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알코올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
짜-악!
시리도록 차가운 날씨와 식어버린 내 마음은 같은 온도였다.
그녀는 나를 좀 더 아프게 때리고 싶었는지 친절하게 장갑을 벗고 내 볼에 지문이 남을 정도로
힘껏 나의 뺨을 날렸다.
송아지같은 큰 눈망울에 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은 떨어질듯 떨어지지 않았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큰 빨간 백팩에 가득 채워진 선물들을 바닥에 쏟아버린 그녀는,
나의 붉어진 뺨을 한참 노려본 후 뒤돌아섰다.
그렇게 우린 1년 간의 짧은 듯 길었던 사랑을 마감했다.
-
1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 정강이 까지 쌓인 눈. 새벽녘 공원 들판에는
발자국 하나 없는 깨끗한 눈의 벌판이 펼쳐져 있었고, 큰 빨간 백팩에서 잡다한 선물들을 눈 위에
뿌려놓고 무릎을 꿇은 나는 꽃한다발과 함께 그녀에게 고백했다. 그녀의 별명은 귀요미.
그녀를 귀요미라고 부르는 남자들이 족히 열뎃명은 넘으리라. 165에 볼륨하나 없는 길다란 그녀는
콧소리와 무지막지한 애교를 흩날리고 다니는 그런 여자였다. 나의 뜬금없는(?) 이벤트 고백에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구르고 새빨갛게 붉어진 얼굴로 산만하게 좌우를 살폈다.
- 우리 만나보자. 진지하게. 난 니가 맘에 들어.
발을 동동구르며 어떡하지를 연발하는 귀요미에게 나는 한 번 더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잔인한 그 말.
- 너 키 작아.
- .....그...그래도 너보다 크잖아..
- 얼굴도 못생겼어.
- .....같이 다니기 쪽팔리진 않잖아..
- 게다가 난 널 너무 많이 알아.
- 친구사이로 알던거랑 연인사이로 알던거랑 많이 다를 걸!
무릎을 꿇려놓고 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나는 축축해지는 바지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약간의 쪽팔림과 함께 도중에 일어나버렸다.
- 그래서. 싫어? 나 이거 준비하느라 엄청 애쓴건 아니지만 거절당하긴 싫은데.
갑자기 귀요미는 괴성을 지르며 정강이 높이 만큼 쌓인 눈의 벌판들을 뛰기 시작했고, 순간 나는
내가 그렇게 싫어서 정신을 놓쳤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만히 고개 숙이고 있는 나의 뒤통수를 차가운 눈덩이가 강타했다.
- 야!!!
엉망진창 그녀의 발자국으로 된 하얀 공원 벌판에 그려진 하트. 그 가운데서 웃으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며 날 바라보고 있는 그녀.
- 나 울리면 죽어~
시작은 아름다웠지만 끝은 지저분했던. 1년 간의 짧은 듯 길었던 사랑이 시작되었다.
-
오타지적 띄어쓰기지적 편지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