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하.." 영화를 보고 나온뒤의 나른함을 한숨으로 달래며 나왔다. 하늘은 우중충했고 곧 눈이라도 내릴것 같이 잔뜩 움츠려져 있어보였다. "언니..언니는 한숨쉬는데도 고개를 그렇게 터프하게 재쳐서 쉬어??목아프겠다^^" 파김치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내 모습이 아마 우스워 보였던 모양이다.. 아마 그녀는 모를것이다..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내쉴때의 상큼함을 말이다.. 특히 더운 여름보다 대기에 찬기운이 도는 이맘때가 더 속이 후련해지는 것이다. "응..습관이야...습관 호호.." 마지못해 씨익 웃으며 갑갑한 가슴한켠을 털어버리려고 애섰다.. 오늘 본 영화는 삶과 죽음을 다루는 사후세계의 모험을 그린 영화라 그런지, 기분이 사뭇 갈아앉아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언니..언니 말야...오늘 일찍 가야되??" "왜에~~?" "응 아니 오늘 저녁때 술한잔 하고 싶어서 말이야.." 그녀의 예쁘게 눈웃음 치는 모습에 어느새 핸드폰을 눌러대고 있었다. "엄마 나오늘 술한잔 해야쓰것는디우..에고..주말인데 봐주소마..아잉??" 이것이 내가 딸로서 엄마한테 하는 최대의 애교섞인 말투라고나 할까 .. "캭..아눔의 가스나..그 쓰잘때기 없는 지지배랑 술묵는거 아이가??" 엄마의 반응은 뻔했다...그러나 세모인 내가 누구인가?? 상고를 졸업하자마 7넌넘게 한 사회생활 눈치밥의 노하우가 없을라고.. 나는 이것을 예상하고 미리 치밀한(?)작전까지 세워놓고 있었다. "엄마야..야 오빠를 소개팅 시켜준다고 안하나?? 지금 큰 회사 대리이고, 연봉이 몇천이고..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나는 바로 허락을 받았다.. "너무 일찍 오지 말거라.."== 라고 확인사살까지 받고 전화를 끊었다.. 남자와 데이트를 하면 보통 엄마들은 오히려 일찍 들어오라고 성화하는게 정상일테지만..우리 엄마는 나를 시집보내지 못해 안달이신지라.. 차라리 내친구 처럼 사고라도 쳐서 결혼하라고 하신적도 있을정도였었다.. 허허..어찌하여 세상에 이렇게 돌아가는가.. "휘이이이잉" 파김치와 팔짱을 끼고 술집으로 향하는 나의 귓전에 외로운 바람한줄기가 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휘이이이~~~" 마치 나의 생각을 읽은듯..위로를 하는것 같이 말이다.. 그래 세상은 가끔 이렇게 거꾸로도 돌아가는 건가봐.. 바람아... 하늘아.... 그런건가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