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가 아주 멋지더군.. 사람들은 점점 냉소적이고 서로에게 칼을 갈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위선자의 누명을 받아 이슬처럼 이 아벨을 떠나갔고.. 이를 보다못한 내 동료들은 현실을 개탄하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서로 사소한 일로 살육이 일고 그것을 정의로운 척 하며 내심 즐기는 아벨 사람들의 꼬라지에 나와 내 동료들이 얻은 충격은.." 코ㅡ라드의 눈에는 이미 원망인지 분노인지 모를 정도의 한이 서려 붉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무슨 말이든 해 보고 싶었지만 좀더 그의 말을 들어보고 싶어 일단 다소곳하게 앉아 귀를 기울였다. "오랫만에 아벨 주민들이 단합을 하더군." "단합? 그럼 다시 분위기가 좋아진거야?" 그는 나지막하게 이야기했다. "자신들의 행동을 일일이 제약하는 마을 원로들 - 나의 동료들 - 을 죽여버렸다. 이유가 간단했다.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우리를 일일이 제약한다는건가. 그것이 그들의 정당성 아닌 정당화였을 뿐이다." "나는 참아왔다. 솔직히 이 마을 따위. 모두 불살를 정도의 능력 쯤은 나나 내 동료들 전부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마을 원로들은 내쫓기면서 내게 말해주었다. 부디 모처럼 찾은 마을의 안정을 깨지 말라고 말이다..." "많은 영웅들이 죽거나 이 마을을 떠나버렸다. 나는.. 이곳에 사람들과 분열하러 온 것이 아니고,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무 말 없이 지켜봐야 했다 내가 인간적으로 좋아했던.. 위험할 때마다 몸을 날리던 여자 성직자가 있었다. 내 존재를 알면서도 나와 감히 겨루며 한치의 흔들림도 없던 무도가도 있었다. 그들.. 내 소중한 추억들을.. 마을 주민들은 모두 앗아갔다." "그럼... 당신은 왜 쫓아내지 않았죠?" "사람들은 은연중에 내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밝힌 적은 없지 만서도... 그래도 그만큼 사람들과 호흡을 했으니 동물의 육감상 그정도는 알겠 지. 그래서 말이다." "그래서?" "네가 이 마을에 왔을때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하던?" "저주..받은... 코ㅡ라드." "...그게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였어."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그는 연거푸 술을 마셔댔다. 나 역시 무슨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의 눈만 쳐다보며 시간이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어느새 그와 내 눈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조금씩 말을 꺼내보았다. "그것이 너의 분노였던 거야? 아벨은 사랑하지만.. 네 친구들을 죽인 마을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결국 내가 보는 너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게 된거군." "날 저주해도 좋아.. 지금 나는 이미 이 인간세상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다." "다.. 그렇진 않잖아." 그가 순간 날 노려보았다. 나는 쫄아서 뭔가 잘못 말했나 곰곰 생각해봤다. "항상 그런 식이야. 너희.. 아니 너는 아니군. 인간이란 족속은.. 그저 제 합리화를 위해선 뭐든 정당화시키려고 노력하면서도 변명은 그럴싸하지. 결국 그런 면들이 서로 다툼을 불러일으키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음..." "남의 생각에 귀기울이는 자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찾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다시 시작할 거야." "으응.." 깍지를 끼고 턱을 괸 그가 우연찮게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나는 그의 얼굴에 남모르는 한이 서린 주름을 우연찮게 읽어낼 수 있었다. "어이 너 이름이 뭐냐?" "베쓰..." 얼떨결에 헛소리를 했다 -_-; "베쓰?" "켁! 아냐 아냐!! 베쓰 절대 아님. 이름은 얀 정혜...!!" - Tewevi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