늘 죽어줘야겠다."

중대장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발길질과 주먹세례를 날렸다.



그리고는 다시 강상사의 멱살을 쥔 채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호영을 죽인 걸 정말 어떻게 알았지? 박인배? 이성재? 누구야? 누가 불은거야!!!"

광기에 사로잡힌 중대장은 멱살을 쥐다못해 강상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거구의 힘을 강상사는 이겨낼 수가 없었다.

강상사의 입에서 게거품처럼 피거품이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숨을 쉬려 할 때마다 쏟아지는 빗물이 입과 코를 틀어막고 있었다.





불현듯 죽음을 직감한 강상사는 찢기는 듯한 복부의 통증을 이겨내고 중대장을 힘껏 밀어부쳤다.



잠시 뒤로 나동그라진 중대장은 어둠속에서 무언가를 쥐어드는 것 같았다.



하늘의 섬광이 그것이 주먹보다 큰 돌덩어리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켁켁거리며 잠시 숨을 고르던 강상사는 중대장이 공격할 틈을 주지않고 다시한번 힘껏 몸을 날렸다.



"이~야야야야!!!"





강상사와 중대장은 한덩어리가 되어 2미터 아래 저수지의 경계선으로 떨어졌다.



"쿵!!"



모든 관절이 어긋난 듯 더 이상 강상사는 아무런 몸의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신음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몇 십초가 흐르자 중대장이 어둠속에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저수지물과 빗물에 젖어 숨을 헐떡이고 있는 강상사는 억지로 숨만 고를 뿐 더 이상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어둠속에서 일어선 존재가 중대장 뿐이 아니라는 것을 강상사는 희미해져가는 시야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뭐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강상사는 숨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빗물 섞인 피거품만이 부글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대장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존재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헉헉...이...***...평생 정호영과 같이 있어줘야겠다."



중대장은 천천히 옆에 놓여진 커다란 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강상사에게 다가왔다.


강상사는 조금씩 자신의 고통이 그다지 심해지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죽는다는 것인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중대장은 강상사에게 계속 뭐라고 욕설을 내뱉었지만 강상사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냥 희미하게 보이는 두 사람...그것이 전부였다.



그 순간 어둠속에서 중대장의 뒤에 서 있던 그 존재는 총구를 아래로 한 채 소총을 머리 위로 크게 들어올렸다가 중대장의



어깨에 내리꽂았다.

강상사는 뭔가 뜨거운 것이 자신의 얼굴로 뿜어져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중대장이 온갖 몸부림을 치며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지만 강상사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점점 희미해지는 영상속에서 강상사는 중대장이 또 한번 그 존재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중대장의 목덜미에 시퍼런 대검이 꽂혔다.



강상사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강상사는 구급차에 자신이 실려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구급대원이 강상사에게 말을 걸었다. 옆에는 자신에게 김철진의 일기에 대해 얘기해 주었던 병사가 앉아 있었다.

강상사는 얼굴과 몸통 부분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에 구급대원이 강상사를 진정시켰다.


"장기에 손상을 입은 것 같습니다. 치명상은 아닌 것 같구요. 곧 수술에 들어갈 것입니다."

"주...중대장은?"


구급대원 옆에 앉아있던 병사가 말문을 열었다.

"2초소 근무교대를 하고 돌아오는데 중대장님의 비명소리가 들려서.........지금 중대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그...그게 무..슨 말이야?"



"수사관님만 거기에 쓰러져 있었고, 중대장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상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때 강상사의 바지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구급대원은 대신 핸드폰을 꺼내들어 강상사에게 건냈다.

어디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수사관님..조형사입니다."

"네....말..말씀하세요."

"어디 불편하신가요?"

"아.아닙니다. 몸을 조금 다쳤습니다."

"네..수사관님. CCTV 분석결과가 2차로 나왔는데 이상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닌데요?"

"뭐..뭐가요?"

"용의자가 입구에 들어오는 시각에 프론트에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도 용의자를 못 봤다고 하네요.



게다가 프론트 입구에 설치된 CCTV를 분석했는데 그것도 이상합니다. 프론트 입구는 센서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지날 때는 켜지던 센서등이 용의자가 지날 때는 켜지지 않더라구요. 헐 귀신이 곡할 노릇이죠?



더 이상한 건 그 용의자가 나가는 장면에서 야참을 배달하던 배달원이 여관으로 들어왔는데 용의자와 배달원의 몸이



화면상으로 겹쳐버리더라구요. 그냥 통과해 버렸다구요. 배달원 말로는 그 시각 아무도 복도에서 사람을 본적이 없다고 하네요.

수사관님. 이거 완전히 귀신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조용히 조형사의 말을 듣고 있던 강상사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


"형사님. 김...김철진은 자살했을 겁니다."



"예? 자살요? 처음엔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다음에 자세한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군검찰에 소환되기 전 한달간을 병원에 머무는 동안 강상사는 몇 가지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중대장과 정호영 일병의 시신이 저수지에서 발견된 것, 썩어 문드러진 정호영 일병의 시신이 중대장의 시신을 붙잡고



있었다는 것....중대장의 사인은 익사라는 것...


강상사는 본능적으로 수사관 노릇을 오래할 수 없음을 느꼈다.



중대장이 죽기 전 마지막에 같이 있었던 사람은 바로 자신이였고, 일련의 사건에 대해 군당국을 설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으며.......이런 미스테리한 일들을 다음에 겪는다면 그땐 감당하기 힘들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온전히 남아있는 중대장과의 마지막 대화 내용을 담은 녹음기만이 그를 위로할 뿐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