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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하늘(4)
51 2001.12.11. 00:00

앞에서 말한 친구들의 이름때문에 설명이 있어야 할것 같아 몇자 끄적 이려고 펜을 다시 들었다.. 그녀들도 나름대로 고상한 이름이 있기는 하다.. 귀한집 자식들로 태어나 귀하게 자라 귀한 생활을 하고 있는 그들은 아까 내가 본의 아니게 붙였던 예명과는 달리 잘생기고 예쁜 친구들이다.. 숙자 말자 영자 미자는 그저 나를 세모라고 자칭하여 부르는것 처럼 그런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머 어차피 세모로 시작했으니 동그라미나 네모로 이어가도 되겠지만 그러다보면 육각 오각..등등 끝도 한도 없을것 같아 임의로 이름을 한번 붙여 본 것이다.. 그녀들의 세련된 이름과 세련된 생활방식을 질투(?)한다는 의미라고 할까?? 어쨋거나 그녀들은 하나같이 학벌과 집안과 외모가 빠질때가 없이 출중한것은 사실이였다.. 각설하고..나는 엄마의 날카로운 잔소리를 뒤로하고 통신에서 알게된 동생을 만나 러 신촌으로 향했다. 영화를 얻어보는 주제에 우리동네로 오라고 할수 없어 그녀가 추천하는 곳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언니..일찍왔네??호호..여기 이거 먹어..맛있어 보여서 샀어.." 하며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붕어빵 한개를 집어준다.. 정말 한결같이 이렇게 자상하고 싹싹하고 챙겨주는 남자만 하나있다면 너무 욕심 이라고 할까?? 만족하자..이 동생으로..말이다.. 아차 그녀의 이름은 통신대화명에서 쓰는' 파김치'로 하겠다.. 파김치는 그녀가 너무도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해서 그녀가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한끝에 지은 대화명이라고 한다.. 물론 나의 대화명은 세모다.. "세모 온니..시간이 한 40분 남았어..어디가서 맛있는 원두커피나 먹으러 가자" 우리는 분위기 있고 따뜻한 커피숍에 앉아서 향기나는 커피를 마시며 재미나게 수 다를 떨었다.. 그녀는 솔직한 성격으로 자신의 고민이나 미래에 대해 나에게 자주 털어놓고 이야기 하는 편이였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나 자신의 상황을 오버랩 시켜보고는 했다.. 그녀는 부유한 집안의 막내딸이고..오빠만 위로 둘이였다.. 디자인을 전공했고 그렇게 썩 재능이 뛰어나진 않치만 나름대로 자신을 갈고 닦고자 학원도 열심히 다니는 중이였다.. 물론 그 비싼 학원비는 부모님이 대주시는 것이리라.. 그녀의 고민은 자신의 진로와 연애문제였다.. 실은 별큰 고민거리는 아닌듯 해보였다.. 나와 비교하자면 말이다.. 나는 얼마전 중풍으로 쓰러진신 나이 많으신 아버지와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엄마 그리고 어렵게 장가간 우리집 대들보인 오빠와 이렇게 4가족이 살고 있다. 중풍으로 아버지가 쓸어지시고 가뜩이나 빠듯했던 살림을 도맡아 하시던 엄마는 시장 한켠에 자리잡은 코너에서 20년이 넘게 나물장사를 해서 번돈을 몽땅 아버지의 치료비며 그리고 아들 장가비용으로 써버리고,요즘은 안좋은 경기와, 주위에 크게 생긴 할인마트때문에 장사에 타격이 커지면서 우리집 살림은 더욱 더 궁핍해져갔다. 나는 반백수로 놀고 있었고,음악을 전공하고 싶었던 나의 꿈을 저버리고 상고를 나와 그저 그런 회사에 다니다 작년에 경제위기때 조용히 서랍을 정리하고 나와야 했기에 그나마 우리집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물론 나의 프로필 가지고는 지금 취직이라는 건 당분간 접어두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되어 있기도 하고 말이다.. 파김치의 고민은.. 고민도 아닌데 말이다.. 저렇게 세상을 짊어진 듯한 표정은 어울리지 않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항상 웃고 있는것은 내쪽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