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으로 숨었다.
진지한 가벼움에 못 이겨 이른 새벽의 가슴은 안개 속으로 숨었다.
광포한 햇살의 따사로움에 느낀 가식과 오만으로 안개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해**도 못한 사랑은 더 이상의 풋풋함도 신비함도 없었고
환상은 그저 단순한 욕망만을 가리는 껍데기에 불과하여
샛별과 여름의 햇살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래도 조금은 신비함을 남긴 안개는 새벽의 별과 빛을 가리워주었고
돌아보기 싫은 내 표정도 안개는 조용히 모른 척 해주었다.
떠돌이 장사치의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라는 매일 들려오는 소리도
안개는 모른다는 듯이 없애주었다.
가볍게 일그러져 제 모습을 갖추어 가는 거대한 산을 뒤로하고
신기루는 나의 연인이 되어 부르스와 탱고에 두 개의 몸은 겹쳐진다.
그리하여 안개 속에서 춤을 추는 나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기에
춤을 추는 나의 연인도, 나의 모습도 일그러진 프리즘과 만화경에 비치어
오직 시간만이, 깨뜨릴 수 있는 나 자신만이 적이 되어 버릴 거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안개 속에 숨었다.
그리하여 무거운 안개 속에 숨었다.
어찌할 수 없는 일그러진 환상 속에 숨었다.
그러기에 가벼운 진지함을 묵살할 수 있었다.
면죄부를 팔아주는 성냥팔이 천사의 공룡같은 잡식성에 경악을 참지 못하여
햇살과 별빛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집과 오만의 전승자들을 뒤로하고
안개와 나는 춤을 추었다.
그리하여 안개 속에 숨었지만
그리하여 진지함은 묵살할 수 있었지만
더러운 햇살이 비치어 안개는 가고
......나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