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요. 지겨운 세상살이 앞을 볼 수 없는 희뿌연 안개 추적추적 걷는 발걸음소리에 갈빛 네온사인과 뻥뻥거리는 버스의 탁한 경음소리 사람들의 파뭍히는 원성과 고함을 젖혀버리고 눈이 내려요. 마음이 왔다갔다 정신없이 진리를 추구하는 분들과 여우를 찾아 미아리텍사스테헤란신촌부터자갈치시장마라도까지 헤메는 늑대들 크리스마스때문에 술 준비하시고 파티준비하시는 대한민국의 어머님 아버님들과 그저 어떻게든 나가서 뛰어놀 생각부터 하는 들뜬 아이들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눈이 내려요. 저 멀리 달려가는 에쿠스 차 안에서 사뭇 진지한 얼굴을 한 조폭 대장님부터 오가는 청량리발 열차 안에서 그릇을 짤랑거리며 백원을 구하는 아저씨들에 그저 시험공부한다고 노약자석에서 앉아 열심히 전공교과를 파는 학생들 그들의 마음에도 눈이 내려요. 내 마음속에도 눈이 내리고 나는 살포시 눈을 감아봅니다. - Tewevier -