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폴리모프된 드래곤은 잠시 숨을 고르는 듯 싶더니 내가 끙끙거리고 있는 문제의 해답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 때는 말야.. 네가 아직 어린 데다가 자신의 동족이 죽은 것.. 그리고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나에 대한 분노가 많았을거라 생각했다.." ".. 응." "나는.. 인간들과 함께 삶이라는 것을 느끼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리고 네가 본 대로, 나 또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은 적도 있었다." 문득, 항상 냉랭하게만 느끼던 그의 말투가 가늘게 떨리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상상을 해 본다. 그이 역시 사람들과 행복한 아벨을 만들어가던 때가 있었겠지. 마을여관에서 웃고 공터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뒤로 하고 석양을 받는 그와 그의 동료들 모습들이 비추어지는.. 그런 장면 몇 개가 스쳐지나갔다. "세월은 가고 사람들은 변하기 시작했지. 그저 처음엔 세대차이려니 하면서.. 우리는 웃어넘겼다. 그러나, 이 아벨에 나와 내 동료들이 거진 사라질 때 내 화는 겉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버렸다. 이곳은 더이상... 인간이 살 곳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해서 나는.." 머리에 무언가 큰 둔기로 내리친 기분.. "뭐야?! 그럼 나와 같이했던 아벨 사람들이 전부 썩었다는거야?!" "그래. 그들은 썩어도 보통 썩은 게 아니었다는 말이지." "빌어먹을 이기주의자. 네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잘못되었다 그말이군?" 그 드래곤은 빙긋이 웃더니 한참 성이 난 나를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물어왔다. "지금.. 마을 사람들. 서로 만나서 인사라도 하는 사람 몇이나 되지?" "...!!" "그것 때문에 내가 거리를 쓸어버렸다면 나는 나쁜놈이겠지? 그럼 하나 더. 사람을 돈만으로 바라보면서 구걸하면서도 정작 그들끼리는 서로 멸시하고 욕하는 꼬라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건... 당연히..." "왜 그게 당연하냐고!!" 그는 테이블을 손으로 탕 치며 버럭 일어섰다. 순간 술집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우리들을 쳐다보았다. 술에 약간 맛이 간건지 아닌지 몰라도.. 어쨌든 그를 말리고 다시 앉히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제길... 나는 내 동료들과 약속했었다. 우린... 같이 테네즈의 유파와 대적할 때도. 밀레스의 마법사들 반란을 막아내면서도.. 운디네의 정령전에도 피를 쏟으며 서로 웃던 우리다. 나는... 인간들보다 우월했으나, 그들은.. 내 동료들 그들은 정신만은 나를 압도했었다. 그들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평민들도 이상을 지켜내고자 나무칼과 방패를 들고 싸웠고..." "그래서?" "..." "그래서 네가 말하려는게 뭐야. 네 세대 사람들 이야기는 무조건 영웅담이고 우리 때의 사람들은 인간성이 조금도 없는 악당들이라는거야?" 그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무엇인가 계속 참으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듯 입을 열려고 하다가 그만두는 듯 했다... 반론을 할 수가 없지... 말로서 드래곤을 압도했다는 사실보다도 사람을 하찮게 보는 이기주의자에게 열받아서인지 나는 열을 내며 말을 토했다. "그래서 과거에 뭐 어쩌라고? 그런건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 사람들. 그거... 이해못하는 부분도 많아. 그래서? 그래서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무조건 다 죽여놓고 처리하고 보는 게 현명하고 지혜롭다는 드래곤이 할 짓이냐?" "제길..." "??" "동료가 죽임을 당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까지도.. 네놈이 본 그 아벨 사람들 그 사람들의 손에 의해.. 내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 나는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 Tewevi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